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재경칼럼] 국민행복정부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으려면

교육의 양극화, 노후의 양극화만은 풀어내는 정부가 되기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고 작은 행복이라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밝히면서 18대 대선 매니페스토에서 차기 정부의 명칭을 ‘국민행복 정부’(가칭)라고 설정했다.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경제성장에 따른 국가 발전의 과실이 개인의 삶과 행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정치, 경제, 복지, 교육, 여성, 민생 등 주요 정책의 방향도 이 같은 기조에서 전개될 전망이다.

국민행복정부, 어쩌면 여야가 금번 대선처럼 경쟁적으로 국민의 행복과 복지에 상당히 경쟁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공약을 꺼내든 것은 향후 사회에 대한 양측의 고민도 심각함을 반증할 수 있다. 그러나 행복이란 단어를 꺼낸 것은 이보다 훨씬 더 큰, 가장 구체화 하기 어려운 약속이 될 수 있다. 행복지수라는 척도를 산정하던 여러 가지 시도에서 접근한다면 국가미래의 설계에 있어 더욱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여,야의 대결양상이 주로 좌,우의 대결이었다면 이제 비로소 국민의 행복, 복지의 증진을 위한 정책대결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금번 대선에도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요소는 결국 이번에도 종북논쟁이었지만 집권여당이 이것만으로는 앞으로 대국민 설득에, 그리고 집권연장에 분명 어려움이 있으리라는 판단이 선다.

물론 각 나라의 행정부가 모두 새로 수립될 때 그 나라에 사는 국민들이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는 지도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을 수립할 때 과연 무엇에서 행복도를 높여갈 것인가를 따져 본다면 이전의 보수여당이 구사했던 경제성장률과 기타 거시 경제지표의 수치달성형태의 경제정책과는 더욱 괴리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들은 행복에 대하여 다르게 고민하고 있다. ‘월급이 올라가면, 승진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왜 더 불안하지?’, ‘한 평생을 고생하고 살아왔는데 왜 이 모양인지…’라고 말하는 한 평범한 가장의 하소연부터 ‘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계급이 있다고 느껴진다. 별로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이야기까지 어느덧 우리 사회는 행복한 사람을 찾기 어려운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발표되는 행복지수를 살펴 보면 더욱 명료해 진다. 영국 런던 정경대학은 1998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를 행복지수 1위 국가로 꼽았다. 얼마전 발표된 영국 민간 싱크탱크인 신경제학재단(NEF)의 2009년 조사에서는 전 세계 151개국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와 기대수명, 환경오염 지표 등을 평가해 국가별 행복지수(HPI)를 산출한 결과 코스타리카가 총 64점으로 2009년에 이어 연속 1위에 올랐다. 그외 중남미 국가들이 대부분 10위권에 들었다. 주관적 삶의 만족도, 환경, 기대수명 등을 반영해 산출한 결과다.  미국 미시간대가 산출하는 행복지수에서도 2004년 중남미의 푸에르토리코가 1위에 올랐다. 미국은 15위, 일본은 42위, 중국은 48위, 한국은 49위였다. 국민소득과 행복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뒷받침한 조사들이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1위인 미국은 거의 모든 조사에서 하위권에 머물러 GDP 등 국가 경제순위와 행복지수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은 소득이나 소유와 비례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일까. 미국의 유명 경제학자 폴 사뮤엘슨에 따르면 행복의 크기는 가진 것(소유ㆍ소득)을 욕망으로 나눈 수치다. 곧 가진 것이나 벌이가 늘어나면 행복의 크기가 커지는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벌이가 늘어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행복을 키울 것인가. 사뮤엘슨의 이론에 따르면 욕망을 줄이면 되는 것이다. '잘 살아 보세'라는 1970년대 구호가 새삼스럽게 이번 대통령 선거에 등장한 것도 전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하는 전략이었고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 당시를 더 희망이 있는,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국민소득은 1977년에 1,000달러를 돌파한 뒤 2007년에 2만달러를 돌파하면서 최단기간에 20배로 국민소득이 늘어났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행복하다는 느낌을 갖기 어렵다.

왜 우리나라 국민은 방글라데시나 코스타리코 국민들 보다 행복하지 않을까? 우리가 국가모델을 삼고 싶어하는 선진국들의 행복지수가 현저히 낮다면 행복정부에서는 더욱 심각하게 고심해야 한다. 덜 배워서? 덜 벌어서? 답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안다.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을 살펴보면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론이 있다. 사실 그렇다. 우리 사회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참으로 상대주의적인 문제다. 특히 자본주의가 진행됨에 따라 나타나는 부의 양극화가 가장 큰 이유이다.

더 나은 국가와 가정의 미래를 위해 함께 만들어 왔는데 갈수록 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자식들이 살 길이 막막한, 노후가 캄캄한 상실감은 분명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주요인이 될 것이다. 경제학자들도 경제성장이라고 해봐야 소수의 부자들에게만 그 열매가 돌아갈 뿐 다수의 시민들은 그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어두운 경제전망의 2013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우리 나라는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더욱 커져서 상대적 박탈감이 많은 사회가 되었다. 역설적으로 함께 가난한 것이 동질감을 확보하고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려는 미래를 공유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정리결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라도 분노의 시대에서 행복의 시대로 전환을 위해서는 혜택 받은 소수가 걷어차 버린 사다리를 정부가 사다리를 다시 만들어 주는 정책수립에 몰두해야 한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민의 배 고픔을 해결하는데 기여한 바가 있다면, 금번 박근혜 당선인은 소외된 국민의 배 아픔을 달래고 풀어가야 할 것이다. 당시에는 다같이 배고파 국민들간의 동질감과 행복지수가 더 높았을 수 있다는 지적을 살펴보면 더욱 정책수립에 고심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단지 GDP 성장률이 3%에서 5%로 오른다고 해서 단순히 행복해 지기에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당선인은 금번 인수위를 통해 공약을 다시 면밀히 재검토 해보기를 바란다. 공약의 경중과 실행의 선후를 잘 가려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새 정부의 정책이 초기에 연착륙할 수 있다. 막연한 무상복지의 과다는 더 나은 국가의 미래를 보여주지 못해 행복지수를 떨어뜨릴 것이며, 부의 편중을 방치하는 것은 상실감을 높여 행복지수를 떨어뜨릴 것이다. 원칙과 신뢰를 중요시하는 박 당선인으로서는 공약을 손 보거나 번복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선거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지키는 게 원칙이고 또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재원이다. 세금징수액은 줄어들고 있는데 공약에 필요한 재정예산은 늘었다. 유세 당시에는 물론 증세 없이,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 축소 등으로 조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변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다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선순위로 두고 간다면 반드시 두 가지만은 집중하기를 바란다. 교육격차 개선, 노후격차 개선을 통한 상실감의 극복이 바로 그것이다. 당선을 두고 경쟁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이제 당선이 결정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모든 카드를 다 고민해 봐야 한다. 막막한 재원마련에 있어 반대측의 공약을 필요시 검토하고 도입하는 지혜와 제시했던 공약의 허구성 여부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하고 그 가운데 오류를 빠르게 실토하고 수정하는 솔직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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