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한진해운 사태에 부산항 위기감 고조···"외국선사 지배력 강화되면 국내기업 부담 ↑"

부산항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이에 따른 후폭풍의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함에 따라 부산항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 대부분이 발이 묶이면서 수출화물들이 외국선사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운임이 급등하는 상황 가운데 화물을 실을 배마저 부족하자 수출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부산항 터미널의 한 관계자는 "납기를 지키려고 다급해진 화주들이 다른 선사의 배를 구하고 있지만 돈을 달라는 대로 준다고 해도 실을 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화주는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수십배나 비싼 항공편을 이용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당장의 수송 차질도 문제이지만 추석이 지나고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상선으로는 물동량을 감당할 수 없다"며 "결국 외국 선사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막대한 국부가 외국 선사로 빠져나간다는 의미이다.

연간 2천만 개(20피트 기준)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부산항은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의 75%를 담당하고, 한진해운은 부산항 물동량의 10%를 실어날랐다.

터미널 운영사와 항만서비스 업체들은 한진해운이 없어지면 물량이 줄고, 이는 부산항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걱정한다.

한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세계 1위 선사 머스크가 1만8천개의 컨테이너를 싣는 초대형선을 잇따라 발주하며 운임인하 경쟁에 불을 당겼을 때 중국 등 다른 나라 정부들은 자국 선사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초대형선을 확보하도록 해주었지만 우리 정부는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해운동맹에서 퇴출돼 청산위기에 놓임으로써 머스크의 의도대로 됐다"며 "현대상선이 머스크가 주도하는 해운동맹 2M에 들어가도 제대로 대접을 받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지배력이 강했던 태평양항로에서 마저 2M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부산항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배력이 더 커진 머스크 등은 환적화물 기항지 이전 등을 무기로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들에 대해 가뜩이나 낮은 환적화물 하역료를 더 내리라고 압박할 것이 뻔하고 이는 또 다른 국부유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진해운이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퇴출당하면서 환적물량이 중국이나 대만, 일본 등지로 이탈하면 부산항은 시설 과잉 상태에 빠지고 하역료 인하경쟁이 벌어져 선사와의 하역료 협상에서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으로도 터미널 운영사들은 우려한다.

한 관계자는 "수출입화물은 연간 1천만개 정도로 고정된 상태에서 부산신항 터미널 운영사들은 환적화물로 버티고 있다"며 "환적화물이 줄면 과거 북항처럼 덤핑 경쟁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운영사들이 경영난을 겪어 통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선사들이 부산항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국내기업들의 운송비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고 터미널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국적선이 부족해 외국 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운임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한진해운 경영책임을 묻는 것과 국적선사의 기능과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을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한 관계자는 주장했다.

그는 국가물류망이 무너져 앞으로도 큰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한진이 구축한 시스템과 네트워크는 어떻게든 유지해야 한다며 자금문제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허송세월할 여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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