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업구조조정, 정국화두로 급부상

김종인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놓고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이 가시화 되면서 정국의 최대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소야대(與小野大)와 3당 체제로 대변되는 국회 재편은 과거와 달리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허용하지 않는 만큼, 기업 구조조정의 주무대가 여의도로 이동하게 됐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선거 승리로 정국 주도권을 잡은 두 야당은 내친김에 기업 구조조정을 두고 정책 경쟁을 벌이면서 이슈 선점을 시도했다. 대량 해고가 수반되는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야권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정책 결정권을 쥔 정부가 '제대로 된' 구조조정 청사진을 제시할 것을 주문하면서 실업급여 지급 금액·기간 확대와 전업(轉業) 교육 등 안전망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 스스로 면밀하게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제대로 된 전반적 구조조정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주길 바란다"며 "그에 따라 우리가 협력할 것은 하고 그렇게 할 자세"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미시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그칠 게 아니라 거시적인 경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또 구조조정 대상자의 교육·재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실업급여 등 금전적 보상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산업구조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 경제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보다 능동적으로 구조개혁 필요성을 국민께 말씀드리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에 참패한 새누리당이 지도부 공백 사태와 차기 지도부 선출을 둘러싼 계파 갈등에 빠져 우왕좌왕하는 사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현안을 먼저 치고 나온 셈이다.

새누리당은 부랴부랴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업 구조조정 관련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원유철 원내대표가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여야 3당의 '민생 6자 회담'을 각각 제안하는 등 만회를 시도했다.

특히 김 정책위의장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에 대해 정부는 물론 두 야당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해 지난해 11월 꾸려졌던 여야정 협의체 이후 약 반년 만에 여야정이 머리를 맞댈 것으로 전망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국회에서 구성하겠다는 것은 우리로선 당연히 환영이고,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20대 국회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게 된 국민의당도 "경제와 안보 등 모든 국정 문제에 대해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는 건 적극 찬성"이라고 주 원내대표가 밝혔다. 더민주는 이재경 대변인이 "여야정 협의체 구성 제안이 오면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더민주의 경우 아직 유보적인 상태지만,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정부·여당은 물론 국민의당도 의지를 보임으로써 3당 체제의 협치(協治)가 가동되는 첫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다만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총론에는 여야의 견해가 일치하면서도 각론에선 이견이 여전해 여야정 협의체가 오히려 3자 구도의 주도권 경쟁만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부·여당은 기업 구조조정에 수반되는 고용 문제와 관련, 19대 국회에서 폐기가 유력해진 노동개혁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20대 국회에서 되살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두 야당은 실업급여 확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두 야당이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게 '총선 민심'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물론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거두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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