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임박…서민·중기·비IT는 ‘뒷걸음’

윤근일 기자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서고 한국 경제가 2%대 중후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기업 규모별, 산업별, 가구별 격차가 더 벌어져 성장의 질은 오히려 악화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 임박=9일 한국은행과 금융시장에 따르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GNI)은 2만 달러를 돌파한 지 12년 만에 3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며 성장률은 6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이미 2만9천745달러로 3만달러 턱 밑까지 올라섰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따져보면 2만3천433달러로 추산된다.

이 기간 국민총소득에 평균 환율 1,090.88원과 통계청 집계 인구를 반영해 구한 값이다. 이런 속도가 이어지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천243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06년(2만795달러) 2만달러 시대에 진입했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느라 3만달러 돌파까지 10년 넘게 걸렸다.

반도체

▲ 올해 韓 경제 성장률 6년만에 최저...기업 규모별, 산업별, 가구별 불균형 심화=3만달러 시대에 접어들지만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6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 규모별, 산업별, 가구별 불군형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 성장률이 2%대로 다시 떨어지며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한다는 우려가 커진다. 한은 전망에 따르면 올해 경제 성장률은 2.7%다. 2012년(2.3%)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6%다.

2%대 후반 성장세마저도 고르지 않고 부문 간 격차가 크다는 점이 문제다. 거시경제정책이 기준이 되는 전체 평균치에 비해 체감 경기가 좋지 않은 배경이다.

내용을 따져보면 수출 의존도가 심해지고 내수는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반도체 수출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내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건설분야 하강이 가파르다. 올해 3분기 건설투자는 전분기 대비 -6.7%로 외환위기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소비·투자 등 내수의 성장 기여도(전기 대비)는 3분기 -1.3%포인트로, 2011년 3분기(-2.7%포인트) 이후 가장 작았다. 내수의 빈자리는 수출이 메웠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7%포인트였다.

이런 흐름은 점점 심화했다. 내수 기여도는 1분기 1.2%포인트에서 2분기 -0.7%포인트가 됐고 3분기 마이너스 폭이 더 커졌다.

월평균

최저임금을 올리고 주52시간제가 도입됐지만, 취업자 증가폭이 급감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커졌다.

저금리가 지속했지만 기업 투자는 부진하고 부동산값만 뛰었다. 그나마도 서울 재건축과 신축 아파트값이 급등할 동안 울산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역 경기도 주력 산업 상황에 따라 온도 차가 크다. 자동차와 조선업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위기상황이다.

산업별로도 온도차가 크게 나타났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생산 증가율이 올해 1∼3분기 전년 동기 대비로 두 자릿수인데 비 ICT 산업 생산 증가율은 0∼2%대에 그쳤다.

특히 올해 3분기 ICT 산업 증가율이 11.3%로 2011년 3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으나 비 ICT 산업 증가율은 2009년 2분기(-1.2%) 이후 최소인 0.7%에 그쳐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웃고 중소기업은 주춤했다. 올해 2분기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8%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상승했으나 중소기업은 7.3%로 0.1%포인트 하락했다.

가계소득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3분기 기준으로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가구 소득은 1년 전보다 7.0% 감소했다. 1분위 가구 소득은 1분기 -8.0%, 2분기 -7.6%에 이어 올해 내내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차상위 계층인 2분위(하위 20∼40%) 소득도 올해 3분기 연속 줄어든 반면 5분위(상위 20%) 소득은 3분기 8.8% 늘어나는 등 올해 내내 전체 가구 중 소득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내년 이후에 기대를 걸어볼 구석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더 냉각시킨다.

국내의 구조적 문제를 풀어낼 실타래를 찾기 어려운데 나라 밖 사정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미중 무역분쟁은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경제 성장세를 두고 비관론에 무게가 조금씩 옮겨가는 가운데 미 금리정책도 불투명하다.

올해 한국 경제 양극화의 주 배경으로는 반도체·수출 위주의 성장을 꼽고 있다.

반도체·수출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경제 성장률은 '선방'한 것처럼 나타났다. 그러나 사실 석유화학, 기계, 건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다른 주요 산업은 올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고용유발 효과가 큰 산업의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기업들이 고용, 투자를 줄였고 이는 가계소득·소비 부진으로 연결된 모양새다.

한 발 더 들어가면 이는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새로운 먹거리 산업 부재라는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어간다고 해도 물가가 높으면 실질구매력이 떨어진다"며 "3만달러를 체감하려면 양극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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