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직장의 신’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 촌철살인 말.말.말.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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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원하는 정규직 자리를 거절한 것도 모자라 ‘노예’가 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하는 여자. 국내 최초의 자발적 계약직 미스김(김혜수)의 어록이 화제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말들을 대신 빵빵 터뜨려주니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간다. 그야말로 미스김 어록은 직장인들의 ‘워너비 유행어’인 셈이다.

지난 16일 방영된 KBS 2TV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 노상훈, 제작 KBS미디어/MI Inc.) 6회분에서 황갑득 부장의 정규직 채용 제안을 단 칼에 거절해버린 미스김. “노예가 될 생각이 없다”는 그녀의 답변은 직장인들의 속마음을 그대로 뱉어버린 말로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멘트였다.

상황 상황마다 내뱉는 촌철살인의 대사. 때로는 허를 찌르고 때로는 무릎을 치게 만들며 때로는 포복절도하게하고 때로는 마음 한 구석을 찡하게 만드는 미스김의 대사가 어록으로 회자되고 있다. 첫 회부터 지난 6회 방송까지 꼼꼼히 챙겨 본 시청자들이 ‘명대사 모음’, ‘미스김 어록’ 등의 이름을 붙여 블로그와 SNS 등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것. 이에 ‘다만체’를 활용한 미스김처럼 말하기 등 미스김 따라잡기 열풍까지 가세하고 있다.

미스김은 어떤 인물인가. 먼저 복장. 촌스러운 머리망 끈에 단벌 신사나 다름없이 정장 한 두벌로 출근하는 미스김에게 옷이란 ‘전투복’이다. “전쟁터에선 이 전투복 하나면 충분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면접에선 어떤가. “싫으시면 그냥 정규직 직원 세 명을 쓰시면 됩니다. 하지만 그 세 명분의 월급이 아까우시면 그냥 저 하나만 쓰시면 됩니다. 그럼 삼개월동안 본전은 충분히 뽑고도 남으실 겁니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대단한 패기의 소유자다.

미스김에게 회식은 테러 행위다. “몸 버리고 간 버리고 시간 버리는 자살테러”라고 회식을 정의하는 그녀. “저처럼 소속이 없는 사람이 회식에 참여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라며 당당히 회식자리를 거부한다. 처우는 다르게 하면서 회식자린 강요하는 이율배반적 현실을 바로 꼬집는 이가 미스김이다.

그녀에게 회사란 “생계를 나누는 곳이지 우정을 나누는 곳이 아니고, 일을 하고 돈을 받는 곳이지 예의를 지키는 곳이 아니다.” 업무 분담에 대해선 “쓸데없는 책임감 같은 걸로 오버했다간 자기 목만 날아가는 것. 팀장님은 팀장님 업무에 충실하십시오”라며 확실히 선을 긋는다. 사내 연애에 대해선 “밝히는 수컷들과 속물적인 암컷들이 하는 불공정 짝짓기”라고까지 말하는 그녀. 러시아 바이어에겐 짧고 굵었던 “시라시바” 한 마디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그녀의 발언에 어느 누구도 쉽사리 반박하지 못한다. 그녀가 내뱉는 말 속엔 진실, 혹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을 ‘노예’라 말하는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 계약직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1분마다 생존인 해녀들에게 당신들처럼 거창한 우정을 나눌 여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저 다음 사람을 위해서 전복을 덜 따는 게 우리로서의 작은 의리입니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미끼가 되기보다, 아등바등 남의 것을 차지하고자 욕심내기보다 다음 사람을 위해 계약연장을 하지 않는 3개월 계약직을 택했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금속성의 차가움조차 느껴지는 그녀. 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을 것 같은 그녀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동료들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미스김은 그런 사람일 것이다. 실은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누구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 화재현장 입구에서 “들어가야 해요. 도와줘야 해요. 이대로 나뒀다가는 다 죽어. 내가 도와줘야 한다고”라고 애타게 외쳤던 미스김이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본명을 쓰지 않고 미스김으로만 살아가는 미스김. 자신의 과거일지도 모르는 햇병아리 계약직 신입 정주리(정유미)에게 “너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건 말라비틀어진 네 몸뚱이”라고 독하게 일침을 가하는 그녀가 겪은 시련과 상처가 어쩌면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이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미스김은 평소 과묵한 편이지만 할 말은 정확히 하고 보는 여자다. 대화할 때는 반드시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감정의 동요가 느껴지지 않는 침착하면서도 사무적인 톤으로 또박또박 하고자 하는 말을 요점만 간단히 말하는 것도 미스김만의 특징이다. 현실 속에서도 미스김처럼 말한다면 면접은 물론이고 그 어떠한 비즈니스에서도 효과 만점일 듯. 게다가 단어 사용까지 남달라 한 마디 한 마디가 뇌리에 박힐 정도로 강력하다. 미스터리한 여인이란 설정도 미스김 대사에 유독 귀 기울이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유쾌 통쾌 상쾌하면서도 진한 여운과 감동이 남는 2013년 대한민국 직딩 생존 로맨틱 코미디 ‘직장의 신.’ 그 명대사는 오는 22일(월) 밤 10시 KBS 2TV 직장의 신 7회 방송에도 어김없이 나온다. 
 
사진=KBS 미디어/MI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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