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불량납세자도 과세증명 책임져야"

"신종 탈세 대응 위한 금융정보 접근권 확대도 필요"

안진석 기자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공정세정을 위해 과세관청이 납세자를 조사해 탈루 등을 밝혀내야 하는 과세증명책임을 납세자에게도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판례에 따라 이뤄진 우리나라의 과세관청 책임주의는 납세증빙을 많이 보유·제출한 납세자보다 증빙을 은닉·파기 또는 제출거부하는 납세자를 우대하는 결과를 초래해 조세법의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갈수록 첨단화하는 탈세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거래정보에 대한 국세청의 접근권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됐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신호영 교수는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세청과 한국조세연구원이 개최한 '공정세정 포럼'에 참석, '과세절차상 증명책임과 분배의 합리적 조정'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신 교수는 발표에서 "현행 신고납세제도 아래에서 납세순응을 확보하려면 과세절차상 과세증빙의 유지·제출에 대한 증명책임의 합리적 배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명책임이란 과세요건을 뒷받침하는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을 때 결과적으로 누가 불이익을 받게 되는가의 문제다. 외국에는 증명책임을 일방적으로 과세관청에 부담시키는 예가 거의 없다.

신 교수는 "증명책임의 분배기준은 공평과세와 재정수입 확보를 고려해 성실납세자에게는 과세관청에 증명책임을 부여하고 자료 접근이 어렵거나 곤란할 경우, 납세자가 협력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납세자에게 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입법적 대응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국조세연구원 박명호 연구위원은 '숨은 세원 활성화를 위한 과세 인프라 개편 방향'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현행 과세인프라가 자료상, 무자료거래, 현금매출 누락 등 문제에 취약하다"며 "고액현금거래 보고자료(CTR)를 과세목적에 활용하고 금융기관이 보유한 사업용계좌와 비사업용계좌에 대한 국세청의 접근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처럼 일정액 이상의 현금거래를 사업자가 국세청에 보고토록 하는 '고액현금수취신고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위원은 최근 5년간 고소득 자영업자 1만 1500명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누적결과를 인용, 업종별 소득 탈루율이 사우나 업종이 98.1%로 가장 높았고 주점(86.9%), 여관(85.7%), 나이트클럽(79.3%), 스포츠센터(72.6%), 룸살롱(71.5%), 호텔(66.7%) 등의 순이라고 밝혔다.

홍익대 김유찬 교수도 금융정보분석기구(FIU)에 보고된 금융거래 정보에 대해 과세관청의 포괄적 접근을 허용하고 국세청내 첨단탈세 대응 전담조직의 신설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따른 처벌조항을 개정해 차명계좌를 개설하거나 명의를 빌려준 당사자에 대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제안했다.

국세청은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의견을 검토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 시행하는 한편 법령개정 등이 필요한 사항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축사를 통해 "상반기 세수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향후 세입여건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세금을 민주시민의 권리와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함께 현행 과세인프라 및 세무조사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정책대안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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