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중앙감염병전문병원, 방산동 미 공병단 부지에…2027년 완공

이겨레 기자

감염병 환자들을 전담 치료하는 국내 첫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이 2027년까지 서울 중구 방산동 소재 미군공병단부지에 들어선다.

신축 부지는 현 국립중앙의료원 바로 인근이며 국립중앙의료원도 함께 확대 이전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2017년부터 추진된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 사업은 부지 선정 차질 등으로 한때 표류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5년 만에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국내에서 감염병 환자를 전담하는 별도의 병원이 생기는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국립중앙의료원 등 일부 병원이 코로나19 등 시기에 병원 내에 임시적으로 감염병 관련 시설을 만들어 대응해 왔다.

▲감염병 총괄 병원…최소 150병상, 故 이건희 회장 기부금 투입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7일 회의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 추진 상황을 보고받고 신축 부지를 서울 중구 방산동 미군공병단부지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중대본은 "코로나19 재유행과 신종 감염병 발생에 대비해 단순한 임상 진료 기능 이상의 선제적·체계적 위기 관리 기능을 수행할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감염병 예방과 의료대응 총괄 조정·관리 역할을 하는 감염병 특화 병원이다. 1병실 1병상을 원칙으로 100개 이상의 음압격리병상, 음압시설을 갖춘 수술실 등을 운영해 감염병 환자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고 의료 인력 전문성도 대폭 강화한다.

미군공병단부지에 들어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병상 규모는 최소 150병상으로, 올해 하반기 설계 공모를 거쳐 2024년 착공, 2027년 완공할 예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배후 진료 지원병원(모병원) 역할을 맡는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중앙감염병전문병원과 같은 부지로 이전·신축하며, 800병상 규모로 확대된다.

현 국립중앙의료원 부지는 2만7천573㎡(약 8천341평)이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이 이전·신축될 새 부지는 기존 부지의 바로 인근으로, 현 부지의 약 1.5배 수준인 4만2천96㎡(약 1만2756평) 규모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정부는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 이건희 회장의 유족은 세계 최고의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건립하는 데 써달라며 국립중앙의료원에 7천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복지부는 이 회장의 기부금을 반영해 재정당국과 총 사업비 규모를 조정하고 있다.

박향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초 중앙감염병전문병원 병상을 100병상 정도로 고민하고 있었는데 세계적 수준의 감염병 전문병원이 들어서길 바란다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최소 150병상으로 전체적 규모가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복지부가 올해분 예산을 발표했을 당시 '이 회장 기부금을 이유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예산이 삭감됐다'는 주장이 일각이 제기됐으나, 복지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한 바 있다.

옛 미군공병단부지(극동 공병단부지)는 주한미군이 사용하다 2020년 말 한국 정부로 반환했다. 복지부는 국방부와 지난해 1월 미군공병단부지에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신축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현재 부지 매입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매장 문화재조사, 환경정화 등 부지 정비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가운데)과 미군공병단부지(왼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가운데)과 미군공병단부지(왼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 메르스 이후부터 추진, 부지 선정에 진통…5개 권역별 병원도 진행 중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은 2017년부터 추진되던 사업이다. 앞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이후 복지부는 2017년 2월 '감염병전문병원 지정 의료기관' 고시를 만들어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의료원은 시설이 노후한 서울 중구 본원을 서초구 원지동으로 이전하면서 중앙감염병병원을 함께 신축하고자 했으나, 2018년 서초구에서 '감염병 시설에 대한 일방적 추진'이라는 반대가 나오며 차질이 생겼다.

이후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사업이 일시 표류하던 가운데 2020년 초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이 시작됐다.

그해 4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국립중앙의료원을 국방부가 소유한 미군공병단 부지로 신축 이전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정부도 검토 끝에 부지 이전 계획을 7월에 변경했다.

중대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초 서초구 원지동으로 신축 계획을 추진하였으나 원지동은 소음 기준 부적합이었다"며 "이에 따라 서울 중심에 있어 접근성이 좋은 중구 미군 공병단부지로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2017년에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이후 5개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도 선정한 바 있다.

5개 권역별 감염병 전문 병원은 ▲ 호남권(조선대학교병원) ▲충청권(순천향대학교병원) ▲ 경남권(양산부산대학교병원) ▲ 경북권(칠곡경북대학교병원)▲ 수도권(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부지 선정 지연에 따라 당초 완공 목표 시기가 2026년에서 2027년으로 1년 미뤄지게 됐다.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도 아직 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없다.

이에 감염병전문병원 건립 사업이 지체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향 반장은 "사업은 2017년부터 계속 추진됐고 부지 변경, 삼성 이건희 회장 기부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문화재 조사와 같은 행정 절차는 진행해 왔다"며 "코로나19 과정에서 해당 병원들이 감염병 병원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했고 앞으로 완공 전까지도 해야할 역할·기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예로 국립중앙의료원은 코로나19 유행기인 지난해 1월 미군공병단부지에 120병상(1인실 및 다인실) 규모의 격리치료 병동을 긴급 운영하는 등 제한적으로나마 감염병 병원으로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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