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구찌-롯데 갈등 원인은 구찌의 무리한 수수료 인하 요구

"구찌 무리한 요구에 롯데 일부러 입점 지연"

김유진 기자

[재경일보 김유진 기자] 롯데면세점으로의 입점이 계속해서 늦춰지고 있는 것에 대해 구찌그룹코리아가 롯데면세점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구찌와 롯데간 갈등의 진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입점이 늦춰지고 있는 것이 원인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구찌가 점점 명품으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구찌가 무리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달 만에 말 바꾼 구찌

16일 업계에 따르면, 구찌가 인천공항 롯데면세점 입점 지연을 이유로 롯데면세점에 약정 이행을 촉구하는 최고장을 발송한 배경에는 겉으로 드러난 사연 외에 또다른 이유가 있다.

구찌그룹코리아는 최고장을 발송한 이유에 대해 "애초 올해 8월 인천공항 롯데면세점에 입점하기로 했으나 롯데면세점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입점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사업기회 상실과 브랜드 가치 하락 등 유·무형의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고장 발송에도 불구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입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손배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찌의 이 같은 입장은 불과 한 달 전과는 180도 바뀐 것이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 구찌가 롯데면세점 입점 지연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으나 구찌는 "소송에 대해선 생각해본 바가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고의적인 서류상 오류? - 인천공항공사 서류 제출시 구찌 입점 내용 빠뜨려 

또 롯데면세점은 구찌의 브랜드 매력이 떨어져 입점 절차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사실이 아니며 단지 매장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유럽에서 들여오는 일정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일 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석달 전 롯데가 인천공항공사에 구찌 매장의 입점 승인을 요청할 당시 어이없는 서류상 오류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구찌 매장의 입점 승인을 요청하는 서류를 공항공사에 제출하면서 정작 구찌가 들어온다는 내용을 빠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롯데는 단순히 레이아웃을 변경한다는 신청만 했을 뿐 정착 서류에 구찌가 들어온다는 내용은 없었다"며 "신청서류가 미비하다고 판단해 롯데 측에 보완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구찌 매장 입점 신청을 하면서 정작 구찌가 들어온다는 내용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롯데가 인천공항에서 면세점 사업을 하루이틀 해온 것이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어이없는 서류상 오류가 과연 단순한 실수였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가 구찌의 입점을 의도적으로 지연하기 위해 공항공사에 입점 승인을 신청하면서 '의도된 실수'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갈등의 근본적인 이유는 구찌의 무리한 수수료 인하 요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찌와 롯데 갈등의 근본적 배경은 구찌가 인천공항뿐 아니라 시내의 롯데면세점 매장과 롯데백화점 매장의 수수료까지 무리하게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구찌의 브랜드 가치가 샤넬이나 루이뷔통에 비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여기는 롯데는 이를 받아들일 의사가 없어 기싸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찌 제품은 현재 명품점 외에 대형마트나 오픈마켓 등에서도 20∼30%씩 팔리고 있어 희소성이 줄어들었고, 시장에서 명품으로써의 매력도도 감소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구찌와 롯데 측은 한결같이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행태로 미뤄볼 때 이들의 이 같은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국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환하기 위해 '소송'이라는 카드를 빼든 구찌와 "공항공사와 입점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 중"이라는 롯데의 원론적 해명과는 별도로 이 같은 '진짜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양측의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더욱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명품업체 수수료를 높여야 한다"고 유통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것도 롯데가 구찌의 수수료 인하 요구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도록 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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