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말을 눈앞에 두고 취임 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한은은 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이주열 총재 취임 이후 대내외 경제는 금리를 인하해야 할 상황으로 흘러갔다.
경기 회복세가 미진했고 대외적으로는 통화전쟁이 확산되던 때였다. 2014년 8월 한은은 이 총재 취임 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연 2.50%→2.25%)했다. 그 후에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자 한은은 두 달 만인 2014년 10월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2.25%→2.00%) 인하했고 이듬해인 2015년 3월 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2.00%→1.75%) 내렸다.
2015년 한은은 6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1.75%→1.50%) 내렸으며, 지난해에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자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내림으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떨어졌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201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호전의 신호이기도 하지만 여러 경제주체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져 1천419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을 건드릴 가능성이 있고 부동산 시장을 통째로 뒤흔들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출 증가에 힘입어 간신히 회복 가도에 들어선 국내 경기에 악재로 작용해 경기가 다시 부진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한은이 지금 기준금리 인상을 강행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6년 5개월 만에 단행된 기준금리 인상의 최대 이유는 경기회복이다.
최근 발표된 국내 주요 경기 지표는 대체로 양호했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3으로 2010년 12월(112.7)에 이어 6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소비 심리도 크게 개선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한 수출 실적(달러화 기준)은 12개월 연속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올해 3.2%, 내년에 3.0%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하는 등 2년 연속 3%대 성장이 실현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실질 성장률은 3%대로 회복해 3년 만에 잠재성장률(연 2.8∼2.9%) 수준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정부 내에 이견이 없는 상태다.

이런 여건 때문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은 이제 경기 회복세가 궤도에 올랐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확신이 금리 인상 단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장기 저금리로 누적된 가계부채 등의 부작용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 중 하나이다.
가계부채는 3년간 362조7천억 원(34.3%) 불어나며 3분기 말 1천419조1천억원에 달했다. 1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93.0%에 달한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금리 수준이 과도하게 완화적이어서 가계부채 급증 원인을 제공했다"며 "이제 과도하게 완화적 수준 통화정책을 이어갈 요인이 크지 않으며 금리 정상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도 고려됐다.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금융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외국인 자본 이탈이 벌어진다면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미 금리 인상이 한은 금리 인상의 첫 번째 요인으로 보여진다"며 "국 "국내외 시장 여건도 한은 결정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실물경제가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됐다.
먼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계가구와 영세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 가계부채 차주(借主)를 네 그룹으로 나눴다. 이 가운데 상환 능력이 부족해 부실화 우려가 큰 'C그룹(한계 가구)'이 32만 가구, 전체의 2.9%다.
한계가구는 가구당 3∼4명으로 가정하면 100만 명 안팎이며, 이들이 보유한 가계부채는 94조원에 달한다.
C그룹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넘는다. 손에 쥔 돈의 40% 이상을 대출 원금과 이자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의미다.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다 못 갚는 셈이다.
금리 인상의 충격파는 이들 한계가구(고위험가구)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받는다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C그룹은 소득이 갑자기 늘지 않는 경우 금리가 오르면 부채 상환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불행하게도 직업 안전성이 낮아 소득 여건이 당장 좋아질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C그룹은 정규직 근로자가 38.6%에 불과하며, 비정규직이 15.1%, 자영업이 33.8%다. 무직도 12.5%다.
금리는 당분간 오를 일만 남았다. 금리 상승이 가파를수록 한계 상태로 내몰리는 가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한계가구는 2만5천 가구 늘어나지만, 대출금리가 1.5%포인트 오르면 한계가구는 6만가구나 증가한다.
금리 인상의 충격파는 한계가구와 함께 영세 자영업자를 덮칠 것으로 보인다. 한계가구(C그룹)는 약 3곳 중 1곳 꼴로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으로 부채 규모가 분석된 자영업자의 실태는 무척 심각하다.

약 150만 명의 자영업자가 빚을 지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생계형 자영업'이 48만 명, '일반형 자영업'이 85만 명이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38조6천억 원, 일반형 자영업자들이 178조원의 빚을 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1인당 평균 부채가 3억2천400만원으로 직장인의 1인당 평균 부채(6천600만원)보다 훨씬 많다. 특히 생계형 자영업자의 경우 규모가 영세해 대출금액은 많지 않지만, 소득이 변변치 못해 연체 가능성이 크다고 금융위는 진단했다.
음식점, 소매업 등을 주로 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는 1인당 8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데다 연 소득은 1천600만원에 불과해 월 100만원 남짓 버는 수준이다. 그나마 수입이 일정치 않아 경기 침체나 상권 변화 등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금리 인상이 한계가구와 영세 자영업자에 더 심각한 이유는 이들의 부채가 상대적으로 악성고금리라는 점이다. 또한 다중채무 비중 역시 73%에 달한다. 이와 아울러 생계형 자영업자 가운데 7∼10등급의 저신용자는 13.8%, 고금리 대출 비중은 14.3%에 달한다.
또한, 금리인상 충격파로 중소기업들이 줄도산의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0.1% 포인트 상승할 때, 중소기업 폐업위험도는 7.0∼10.6%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내년부터 최저임금도 사상 최대로 오르는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면 폐업하는 중소기업이 줄을 이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에게는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기로 한 것도 큰 부담의 한 축이 될 전망이다.
대출 신청액이 1억 원을 넘으면 소득(영업이익) 수준에 맞는지 금융회사가 따져보고 돈을 빌려준다는 것인데 결론적으로는 자영업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정부가 521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 부채 규모를 안정시키고자 내놓은 정책이지만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역설적으로 폐업을 초래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1천4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 금리에 반영되면 늘어나는 가계의 이자 부담만 2조3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통계청의 올해 가구 추계(1천952만 가구)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가구당 가계부채는 7천269만원, 가구당 늘어나는 이자 부담은 18만1천725원이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가계부채가 7천만 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2007년 말 665조원에서 거의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가계부채가 이같이 급증한 가운데,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대출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 위험가구 중심으로 연체가 늘고 이는 곧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DTI 규제를 강화한 신(新)DTI를 도입해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 가능 금액을 더욱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후속 조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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