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5년 만에 보수 역풍으로 돌아오다
5년 전인 2011년 1월14일 튀니지를 25년간 장기 통치해온 벤 알리 대통령이 대규모 군중시위에 밀려 사퇴한 후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이후 리비아, 이집트,시리아, 예멘 등지에서 유사한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다. 오랫동안 독재에 시달려온 이들 아랍국의 민주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서방 등 외부 국가들도 이들의 반독재 봉기를 지원했다.
이렇게 시작된 아랍권의 민주화시위인 이른바 '아랍의 봄'은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기대와는 달리 민주화의 꿈이 무산된 채 오히려 혁명 이전보다 열악한 상황으로 반전됐다. 보다 관용적인 사회와 책임 정치, 많은 일자리 기회, 특권층의 경제 장악 타파 등의 꿈은 사라지고 경제성장 침체 속에 공안세력의 입김은 어느때보다 막강해지고 있다.
여기에 유가 폭락으로 재정수입이 급감하는 가운데 혁명 당시 25%였던 청년 실업률은 30%선으로 오히려 늘어났고, 종파간, 계층간 내분도 전례없이 심화하면서 이슬람국가(IS)등 지하디스트들이 발호하고 있다. 아랍의 봄을 통해 아랍국들이 글로벌 통치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기대됐던 지난 5년간 주요 시위가 벌어졌던 6개국 가운데 튀니지 한 곳을 제외하고는, 재앙적 수준의 내전과 혼란 및 황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튀니지 역시 알리 대통령 퇴진 이후 테러로 정치 및 경제 발전이 방해를 받았으나 이를 극복하고 지난해 미국의 프리덤하우스로부터 '자유국'으로 평가를 받았으며 신헌법을 주도한 민간단체들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랍의 봄이 가져다 준 유일한 성공작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튀니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해핑엔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리비아와 예멘은 사실상 국가가 분열되면서 파벌 무장조직들이 할거하고 있으며 이집트는 오히려 혁명 이전보다 모든 면에서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 역시 종파간 내전과 함께 이슬람의 새로운 극단주의 정치 모델인 IS가 국토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시리아는 아사드 정권의 장기 집권을 타파하지 못한 채 장기내전으로 국토의 상당수가 황폐화하면서 수백만 주민들이 국내외 피난길에 올랐다.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아랍의 봄 5주년을 평가하는 가운데 '희망으로 시작했던 아랍의 봄이 5년만에 황폐화로 막을 내렸다'면서 봉기 5년후 결과는 재앙적 수준이라고 지적했으며,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최근호 분석기사에서 아랍 혁명의 반전을 빗대 '아랍의 겨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아랍의 봄은 기대와 달리 제대로 된 지도자도 배출해내지 못했으며 신뢰할만한 행동계획이나 이념 등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반면 기대와는 다른 반전을 통해 아랍국들이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사회적 실체 등을 스스로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울 뿐인 아랍권내의 유대감, 아랍국들의 허약성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 아랍권내 일부 여론주도층이 아랍권의 고통이 미국 등 서방의 간섭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해 온것도 설득력을 상실했다는 평가이다. 아랍권의 고통은 스스로의 허약함이 만들어 낸 것이며 외부세력의 개입도 서방의 의도 때문이 아니라 지역 자체의 취약함이 초래했다는 것이다.
아랍의 봄이 이처럼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 실패로, 그것도 혁명 이전보다 훨씬 악화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인디펜던트는 서방측이 항의와 봉기를 유발한 정치적 요인들을 너무 단순하게 파악하면서 그 결과에 대해 마치 동구국들의 민주화 처럼 너무 낙관적인 기대감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독재자들이 누구로 대체될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코노미스트는 서방의 순진함이 두가지 사실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아랍국들의 취약성으로 제도적으로 대변혁을 수용할 능력이 안됐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기성 권력체제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버틸지는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후자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지칭하는 것으로, 서방은 아사드가 권력을 포기하는 대신 조국의 파괴를 선택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초반 리비아와 시리아 등지의 봉기를 지원했던 사우디 등 걸프 산유국들이 인접 아랍국들의 보수 정권을 지원하면서 아랍의 봄에 제동이 걸린 것도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아랍의 봄은 후반들어 오히려 보수의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바레인은 내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사우디에 지원을 요청했고, 사우디가 인접 예멘사태에 개입한 것도 현상 유지를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을 축출했던 이집트는 거듭된 반전 속에 아랍의 봄이 실패로 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바레인과 이집트는 혁명 이전보다 오히려 시민의 권리가 훨씬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아랍의 봄은 지역의 안정과는 달리 수니-시아파간 종파 분쟁과 IS로 대표되는 지하디스트들의 발호라는 부산물을 가져왔으며 지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아랍의 봄이 무산된 것은 아랍 사회에 많은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아직도 사회적 불만의 토로 채널이 이슬람 종교인 상황에서 거리 시위와 떠들썩한 선거만으로는 민주화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종교적 텍스트 보다는 인권 및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에 부합되는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며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탄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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