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역설, 국가주의 추종하게 된 신자유주의와 개인주의

-

국가주의 쫓아냈던 자유주의, 이젠 기꺼이 내셔널리즘을 추종하기 시작했다.

한국 경제는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아 미국과 유럽에 비하면 충격이 적은 편이다. 미국의 극심한 빈부격차, 남유럽의 경제 몰락 같은 '진짜 위기'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증시 거품이 꺼질 거란 우려와 국내 대기업의 매출 부진, 내수침체 장기화가 이어지며 머지않아 '그리스 꼴'이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이 같은 경제위기의 원인을 '신자유주의의 폐단'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국가 경제정책을 살펴보면, 오히려 국가계획경제에 가까울 정도로 시장에 개입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4대 강 사업이나 자원외교 등은 기업 차원에선 엄두도 내지 못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정책이었고, 기업이 정부에 의존해 수익을 도모하는 모습도 다수 관측할 수 있었다.

이번 엘리엇 사태에서 연금공단 등 국가기관이 대주주 자격으로 삼성물산 합병 안에 손을 들어준 것 역시 국가 개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 행정상 주류 개념 중 하나인 '신관리주의'는 민영화와 민간위탁, 경쟁과 고객 서비스 지향을 추구하는데, 현 연금공단은 국내 상위 기업 주식을 다수 보유하고 사실상 정경유착과 다를 바 없는 주인 행세를 하고 있어, 신관리주의에 반대되다는 거다.

주목해야 할 건 엘리엇 사태에 '국가주의적' 면모가 보인다는 점이다. 삼성은 광고에서 "한국 대표기업으로서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의 극대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며, 일부 투자자를 제외한 국민 대다수도 엘리엇을 삼성이 아닌 '한국의 적'으로 인식했다. 국내 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이 해외 펀드에 의해 피해를 입는다면 개인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기 때문이다. 내셔널리즘적이지만 자유주의적이기도 한 반응이다.  

이와 같은 모습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다른 국가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신냉전 구도를 형성해가고 있으며, 유로존은 독일과 그리스를 중심으로 지역단위, 국가단위로 분열할 조짐이 보인다. 한국과 일본은 우방임에도 불구하고 환율을 동원한 경쟁을 멈추지 않으며, 민족 감정으로 대립각을 세워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각 국가 국민 대다수도 이 시류에 동조하고 있다.

이는 세계가 파시즘과 전체주의에 휘둘리던 19세기 초반과는 또 다른 양상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애국심을 강조하고, 선동과 기만을 통해 경쟁국에 대한 적개심을 부채질했던 1∙2차 세계대전, 냉전 시기와 달리, 21세기 인류는 개인의 이득을 근거로 타국에 대한 배타심을 키운다. 이들은 웹과 온라인 환경을 활용해 전 세계 금융과 경제 정보를 직접 수집해 어떻게 하면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냉정히 판단한다. 만약 자신이 부당한 손실을 입게 될 경우 분노를 표하는데 거리끼지 않는다.

20세기만 해도 지식인들은 세계화가 국가간 경계를 허물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론 국가간 무한경쟁이 시작됐고, 개인은 '국익'에 더 집착하게 됐다. 국가가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개인에게 실제적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과거 권의주의와 국가주의를 내쫓았던 개인주의와 자유주의가, 이젠 자발적으로 내셔널리즘을 추종하기 시작한 거다.

새로운 내셔널리즘은 '애국심'이 결여돼 있다는 점에서 과거 국가주의와 다르다. 개인은 이권에 의해 더 작은 조직으로 쪼개질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강하게 불고 있는 '분리주의'가 그 조짐이다.

분리주의는 한국에선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은 흑인 커뮤니티가 밀집된 지역 중심으로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영국은 스코틀랜드에서, 스페인은 카탈루니아 지역을, 이탈리아에선 베네치아 지역을 중심으로 분리독립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분리를 요구하는 배경엔 타 지역과의 인종적, 지역적, 문화적 이질성이 뒷받침하지만, 결정적 원인은 경제적 이권 추구에 있다.

경제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국경의 아노미지수는 나날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 정부와 국민도 이 트렌드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언젠가 총과 포가 '꽝'하고 터질 거라면 섣부른 걱정일까? 새로운 전쟁이 자유주의에 전체주의 중 어느 얼굴을 하고 등장할진 아직 확실하지 않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안녕하세요2 이것은 테스트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2 이것은 테스트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2 이것은 테스트 기사입니다.

국민의 힘 한동훈 제명 확정…계파 갈등 고조

국민의 힘 한동훈 제명 확정…계파 갈등 고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9일 최고위원회 의결을 통해 공식 제명됐다.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강도 징계가 현실화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의 분열과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1심 징역 1년8개월…통일교 금품수수만 유죄

김건희 1심 징역 1년8개월…통일교 금품수수만 유죄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실형을 선고받았다.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다른 주요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으며 특검 구형의 일부만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8일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281만5천원을 선고했다.

트럼프 “한국과 해법 찾을 것”…관세 인상 철회 시사

트럼프 “한국과 해법 찾을 것”…관세 인상 철회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발언은 급격히 냉각됐던 한미 통상 관계에 숨통을 틔워주

미국, 韓에 ‘무역 합의 이행’ 사전 촉구 서한…사전 경고 성격

미국, 韓에 ‘무역 합의 이행’ 사전 촉구 서한…사전 경고 성격

미국이 한미 무역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외교 서한을 지난 13일 우리 정부에 발송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발표한 관세 복원 조치가 사전 예고된 외교적 압박의 성격으로 평가된다. 관련 업계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1차 수신인으로 한 서한을 전달했으며,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

李대통령 “부동산 거품 반드시 바로잡아야"…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재확인

李대통령 “부동산 거품 반드시 바로잡아야"…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재확인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비정상적으로 부동산에 집중된 자원 배분의 왜곡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눈앞의 고통이나 저항이 두렵다고 해서 불공정과 비정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정책 추진에 대한 ‘원칙주의’ 기조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