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재경칼럼] 뉴스타파는 찌질이 언론이 아니다

◆ 최고 군주 말엔 영이 서 신하가 두려워 해야한다

지난 22일 조세피난처(tax heavens) 기자회견장은 한시간 전부터 붐비기 시작해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운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발표결과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뉴스타파)가 공동 취재한 결과, 버진 아일랜드와 쿡 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들은 모두 245명으로 확인되었다. 이중 한국 주소를 기재한 사람이 무려 159명으로 드러났다. 한국인들은 역시 용감무쌍했고 대담하기 까지 했다.

몰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절대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철썩같은 자기 믿음 때문이었을까. 지금까지 발표된 자료와 정황들을 봤을 때 후자에 방점을 더 두고 싶다.

물론 조세피난처에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무조건 나무랄수 는 없다. 하지만 배부된 증거자료와 회견후 필자와의 대화를 통해 종합해 보면 단번에 검은돈을 은닉하기 위해 설립한 유령회사라는 의혹을 떨칠수가 없었다. 특히 한명이 5개 이상의 법인을 설립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245명의 한국인들이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시기는 지난 1995년부터 2009년에 걸쳐 있고 2007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페이퍼 컴퍼니가 집중됐다. 명단가운데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 총수와 총수 일가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고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 국민 성금으로 운영중인 뉴스타파는 절대 찌질이 언론이 아니다

뉴스타파가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매주 한 두 차례씩 한달여간 공개할 예정이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애타는 한달이 될 것 같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일부 언론들은 한 번에 발표하지 않고 찔끔찔끔 발표하는 것은 뉴스타파가 이번 기회에 뉴스의 중심에 서서 언론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 위한 저의가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단언컨대 절대 아니다. 이유는 두가지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ICIJ가 버진아일랜드에 은닉한 검은돈 주인 명단을 발표했고 20일후인 24일 리스트 명단에 나온 한국인들의 주소가 대부분 서울이고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설명해줄 비영리 한국 언론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연합뉴스와 인터뷰해 국민들의 관심이 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달여만에 한국 뉴스타파가 ICIJ 본부가 있는 미국을 방문해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영문 이름과 주소 등 달랑 몇가지 단서만 가지고 심층취재를 통해 발표한 것은 가히 놀라왔다. 탐사보도 경력 전문가들이 아니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짧은 시간이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국민들의 궁금증을 하루라도 빨리 풀어주기 위해 통상 6개월에서 1년정도 소요되는 예상을 깨고 지금까지 취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확인된 명단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발표한 것이다.

또한 의혹의 중심에 선 본인들과 통화를 하거나 증거 자료들을 수집하기 위해 자택과 집무실을 방문하는 등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부득이 순차적으로 발표할 수 밖에 없었다.

수사권도 없고 지인 후원금 등을 의지하면서 열악한 탐사 환경속에서도 해외를 오가며 밤을 세워 단기간에 이뤄낸 성과물로 찬사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찌됐든 향후 한달정도면 전모가 드러날 것이라고 하니 모처럼 국민들의 갈증을 축여줬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역외탈세를 뿌리 뽑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더욱 그랬다. 김덕중 국세청장도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수영 OCI 회장 부부 등 재벌가의 조세피난처 페이퍼 컴퍼니 설립과 관련해 내용을 분석해 탈세 혐의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 국세청은 조세시효가 끝나지 않은 재벌가들을 검찰에 고발해야 된다 

독립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와 ICIJ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수영 OCI 전 경총회장과 조중건 대한항공 부회장, 조욱래 DSDL 회장 등 재벌 총수 일가의 조세피난 행각은 상상 이상이었다. 서류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설립해 해외에서 수백만 달러의 호화 부동산을 구입하는 가 하면 세금없이 자녀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대물림도 서슴치 않았다.

SBS는 어제 국세청이 지난 2008년 CJ그룹 세무조사를 하면서 국내 차명계좌 500개를 동원해 이재현 회장의 차명재산이 3천억대에 이른다고 단독 보도했다. 당시 CJ그룹은 서둘러 차명재산을 신고하고 실명 전환에 따른 양도세 등 1천 700억원 가량의 세금을 자진납부했었다.

하지만 국세청은 세무조사 사실을 그간 미공개했고 검찰에 고발도 하지 않았다. 상속이나 증여는 고발한 선례가 없고 형사처벌하기도 쉽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뉴스타파가 기자회견을 하기 하루 직전인 21일 CJ그룹 본사와 오너 일가의 미술품이 보관돼 있는 CJ 인재원 등을 압수수색 했다. 22일에도 검찰은 서울지방 국세청을 압수수색해 지난 2008년 이후 CJ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전달받았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세무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CJ 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를 캐고 있는 데 조세피난처의 은닉자금도 포함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특히 검찰은 CJ그룹이 홍콩 등에서 설립한 수십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비자금을 조성한 뒤 국내로 유입해 사용하고 이를 다시 국외로 반출해 온 조세포탈 의혹 등을 집중 파헤치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 2008년 CJ그룹 세무조사를 한 것을 바탕으로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금번 검찰의 압수수색을 어떻해 해석해야 될까.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기자회견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회견 하루전에 전격 압수수색이라니. 윤창중 성 스캔들과 비영리 민간단체의 조세피난처 회견을 희석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는 대목이다.   

어찌됐든 국세청의 2008년 CJ그룹 세무조사는 부실조사와 오너 일가의 봐주기식 의혹에 휩쌓이고 있다. 국세청이 당시 세무조사를 하면서 검찰에 고발만 했어도 이런 사태는 미리 예방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검찰은 이번 CJ 그룹 수사를 통해 당시 국세청 직원들의 직무유기 부분을 철저히 가려내여 일번백계 해야 된다고 본다.

국회도 이번 CJ 그룹 사태에 대해 법의 허점이 없는 지 서둘러 검토해야 된다. 재벌 총수 일가와 고액자산가 대부분은 부정한 방법으로 은닉한 재산을 ‘세금없는 대물림’을 통해 상속과 증여를 하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세청은 그저 상속·증여시 탈루세금 부과를 관행적으로 해왔고 검찰고발은 단 한건도 하지 않았다고 하니 국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이제라도 국세청은 그간 재벌 총수들의 상속·증여부분에 대해 조세시효가 끝나지 않은 사건들을 적극적으로 챙겨서 추가 탈루 세금을 징수해야 된다. 

◆ 이땅엔 부패전쟁에 미친 강단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40년간 해외로 빼돌린 금액 890조원, 국경을 허문 탈세……. 혹시, 카다피 정권이나 무바라크 정권과 같은 외국의 독재 정권들이 수십 년간 스위스 비밀계좌에 숨겨둔 비자금을 합한 금액은 아닐까? 알고 보니 놀랍게도 한국 부자들의 자랑스러운(?) 이야기였다. 조세 피난처에 은닉한 검은 돈 규모가 중국 1조1,890억 달러(1,362조원)과 러시아 7,980억 달러(914조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나라가 한국(890조원)이다.”

금년 1월초에 발간된 <싸이 대통령>에 나오는 대목으로 조세피난처에 재산을 은닉한 사회 지도층을 다루고 있어 요즘 서점가에서 시선을 끌고 있다. 책 표지에는 “과거 산업화 50년간 독버섯처럼 뿌리 내린 부정과 비리의 먹이사슬! 향후 50년은 부패전쟁에 미친 싸이 대통령을 원한다!”고 되어 있다.

요즘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장희빈)이 인기 프로다. 프로에서 숙종은 원래 권력은 나누어 주고 경쟁시키는 것이며 최고의 군주는 신하들이 군왕과 군왕의 선택을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정·부패없는 깨끗한 정부를 위해 매 정권마다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를 척결키 위해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별검사제, 지하경제 양성화 등 조세정의 확립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감사원과 검찰, 국세청 등 사정당국은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국정 철학을 충실히 따랐으면 한다.

지난 칼럼에서도 밝혔듯이 박 대통령은 재임기간 내내 국경을 넘나들며 부패전쟁에 미친 강단있는 ‘싸이(psy) 대통령’이 되어주길 거듭 바란다. 

아울러 이번 뉴스타파의 기자회견은 윤창중 사건으로 실추된 정부를 살려준 셈이다. 뉴스타파의 현재 후원자는 28,736명이며 회견당일 방문자수만 147,106명이다. 

조세 정의를 세우고 세상을 맑고 밝게 하는 마중물 역할을 위해 뉴스타파가 나선 것이다. 국내 언론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는 뉴스타파의 선전을 국민과 함께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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