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청년실업률이 4월 기준으로 2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청와대는 “고용상황은 지난해보다는 개선되고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청년 실업률 11.5%로 사상최대...대졸 실업자 60만명 돌파=지난 15일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4.4%)과 청년 실업률(11.5%)이 4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가 60만 명을 돌파하면서, 2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10만명대 증가세를 지속하긴 했지만, 실업 상황은 역대 최악의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달 실업자 수는 124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8만4000명(7.2%) 증가했다. '투잡(two job)' 희망자와 잠재구직자 등을 합한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25.2%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능력은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는 비경제활동인구 역시 올해 들어 4개월 내내 380만명을 넘어서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9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문대학교를 포함한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만9000명(5.0%) 증가한 60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대졸 이상 실업자 중에선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대졸 이상 실업자 수 51만1000명 중 15~29세 청년층이 22만4000명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범위를 30대까지 넓혀 보면 총 35만5000명으로 비중이 더욱 커진다.
▲ 정부, “실업자 수 증가는 공시족 영향 때문”= 정부는 공무원 시험 접수가 있었던 지난달 실업자로 잡힌 일명 '공시족' 청년층이 유독 많았던 영향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전체 실업자 수 증가 폭 8만4000명 중 5만명 가까이가 청년층이었다"며 "올해 공시 접수 인원은 37~38만명으로 작년보다 17만8000명이 많았기에 청년층이 실업자 수와 실업률을 모두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공시족은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취업도, 실업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포함되다가 시험 접수 원서를 제출하면서 실업자로 분류된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전문가, “고용시장의 취약성을 공무원 시험 탓으로 무마하려 해”=전문가들은 실업률 상승 원인을 공무원 시험으로 돌리는 것은 ‘고용시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여러 시·도에 시험을 복수 응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4월 실업자 증가폭(전년대비 8만4000명)이 전적으로 공무원 시험 응시인원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정부 설명대로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실업자로 전환됐다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으로 표시된 인구가 크게 줄었어야 하는데, 지난달 ‘쉬었음’으로 표시된 인구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쉬었음 인구가 지난해 4월보다 22만명 늘어난 197만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달 ‘쉬었음’ 인구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몰려있는 20대(4만9000명)와 30대(2만2000명)에서 크게 늘었다.
전문가는 공무원 접수기간 변경이 실업자 수 증가에 부분적인 설명은 되겠지만 실업자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이야기할 수준은 아니며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부담으로 고용이 줄고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실업 통계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靑 “취업자수 증가, 작년 비해 획기적 변화”=정태호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2019년 올해 들어와서는 취업자 증가 수가 2월 26만여 명, 3월 25만여 명, 4월 17만여 명을 나타내고 있다”며 “2018년과 비교해서 봤을 때는 획기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이어 “취업자 수의 증가는 신산업, 신기술 분야와 사회 서비스분야가 쌍두마차가 돼 끌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정부의 제2 벤처붐 정책과 4차 산업혁명 정책들의 결과와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정책의 결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용의 질 측면에서도 상용직 증가 수가 평균 30만∼40만 명 정도로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고용개선은 작년 고용 부진 대비 착시효과”=전직 통계청장은 “부정적인 통계가 더 본질적이고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데 긍정적으로만 통계를 보려고 하면 정책을 개선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고용성과가 올해 들어 “획기적으로 나아졌다”는 평가에 대해선 “지난해 고용이 워낙 부진한 데 따른 착시효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2018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당초 정부 예상치인 32만 명의 3분의 1에 불과한 9만7000명이었다. 신산업 및 신기술과 관련된 정보통신 과학기술 분야의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정보통신 분야의 일자리는 2017년을 제외하곤 2013년부터 계속 늘어났던 분야”라고 말했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 수준으로 이것만으로 고용개선을 판단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상용직 취업자 수 증가 폭이 30만∼40만 명을 유지하는 등 고용의 질 측면에서도 성과가 있다고 보지만 통계를 보면 2012∼2016년에 상용직 취업자 수가 연평균 45만5000명씩 늘었다.
▲ “통계형 일자리보다 기업 투자 늘리도록 정책변화 필요”=전문가들은 정부가 통계형 일자리를 늘리는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기업투자를 늘려 기업이 고용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이른바 '통계형 일자리'로 불리는 복지·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라는 점을 간과한 채 이를 보고 고용이 개선됐다고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고용개선의 공로로 보는 보건·사회서비스 일자리의 경우 정부가 재정 투입을 통해 인위적으로 늘린 단기적인 '세금형' 일자리라는 점에서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7만1000명의 취업자 증가폭 대부분이 60대 이상과 초단기 일자리로 채워져 있다. 주당 17시간 미만 초단기 취업자는 통계작성 후 사상 최대폭인 36만2000명(전년비) 늘었다. 반면 정규직 일자리가 많은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62만4000명 감소했다.
연령별로도 경제활동 주력 계층인 30대와 40대 취업자는 각각 9만명과 18만7000명씩 감소한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대비 33만5000명 증가했다. 이중 65세 이상 취업자는 19만7000명 증가했다.
업종별로도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은 취업자가 5만2000명 감소하며 통계 작성 후 최장기인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경제에 전후방 효과가 큰 건설업도 취업자가 3만명 감소했다.
반면 취업자가 10만명 이상 증가한 업종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2만7000명)이 유일했다.
단시간 취업자가 늘어나고 36시간 이상 취업자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취업자 증가폭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 전체의 고용총량은 줄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면서 "20대~50대의 고용률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고용시장 구조가 취약해졌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 노인을 위해 정부가 만든 복지 일자리가 늘어난 수치를 보고 전체 일자리가 늘었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투자가 안 좋은 상황에서 고용이 개선될 수 없다고 말했다.
▲ 靑 “확장재정이 고용상황 개선에 효과 낼 것”=청와대는 고용상황 개선을 위해 예산 증액 등 재정 확장이 필요하다는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청년고용 대책에 대해서도 ‘예산 부족’을 재차 강조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열린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고용 확대와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과 같은 고용안전망 강화, 자영업자 대책 등에 재정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재정수지가 단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국가재정이 매우 건전한 편이기 때문에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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