|2026.03.03 (월)

재경일보

<스파이 명월> 북한을 흔드는 한류열풍 다루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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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 월화드라마 <스파이 명월> (제작 이김프로덕션 / 연출 황인혁)이 아시아와 유럽을 넘어 동토의 땅 북한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다뤄 화제다.

<스파이 명월>은 북한의 한류단속반원인 ‘명월(한예슬)’이 “남한 최고의 한류스타 ‘강우(에릭)’와 결혼해 북으로 데려오라”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특히 한류단속반 출신의 남파 공작원과 한류스타의 이색적인 사랑을 다루며 ‘북한 내 한류 열풍’을 드라마의 소재로 적극 끌어왔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1일 방영된 <스파이 명월> 1회분에선 북한의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남한의 드라마를 몰래 시청하다 한류단속반에 걸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극 중 한류스타 ‘강우’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시청하던 북한 젊은이들은 “강우는 남자가 봐도 멋지다” “다음 회 빨리 틀어라” “이 드라마는 너무 많이 봐서 대사까지 다 외웠다” 등 남한 관객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감탄사를 연발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시크릿 가든> <아이리스> <아테나 전쟁의 여신> 등 한국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남한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가지고 있다”며 “<시크릿 가든>이 인기를 끌자 일부 북한 부유층 자제들이 ‘현빈 트레이닝복’을 구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스파이 명월>에서 남한 최고의 한류스타와 한류단속반 출신의 북한 공작원이라는 전혀 다른 신분의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과정 역시 북한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 발단이 된다. 한류스타 강우의 팬인 북한 고위층 자녀가 비밀리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강우의 콘서트를 구경하러 갔다 경호를 맡고 있는 명월에게 “강우 사인을 받아 달라”고 요청하며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기 때문.

현실 속에서도 북한 고위층 자녀들은 유학 등을 통해 해외 문물을 접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일반 북한 주민들에 비해 남한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내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갈색으로 염색한 ‘아랫동네(북한에서 남한을 가리키는 말)’ 머리 스타일이 유행하거나 “얼마면 돼?” 등 한국 드라마의 유행어를 따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동시대 북한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드라마 속에 절묘하게 녹여낸 <스파이 명월>은 시청자들에게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제작진은 이념과 정치 싸움에 얽힌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이전 작품들과 달리 한류라는 대중문화를 통해 새로운 소통 창구를 연 남북한 젊은이들의 사랑을 보다 유쾌한 터치로 풀어내며 정치적 색을 덜어낸다는 입장이다.

연출을 맡은 황인혁 PD는 "만약 북한 주민들이 <스파이 명월>을 시청한다면 남한 남자와 북한 여자의 예쁜 사랑이라는 큰 틀에서 봐줬으면 좋겠다"며 "북한 내 정치적 상황은 극 초반에 장치로서만 등장한다. 결국 남는 건 젊은이들의 로맨스"라고 설명했다.

<스파이 명월>에는 한류단속반원과 한류스타 뿐 아니라 80년대에 남파되어 30여 년 동안 고정간첩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도 등장한다. 명품 감초 연기자 조형기와 유지인이 그 주인공. 조형기는 냉전 시대가 종식되고 남북관계도 시시각각 변하면서 북한의 지령이 끊어지자 흥신소를 운영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고정 간첩 희복으로, 유지인은 다방 마담으로 위장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전설적인 여간첩 옥순으로 분한다. 두 사람 모두 거대한 임무를 부여 받고 목숨 건 사투를 벌이는 무거운 간첩이 아닌 일상적인 임무를 수행하며 남한 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는 모습이 흥미를 끈다.

이처럼 드라마 최초로 북한에 부는 한류 열풍을 다룬 <스파이 명월>이 참신한 시각으로 남북 간 새로운 소통 방식의 시작점이 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매주 월화 밤 9시 55분 KBS 2TV 방영.

사진=이김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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