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재산 100억 직장인이 '소득 최하위층'…병원비 돌려받기까지

의료보험

재산이 수십억대인 부자 직장인 800여명이 '소득 최하위층'으로 분류돼 의료비 일부를 돌려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이 재산이 많은데도 근로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진료비 본인부담상한제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훈 의원(자유한국당)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억원 이상의 재산이 있지만, 최하위 소득층(소득 1분위)으로 본인부담상한제의 적용을 받아 진료비를 환급받은 직장가입자는 819명에 달했다.

돌려받은 총액은 6억6천만원 가량으로 1인당 평균 80만6천원꼴이다.

재산규모별로는 10억원 이상∼30억원 이하 756명, 30억원 초과∼50억원 이하 46명, 50억원 초과∼100억원 이하 16명 등이며, 100억원 이상의 재산가도 1명 있었다.

이들은 재산이 많지만, 사업장에 다니는 직장가입자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만 건보료를 매기기 때문에 이들이 지난해 직접 부담한 월평균 건보료는 2만5천원에서 많아야 3만원에 불과하다.

2004년 도입된 본인부담상한제는 1년간 병원 이용 후 환자가 부담한 금액(법정 본인부담금)이 가입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책정된 본인부담 상한금액을 넘으면 그 초과금액을 전부 환자에게 돌려주는 제도이다. 예상치 못한 질병으로 갑자기 닥친 막대한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다.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 수준에 따라 본인부담 의료비가 122만∼514만원(2017년 현재)을 넘으면 그 이상은 사전에 비용을 받지 않거나 사후에 환급해준다.

예를 들어 건보료(본인부담)가 월 3만4천420원 이하인 직장가입자는 소득 최하위층으로 평가받아 1년간 자신이 부담한 금액이 122만원 이상이면 모두 돌려받는다.

이 덕분에 월평균 3만600원의 건보료를 내는 직장인 A씨는 무려 104억7천778만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소득 최하위층으로 분류돼 지난해 39만7천910원의 진료비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자신이 1년간 낸 총 건보료보다 더 많은 금액을 환급받은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건강보험공단이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하면서 가입자의 경제적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오직 건보료만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건보료를 매길 때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모두에 부과하지만, 직장가입자는 재산이 아무리 많더라도 고려하지 않고 소득에만 부과한다.

이로 말미암아 고액 재산이 있지만, 근로소득이 적은 직장가입자는 낮은 건강보험료 덕분에 소득 하위층으로 평가받아 더 많은 본인 부담 환급금을 받는다.

김상훈 의원은 "본인부담상한제는 국민 의료비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지만, 50억대, 100억대 자산가를 소득 최하위로 분류해 수십여만원의 진료비를 환급해주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본인부담상한제의 혜택을 받는 환자와 금액은 증가세다.

환급대상은 2010년 65만4천명(4천120억원), 2011년 93만명(5천93억원), 2012년 104만명(5천495억원), 2013년 119만명(6천341억원), 2014년 105만명(5천538억원), 2015년 131만명(1조301억원) 등이었다.

2016년에는 136만명의 환자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조275억원의 진료비를 돌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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