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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 노상훈, 제작 KBS미디어/MI Inc.)에서 계약직 신입사원 정주리 역을 맡은 정유미가 담백하면서도 진솔한 내레이션으로 시청자들에게 잔잔함 울림을 주고 있다.
정유미의 내레이션은 드라마 후반부에 매번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차분한 톤의 내레이션엔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숨은 뜻이 담겨있다. 기대와 희망을 품다가도 현실의 벽을 이내 실감하는 계약직 신입 정주리의 독백. 정유미의 내래이션이자 독백은 수많은 젊은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대변한다.
그녀의 내레이션은 드라마 속 명대사로 꼽히며 블로그와 SNS 등으로도 급속 확산중이다. 지난 6회 ‘그 많던 월급은 누가 다 먹었을까’에 나온 내레이션 한 토막. ‘다음 달 월급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날을 버텨야할까.’ 주말에 작은 셋방에서 컵라면을 혼자 훌훌 거리며 먹고 있는 주리의 모습을 배경으로 ‘버티고 버티다 보면 월급은 또 나오겠지’란 독백이 이어진다. 이 때 주리의 집 앞까지 찾아온 손님 무정한(이희준). 찢어진 짝퉁백 ‘럭쉬퉁’을 수선해 전해주러 온 착한 남자다. 그런 정한에 고마움과 설렘이 뒤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리. 하지만 정한은 단순히 호의를 베푼 착한남자일 뿐이다. 또다시 내레이션이 흐른다. ‘월급이 나오면 또 내일은 버티겠지. 하지만 슬픈 진실은 버텨봤자 우리는 오늘도 다시 제자리라는 것.’
늘 그렇듯 정유미의 내레이션은 마지막이 하이라이트다. 극중 정주리는 실수투성이에 당하기만 하는 속없는 계약직 신입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울분이 가득한 상처 많은 청춘이다. “똥인지 된장인 지는 찍어 먹어봐야 안다”, “그 하찮은 전구에도 급이 있다는 것”, “펭귄과 공룡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누가 펭귄이고 누가 공룡인지는 붙어봐야 아는 법”등 계약직의 현실을 적절한 비유와 직설화법으로 통렬하게 꼬집는 이가 정주리다.
정주리이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내레이션. 정유미의 진정성 어린 화법과 극중 정주리라는 현실적인 캐릭터가 맞물리면서 효과가 극대화하고 있다. 극중 코믹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잠시 생각할 여유를 주는 장치로도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덕에 ‘직장의 신’은 가볍기만 한 코믹물과는 다른 차원과 품격을 보여준다.
정주리는 하는 일마다 실수를 저질러 해결사 미스김을 출동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안쓰럽다 못해 보듬어주고 싶은 캐릭터다. 학벌도 ‘빽’도 내세울 것 하나 없는 그녀는 다세대 주택에 세 들어 살며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는 동시에 잔고가 바닥나는 88만원 세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요령을 피우기는커녕 순진하게 이용만 당하고 제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해 동정심마저 유발한다.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 정주리. 주리가 처한 상황과 주리의 행동과 대사 하나 하나가 모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엔 힘이 실린다. 어쩌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124개의 자격증을 소지한 미스김이 아니라 정주리 일 지도 모른다.
매회 시청률이 상승하며 시청자 공감을 얻고 있는 KBS 2TV ‘직장의 신.’ 포복절도할 로맨틱 생존 코미디,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와 진한 감동을 담고 있어 더욱 화제가 되는 2013년 대한민국의 공감 드라마로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를 더하고 있다.
사진=KBS미디어/MI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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