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6% 물가 급등에 8000억원 민생대책, 식비부담 덜고 취약계층 지원

이겨레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치솟자 정부가 8000억원 규모의 추가 민생 대책을 내놨다.

에너지바우처 등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는 한편 수입 식료품에 붙는 관세를 낮추고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사업을 확대해 서민 생계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6일과 19일에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과 당면 물가안정 대책을 각각 발표한 지 약 20일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
▲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는 "거센 공급발(發) 압력을 중심으로 엄중한 물가 여건이 계속되고 있어 취약계층 지원과 서민 생계비 부담 경감을 위해 총 8천억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데다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수요 쪽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한 재정 지원에 약 4800억원, 소고기·분유 등 식료품 할당관세 추가 지원에 약 3300억원을 투입한다. 재원은 기금운용계획 변경과 예산 이용·전용 등으로 마련한다.

구체적으로 예비비를 활용해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규모를 500억원 추가로 늘린다. 1인당 1만원 한도로 최대 2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수입 소고기, 닭고기, 분유, 커피 원두 등에 0% 할당관세를 적용해 원가 부담도 낮춘다.

저소득층 160만명(118만가구)이 혜택을 받는 에너지 바우처 단가를 오는 10월부터 17만2000원에서 18만5000원으로 올리는 데 153억원을 투입한다.

주거·교육급여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대한 정부 양곡 판매가격은 1㎏당 7900원으로 연말까지 3000원 낮춘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한부모 가족에 대한 기저귀·분유 단가는 각각 월 7만원, 9만원으로 6000원·4000원씩 인상한다. 취약계층 여성청소년에 주는 생리대 지원비는 월 1만3000원으로 1000원 인상한다.

차상위 이하 계층이 문화·예술 활동에 쓸 수 있는 문화누리카드 연간 지원금액은 11만원으로 1만원 늘리고 저소득층 유·청소년과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 강좌이용권 금액도 월 9만5000원으로 1만원 올린다.

한부모 대상자 선정 기준을 완화해 오는 10월부터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52∼58%인 한부모가족에도 월 10만원씩 양육비를 지원한다. 양육비 지원과 긴급복지 생계지원 중복 지원도 8월부터 허용한다.

중증 장애아동 양육 가구에 대한 돌봄 지원 시간은 연간 840시간에서 960시간으로 확대하고, 경로당 냉·난방비와 양곡비 지원 단가 올린다.

아동보호시설 등에서 퇴소한 만 18세 이상 보호 종료 청년에게 주는 자립수당은 월 30만원에서 35만원으로, 위기 청소년 생활지원금은 최대 월 55만원에서 65만원으로 늘린다.

자활근로사업 지원 단가는 월 117만원(시장 진입형 기준)에서 121만원으로 인상한다.

저소득 근로자 대상 생활안정자금 금리는 1.5%에서 1.0%로 인하하고 자금 공급규모도 1991억원에서 2241억원으로 늘린다. 저신용·저소득자를 위한 근로자햇살론 공급 규모도 2000억원 늘린다.

장기 직업훈련 중인 실업자의 생계비 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국가기간전략산업 훈련참가자에 주는 장려금은 당분간 월 20만원으로 8만4000원 늘린다.

식료품 외 기타 서민 생계비 부담 완화를 대책도 추진한다.

택시·소상공인이 주로 이용하는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한 판매부과금 30%(리터당 약 12원) 감면 조치는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어민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한 면세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원 금액도 242억원 늘린다.

디딤돌대출은 원리금균등분할, 원금균등분할, 체증식분할 등 상환방식을 대출자가 유리한 방식으로 일시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동결 조치도 연장한다.

공공와이파이 품질은 높이고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는 출시 시기를 앞당기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가 많이 쓰고 쉽게 체감하는 품목의 물가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것 같다"며 "특히 농축수산물 부문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공급쪽 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부가가치세 면제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법인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부담 경감 등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데 비해 취약계층과 서민 생계 지원에 재원을 투자하는 데는 인색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부가 기업 투자와 부동산 관련 규제 해결 등 기업 애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민생고 해결에는 재원을 소극적으로 쓰려는 모습"이라며 "8천억원에 불과한 규모와 산발적인 땜질식 대책이 취약계층의 고물가 부담을 덜어 주는 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복합 경제 위기에 대응하려면 취약계층과 노동자 지원을 위한 충분한 재원이 필요한데 윤석열 정부가 감세와 긴축 재정을 천명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최근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기초·농지연금, 해산·장제급여의 지원단가 등을 올리고 관련 예산을 보강하는 데 필요한 1898억원도 취약계층 지원 사업 규모에 포함했다. 기초연금만 떼어 보면 1448억원이다.

하지만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은 해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산정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는 만큼 이를 별도의 고물가 취약계층 지원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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