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당신 어디에 있는 거예요? 춥지는 않아요? 아빠 보고싶어요” 어제 인천 강화경찰서에서 자살하려는 김씨를 구하려다 순직한 고 정옥성 경감의 추모 동영상이 상영되자 유가족들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두 아들은 상복을 입은 채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참았지만 끝내 뜨거운 눈물을 떨구었다. “새우 먹고 싶다”며 응석문자를 나눈 쌍둥이 딸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었다. 부인도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고인의 칠순된 어머니는 먼저 떠나는 아들의 영정 앞에 국화꽃을 헌화하며 목메어 울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칠흑같이 어둡고 차디찬 밤 바다속으로 뛰어든 정든 동료를 떠나 보내는 동료들의 조사도 이어졌다. “누군가는 너를 보고 바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너는 진정 대한민국 13만 경찰의 대표였다”며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작지만 큰 영웅 옥성아 편히 잠들거라”
이날 시신없이 엄수된 고인의 영결식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씨의 시신은 사건 발생 이틀만에 발견됐지만 정 경감의 시신은 50일 가까이 이어진 수색작업에도 찾지 못했다.
정 경감은 1991년 청와대 경호실 지원부대인 서울경찰청 101경비단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한 뒤 22년간 경찰청장 표창 등 27차례에 걸쳐 표창을 받은 우수 경찰관이다. 그런 정 경감을 우리는 영혼이 이승에 머물다 저승으로 떠난다는 49일만에 보냈다.
어머니는 아들을 눈에 묻었고 부인은 사랑하는 남편을 가슴에 묻었다. 어린 아이들에겐 꿈속에서만 볼 수 있는 아빠로 남게 되었다.
자살을 말리는 경찰관의 선행은 또 이어졌다. 지난 15일밤 10시 30분에 서울 중부경찰서에 한 여성으로부터 “친구가 자살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부모의 별거와 대입 실패 등으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자살하려던 재수생 김양의 위기 상황을 감지했다.
휴대전화를 집에 둔 것으로 확인돼 위치 추적도 안되는 상황에서 경찰은 즉각 김양의 동선(動線)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내린 것 같다”는 신고자의 단서 하나만 갖고 오후 8시쯤 신당역 개찰구를 통과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신속히 강력팀과 실종수사팀, 지구대 등 관내 50여명의 경찰력을 총 동원해 신당역 일대 모텔 등 숙박업소등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 대부분 호텔과 모텔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출동에 나선지 1시간이 지난 오후 11시50분경 신당동의 한 모델에서 자살을 기도하던 김양을 발견했다. 김양은 청테이프로 출입문과 창문을 모두 막고 미리 준비한 냄비에 번개탄 5개를 올려놓고 불을 피우며 자살을 기도하고 있었다. 방안에서 김씨가 미리 산 수면유도제 1갑도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다시는 자살을 않겠다”는 김양을 NGO단체 및 보호자에 인계했다. 서울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경제불황과 가정문제 등으로 자살률이 계속 높아진 가운데 신속 대응으로 한 생명을 구하게 돼 기쁘고 시사하는 바도 큰 것 같다”며 “추가 자살 시도를 막으려고 ‘생명의 전화’ 등 관련 단체에도 연락해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위험에 처한 시민을 구하려고 단 1초도 주저치 않고 바다에 온 몸을 던진 고 정옥성 경감의 살신성인에 깊은 애도와 함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정 경감의 시신이 하루빨리 찾아 지길 바란다. 아울러 신속한 대처로 귀한 생명을 구한 경찰관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세계 경기 대침체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OECD 회원국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 국가다. 자살 시도자는 전국적으로 한해 3만 내지 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번이라도 자살을 하려 했다면 또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삶의 벼랑’끝으로 내몰린 이들에게 조그마한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면 자살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통계도 있다.
한강 다리 5곳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로 지난해만 163명의 목숨을 구했다. 자살하려다가도 “마지막으로 전화나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을 갖게 해 의외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내건 ‘100% 국민행복시대’가 열릴려면 민관 합동으로 촘촘한 그물망 복지가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해 보인다.
“당신 혼자 낯선 곳으로 가게 해서 미안해. 내가 많이 지치고 외로울 때 소리 없는 바람처럼이라도 우리 곁에 왔다 가줘요. 여보 사랑해…”
고 정옥성 경감 부인 곁에서 슬픔을 나눠 온 경찰관이 편지로 옮겨 쓴 ‘하늘로 부치는 편지’에는 부인의 애절한 심경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LG 그룹 5억원 등 각계 각층에서 유가족들에게 위로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 곁에 조금만 관심만 기울인다면 이런 애간장을 녹이는 안타까운 현실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그것이 먼저 떠나는 정 경감이 이 땅에 전하는 메시지이다. 또한 남은 우리가 유가족들을 돌보고 열악한 환경속에서 불철주야 민생치안에 여념이 없는 경찰관들의 처우를 개선해주는 것이 정 경감에 대한 우리들의 몫이자 도리다.
[재경칼럼] 바보가 아니고 영웅이십니다
조그만 관심이 귀한 생명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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