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재경칼럼] 하우스 푸어 대책은 인구구조의 면밀한 분석이 따라가야

신용등급이 낮은데다 금융기관 여러 곳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빚을 갚기 어려워진 하우스푸어(House Poor)가 23만명에 이르고, 대출규모가 26조원에 육박했다. 특히 집을 경매에 넘겨도 금융회사가 대출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경락률(감정가 대비 낙찰가율) 초과 대출자는 전체의 3.8%인 19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집을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깡통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대출 규모는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3.3%인 13조원에 달한다. 2008년 전후 주택시세 고점 당시 매입했던 평범한 국민 다수가 포함되었다. 

이에 최근 금융권이 빚을 내 집을 샀다가 원금 상환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에 대해 이자를 유예해주고 대출은 연장해주는 대책을 내놓았다. 금융권도 이제는 수차례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에 실패한 정부에 대하여 금융권 역시 기대지수를 낮추고, 자사 주택담보 대출상품의 부실율을 낮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뇌관으로 여겨지는 가계부채, 특히 주택관련 부채 문제에 대해서 그러나 시장은 그렇게 반응이 따뜻하지 않다.

시장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하여 인구구조를 통한 설명은 자주 언급되고 있으며 충분한 설득력을가지고 있다. 이에 집값의 급등 시나리오는 사실상 사라졌으며 점진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은행별로 프로그램을 내놓다 보니 대상 선정, 의도나 조건이 모두 약간씩 미흡했다. 집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유일한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집의 소유권을 넘기면서까지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급한 쪽은 돈 빌린 사람이 아니라 돈을 꿔준 은행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 조정 대책이란 게 빚을 진 주체에게 좀더 큰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채무자들은 자기들이 몰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은행들이 몰리다 보니 자발적으로 나서서 채무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시장에 채무자보다 은행이 더 힘들다는 신호를 준다.

작금의 분위기는 집값 대출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를 보는 당국의 안이한 인식을 반영한다. 지금 하우스푸어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는 채권 채무자 둘만의 문제도 아니요, 채무자 혼자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라 할 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부채문제라는 게 성실하게 제때 빚을 갚는 사람이 혜택을 가져가야 하는데 버티는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 생겼으니 금융의 기본원칙마저 훼손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발표되는 모든 대책은 상황에 인질로 잡힌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향후 전개될 글로벌 차원의 경기침체 상태에서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관계는 더욱 더 균형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종합해보면 현 하우스푸어 대책에 대해 시장이 미온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채무자가 적극적으로 나설 만한 유인 구조가 잘못되어 있는 데다 정치권의 개입으로 인해 시장의 방관적 자세가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큰 그림하에서 문제 인식, 대응방식의 범위나 강도가 나와야 하고 추진 주체의 신뢰성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이게 없으니 시장의 외면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향후의 대응에 있어서는 시행 초기에 드러났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

해법에는 여러 근본적인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쓸 수 있는 카드는 빨리 써야 한다. 금융처방은 물론 부동산 처방도 함께 나와야 한다. 변동금리 대출의 장기 고정금리 전환 유도, 프리워크아웃 도입 등 지금까지 금융당국이 내놓은 방안의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공적자금 투입 등 직접지원은 불가능하겠지만 금리지원 등을 통해 숨통을 터주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취득세 인하조치 연장 등 부동산 시장 활성화도 필요하다. 주택발 가계부채가 연착륙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결혼에 대한 부담과 양육에 대한 비용을 최소화 하며 육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전환을 통하여 인구구조의 전반적인 30년 회복 계획을 수립해 나가는 것도 따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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