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현대차그룹, 회장일가에 고배당 제공 여전…회사기회 유용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제2의 글로비스'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금융 계열사 현대커머셜이 고액의 중간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돼, 그룹의 회사기회유용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커머셜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차녀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과 남편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유일하게 개인지분을 소유한 회사로, 지난 2008년 이들이 현대차 계열사들로부터 현대커머셜 지분을 인수할 때 부터 회사기회 유용의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최근 현대커머셜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3분기 결산보고서를 보면, 이사회는 지난 7월27일 중간배당을 하기로 결정하고 주당 1250원씩 총 250억원을 현금배당했다. 6월말 현대커머셜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반기순이익 약 282억원, 9월 분기 순이익 483억원 수준을 감안하면 이번 중간배당은 반기순이익의 88.6%(3분기 이익 기준 57%)를 배당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현대커머셜은 현재 보통주를 기준으로 현대차가 지분의 50%(1000만주), 나머지는 정명이 고문과 정태영 사장이 각각 33.3%(666만7000주), 16.7%(333만3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중간배당이 보통주에 대해서만 이뤄졌으므로 정씨 부부는 총 125억원을 수령했다.

이번 현대커머셜의 고액배당은 회사기회 유용을 통해 '부의 대물림'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현대커머셜은 2007년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가 각각 출자해 설립한 계열회사로, 상용차량과 건설장비 등을 대상으로 할부금융 및 리스금융 등을 영위하고 있다.

문제는 설립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08년 3월21일, 기아차와 현대위아는 보유 중인 현대커머셜 지분 각 300만주(30%)를 주당 5336원에 정명이 씨에게 400만주, 정태영 씨에게 200만주를 매각한 부분이다. 2010년 6월 현대모비스 또한 보유 중인 총 400만주(20%)를 주당 7393원에 정명이 씨에게 266만7000주, 정태영 씨에게 133만3000주를 각각 매각했다. 정명이 씨가 현대커머셜 지분취득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총 410억여원, 정태영 씨는 총 205억여원이었다.

당시 그룹 계열사들은 매출이 매년 90%씩 증가하고 있던 우량계열사 지분을 별다른 이유 없이 매각한 것으로, 회사보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앞세운 지배구조 문제가 있는 거래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과거에도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 인수 후 배당이 늘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현대커머셜의 정씨 부부에 대한 고배당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로 현대커머셜의 고액배당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결산에서 주당 500원(배당성향 15.4%), 2011년 결산에서 주당 1200원(배당성향 40.9%)의 현금배당을 각각 실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중간배당을 포함해 총 3차례의 배당으로 정명이 씨는 총 196억여원, 정태영 씨는 총 98억여원을 배당금으로 수령해, 각각 투자금의 48%를 이미 회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서 정태영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현대카드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배당이 정상적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현대카드는 올해 반기 및 2011년 결산에서 모두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고, 2010년 결산에서 주당 200원의 현금배당(배당성향 9%)을 실시했다. 정태영 씨와 정명이 씨는 현대카드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차그룹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상당 정도의 수익과 성장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사업성이 좋은 회사의 지분을 지배주주 일가에게 자발적으로 매각한 것은 정몽구 회장의 지시와 그룹차원의 의사결정에 의한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회사기회유용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는 '글로비스 사건'으로 이미 많은 비판을 받았고, 해소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회사기회유용 및 지원성거래가 한참 문제가 되던 2010년 故 정주영 회장의 4남인 故 정몽우 회장의 장남 정일선씨가 100%의 지분을 투자한 현대머티리얼을 설립해 현대제철 등으로부터 상당규모의 지원성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기회유용 사례가 문제가 된 현대커머셜의 고액배당은 현대차그룹의 회사기회유용 등에 대한 근절 노력을 신뢰하기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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