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칼럼] 정치발전의 5대위기와 대선

정치발전과정에는 다섯 가지 위기가 도래한다는 정치이론이 있다. 이른바 5대 위기설이다. 정체성의 위기, 정통성의 위기, 통합의 위기, 배분의 위기, 침투의 위기가 그것이다.

국가와 국민이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는 위기는 국가와 정부수립 초기단계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이승만 대통령이 이끈 제1공화국에서 이 위기를 거의 극복하였다. 정치권력등장과 정부구성과정에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아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기 어려워 형성되는 정통성의 위기는 우리나라에서 박정희대통령의 제3공화국과 전두환정권의 제5공화국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그 이후 국민직선에 의하여 대통령이 선출됨으로써 이런 정통성의 위기는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나머지 세 가지의 위기는 좀처럼 우리나라에서 극복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선진민주주의 국가들과 같이 정치발전이 경제발전과 사회안정을 선도하는 현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탄핵에 의한 대통령파면으로 종지부를 찍은 박근혜정부에서도 통합의 위기, 배분의 위기, 침투의 위기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국민들을 한 가지이념과 사상에 의하여 하나로 묶는 국민통합은 탄핵과정에서 이미 산산이 조각나버렸다. 지금 수사 중에 있는 청와대가 중심이 된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는 국민을 분화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그리고 탄핵과정에서 촛불집회에 맞불을 놓고자 등장한 태극기 집회는 국민이 두 개로 쪼개지는 파열음을 너무나 크게 내고 말았다.

박정부 집권 1년 뒤 급작스레 만들어진 경제혁신3개년계획은 처참할 정도로 실패하고 말았다. 연간경제성장율 4%, 고용율 70%, 국민소득 4만 불을 목표로 하는 중기계획은 가까이 가지도 못하는 목표수치가 되었고, 가계부채는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하여 가정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고질인 부익부 빈익빈현상 이 개선되었을 리 만무하고, 배분의 위기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무능력하고 소통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정치리더십, 게다가 권위주의 시대의 정경유착이 은밀하게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주요정책이 공무원들과 지방정부에 잘 스며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경제정책과 외교안보정책은 우리나라를 저성장과 고립무원의 국가로 만들어버렸다. 침투위기가 해소될 여지가 없다.

도대체 어떻게 하여 우리나라가 이런 세 가지의 위기에 빠져버리게 되었는가? 정부실패, 정책실패가 일차적 원인이겠지만 여야의 정치지도자와 권력엘리트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이제 새로운 대통령이 되어 보겠다고 출사표를 던지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대권에 드리워진 명예를 탐하기 전에 먼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정치발전의 3대위기를 극복할 자신이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아예 출마의 뜻을 접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 덕이 될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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