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그렇게 메르스는 볼드모트가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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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드모트 a.k.a '이름을 불러선 안 될 그 사람'
볼드모트 a.k.a '이름을 불러선 안 될 그 사람'
볼드모트 a.k.a '이름을 불러선 안 될 그 사람'

"그의.... 그의 이름을 불러선 안돼." - 네빌 롱바텀, 소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中

해리포터 시리즈 최강이자 최악의 적 볼드모트, 그는 죽음과 두려움의 상징이다. 강력하고 잔혹한 어둠의 마법사였던 탓에 보통 마법사들은 그의 이름을 직접 부르지도 못 했다. 볼드모트의 머릿글자를 적기만 해도 벌벌 떨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이름을 말하는 해리 포터를 이상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것이 볼드모트가 남긴 상처를 치료하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데도 말이다.

메르스에 의한 전 세계 사망자 수는 500명 정도다. 국민들은 치사율이 높은 해외 질병에 발병 초기엔 안일함을, 나중엔 공포를 보였다. 치명적인 질병은 항상 한국을 비껴가거나 조기에 진압되었기에 이처럼 전국적인 감염은 처음 겪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의료진은 국내 치사율은 8%가 채 안되며, 노약자나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 외엔 감염이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두가 젊고 건강한 것은 아니기에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에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메르스란 공포스러운 말을 우리말로 바꾸면 안 되겠느냐."는 발언을 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 불안감으로 인해 국가 경제가 침체되는 것을 유려해서 한 발언이었겠지만, 별다른 공감을 얻진 못한 것 같다. 당장 감염자가 속출하고 격리자가 3천 명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명칭을 바꾸는 건 도움이 안 되는 게 분명하기에 냉소만 받고 말았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 (김천)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 (김천) "지금 농담이었다고 하면 안되겠지...?"

일본 신앙에 '언령(言令)'이란게 있긴 하다. 소리 내어 말한 언어가 현실에 영향을 준다는 사상인데, 좋은 말을 하면 좋은 일이 일어나고, 불길한 말을 하면 흉사가 일어난다는 믿음에서 나온 거다. 결혼식이나 종교행사 등 길한 날엔 위험하거나 천박한 단어 사용을 피했고, 덕분에 신토(일본의 토속 신앙)과 관련된 아름답고 엄숙한 문학적 표현이 늘기도 했다.

한국 역시 "말이 씨가 된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말조심 강조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피휘(避諱)'사상이다. '휘'란 죽은 사람의 생전 이름이며, 피휘는 죽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죽음을 통해 신이 된 선조를 공경하고 조심하기 위한 풍습이었는데, 나중엔 의미가 확대돼 임금이나 높은 관직에 있는 자의 이름까지 사용을 금했다.

이외에 악인이나 원수의 이름 등 악명(惡名)을 쓰지 않는 피휘법도 있었다. 비슷한 게 태풍 작명법인데, 미군이 기상정보를 분석하면서 태풍이 여성처럼 순해지라는 의미로 사라, 루사 등 여성의 이름을 붙인 게 시초다. 1978년 이후 남녀 차별 사례로 지목 되어 여성 명칭만 붙이는 게 금지되긴 했지만, 지금도 나비, 수달, 매미, 두리안 등 온건한 이름을 쓰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신앙은 그저 신앙일 뿐이다. 메르스 이름을 '감기'로 바꾸는 것보단, 바이러스를 완전히 종식하는 게 국민을 안심시킬는 데 우선할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의원의 말처럼 메르스를 메르스라 부르지 않으면 볼트모트처럼 '이름을 불러선 안되는 그 질병'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별명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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