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정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의 최고경영자(CEO) 중 30%는 상급기관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청와대 비서관, 국회의원 등 정치권 출신도 적지 않아 정당과 청와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퇴임 후 공공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관장 자리가 `보은인사'에 활용되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매년 되풀이 되고 있어 비난이 끝이지 않고 있지만, 현행 기관장 선임 제도로는 이 같은 원칙 없는 보은인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등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정부 부처 30곳의 산하 286개 공공기관장 중 상급 부처 출신은 28.7%인 82명이었다.
이들을 포함한 전체 외부 출신은 233명으로 81.5%에 달했다. 내부출신은 50명으로 17.5%에 그쳤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3자리는 공석이다.
농림수산부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축산물품질평가원 등 산하기관 10곳 중 8곳(80%)의 기관장을 상급기관 정부부처 공무원이 차지해 `전관예우' 비율이 가장 높았다.
국토해양부는 산하 32개 기관장 자리 중 14곳(43.8%)에 퇴직한 국토부 출신 관료가 앉아 있다. 교통안전공단, 한국감정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해양수산연구원 등이다.
지식경제부는 산하 60곳 중 14곳(23%)의 기관장이 이 부처 출신이었고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다른 정부부처 출신도 5명이었다.
예금보험공사,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위원회 산하 10곳 중 6곳(60%)의 기관장은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 공무원이 독식했다.
고용노동부는 10곳 중 5곳(50%), 보건복지부는 16곳 중 7곳(44%)을 각각 상급 정부부처 공무원 출신이 맡고 있다.
교과부의 경우, 산하 39개 기관장 자리 중 이 부처 출신이 맡은 곳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한자리였고 문화체육관광부는 32곳 중 6자리가 부처 출신이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산하기관과 유관 협회가 많은 지경부에서는 은퇴한 후 기관장을 2~3번까지 하는 공무원도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상급 부처 출신이 아니지만 다른 부처나 정치권에서 활동하다가 공공기관의 기관장으로 내려온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 특정 대선 후보를 도왔거나 정당이나 청와대 고위직에 몸을 담은 직후 기관장으로 취임한, 정치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이 여전히 많아 `보은인사'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건설관리공사의 김해수 사장은 청와대에서 정무1비서관을 지냈고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김철균 원장은 뉴미디어비서관이었다.
교과부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정길 원장은 대통령실장을, 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현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박재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새누리당 최고위원 출신이고 윤석용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사장, 고경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 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등도 국회의원 출신이다.
국토해양부 산하 부산항보안공사, 인천항보안공사 사장은 현 정부의 청와대 경호차장 출신이 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은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특별보좌역을 맡은 직후 이 공사의 CEO로 취임했다.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조춘구 사장도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직능정책본부 부본부장으로 활동했다.
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 공공기관 기관장을 맡는 일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생활체육회의 유정복 회장과 대한장애인체육회 윤석용 회장은 18대 국회의원 시절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유 회장에 대해서는 "체육회의 정치적 중립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윤 회장은 체육회가 기부받은 물품을 자신의 지역구 복지단체 등에 전달해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이처럼 외부출신이 기관장 자리를 꿰차다 보니 공공기관 사정을 잘 아는 내부출신들이 기관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내부출신 50명 중 교과부 산하 대학병원 14곳의 병원장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내부출신은 36명에 불과하다. 274명 중 13.1%에 그치는 셈이다.
이런 대학 병원도 감사나 이사는 교과부 관료 출신이 맡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무총리실 산하에는 23개 기관이 있지만 대부분 공모를 통해 기관장을 뽑고 있어 상급기관이 아닌 외부출신이 많은 편이다.
기관장 중에는 해당 기관의 기준에 맞는 전문적 경험과 동떨어진 경력을 가진 경우도 눈에 띄었다.
행정자치부에서 행정혁신을 담당하던 국장이 한국가스기술공사 이사장 사장으로 부임했고,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퇴직 공무원이 한국디자인진흥원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김상혁 정치입법팀 간사는 "공기업의 기관장 선임과정을 보면, 해당 분야의 비전문적인 인사라도 후보로 얼마든지 추천하고 있다"며 "기관장 심사기준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내용만을 제시하고 있어 `낙하산 인사' 기용을 가능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규모가 큰 상위 공기업이나 다른 공공기관에서 근무한 공무원들이 공공기관장으로 이동한 경우도 공무원 출신의 비중을 높였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공무원들의 전문성이나 경험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중요한 자원낭비"라며 전관예우식 자리 채우기보다는 전문성을 고려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 퇴직공무원·정치권 인사 '낙하산 인사' 여전… 산하 공공기관 CEO자리 점령
상급 기관 출신 인사 농식품부 80%, 금융위 60%, 복지부 44% 차지
김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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