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폭락은 대부분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에서 시작된다.
이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례는 2000년대 초반의 '닷 컨 버블 붕괴'다. 인터넷이란 개념은 당시엔 '데우스엑스마키나'같은 존재였다. 인터넷 환경만 제대로 정착하면 인간은 무한한 지식을 얻게 되고, 타인과 긴밀한 소통이 가능해지며, 시간과 공간, 언어적 제약을 뛰어넘은 초인적 존재가 될 거란 장비빛 전망이 범람했다. 신생 인터넷 기업들은 사업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않은 채 인터넷을 그저 새로 뚫린 고속도로처럼 피상적으로, 혹은 순간이동 기계처럼 환상적으로 선전했다. 그럼에도 대중의 기대와 수요는 넘처 분에 넘치는 수익을 얻는 게 가능했다.
인터넷 네트워크를 찬양하는 전망이 근거 없는 주장인건 아니었다. 2010년대에도 인터넷은 무궁무진한 성과를 내는 수단 중 하나니까 말이다. 다만 당시 인터넷 환경의 현실이 이상과 달리 지나치게 열악했다는 게 문제였다. 1999년 미국의 인터넷 망은 56k 모뎀이나 케이블 선 위주였고, 인터넷 속도도 매우 느렸다. 기업은 PC에 앉기만 하면 영화나 음악, 책, 온갖 지식과 서비스를 순식간에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처럼 홍보했지만, 영화 한 편을 찾아서 다운로드받으려면 하루 이틀이 걸리는 게 당시 과도기 네트워크의 한계였다.
닷 컴 붐을 타고 성장했던 수많은 벤처기업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객 불만에 시달렸고, 2000년 말기에 스스로 파산이나 도산의 길을 선택했다. 당시 가장 규모가 큰 인터넷 사업자였던 AOL은 1,000억 불이 넘는 주가를 기록할 정도록 성장하며 세계적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와 합병 전망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주가 폭락이 시작된 후엔 AOL도 추락을 멈출 수 없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5배 넘게 폭등한 나스닥은 5,000대에서 1,000천대 초반으로 폭락해 4조 달러가 넘는 자산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실질 국민소득 증가율은 5%에서 2.45%로 반토막이 났고 반면 실업률은 3.97%에서 5.99%로 늘었다. 구글, 페이스북 등 현 IT업계를 주도하는 기업도 처음 등장했을 땐 '닷 컴 버블'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정도로 폭락 의 여파는 컸다.
이상과 현실 간 괴리는 한국에서도 재연된 바 있다. IMF 외환 위기 사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당선 후 한국 외환보유액이 매년 300억 달러를 유지할거라 장담했으나, 이후 밝혀진 외채 1700억 달러는 겉으로 드러난 번영을 무색케 했다. 겉보기에 한국 경제는 훌륭했다. 연간 경제성장률은 7~9%를 유지하며 고공행진했고, 내수경기도 안정적이었으며, 실업률은 통계를 낼 필요를 못 느낄 정도로 낮았다. 경기 호황 덕에 투자 역시 활성화됐는데, 주가 폭락 직전인 1996년에도 전년대비 30%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을 정도였다.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한 채 이상만 바라보고 현금을 날렸던 셈이다. 결국 1997년 감춰져 있던 경제의 취약점이 드러났고, 여기에 정경유착, 부정부패, 방만경영 등이 겹쳐 한국은 IMF로 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중국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매력을 가진 대상이다. 200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 열풍은 아직도 식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중국에 성공 기회가 있을 거라 믿고 중국어를 배우고, 사업 진출을 하며, 투자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 역시 소득 불균형과 열악한 산업 인프라로 인한 내수 경기 침체, 기업의 기술개발(R&D) 역량 부족 등 체질적 문제가 남아있다. '묻지 마 투자'를 타고 쏟아져 내리는 자본은 흉터는 가려져 보이지 않게 만들었고, 실질적 기업 가치로 이어지지 않는 투자행위는 중국 경제의 기반을 곪게 해 주가 폭락의 원인이 됐다.
재니 캐피털 마켓의 IT 분석가 댄 원트로프스키는 마켓워치에 "나스닥이 2000년 3월의 정점에서 주저앉던 때와 최근의 중국 증시 양상이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고 말했다. "상하이 증시가 더 주저앉을 수 있다는 판단" 즉"궁극적으로 지수 하락만으로 끝날 사안이 아닐지 모른다"라는 우려다. 닷 컴 붕괴 이후 살아남은 벤처 기업은 채 30%가 되지 않는다. 19세기 이후 겨우 잠에서 깨어난 호랑이는 제대로 세계를 호령해보지 못한 채 종이 인형이 돼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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