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여야, 강대강 예산대치 "감액안 철회 먼저" "증액안 가져와야"

김영 기자

여야는 3일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감액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보류되면서 오는 10일까지 협상 시간을 벌었지만, 국민의힘은 '야당의 감액안 철회'를,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증액안 제출'을 전제조건으로 각각 내걸며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3일 민주당이 국회 예결특위에서 감액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사과하고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사과와 강행 처리 예산 철회가 없으면 어떤 협의에도 응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운운하면서 증액을 얘기하려면 단독 처리 전에 협상해야 했다"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는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민주당의 선(先)사과·후(後) 협상' 원칙을 확고히 한 만큼 민주당의 입장 변화 없이는 지도부 간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먼저 와서 '미안하다. 철회하겠다'고 하지 않는다면 예결위 간사나 지도부 간 대화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사과 요구를 '적반하장'이라고 일축하면서 민생 예산을 증액한 수정안을 가져오면 협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와 국민의힘이 털끝만큼이라도 민생과 경제 회생을 바란다면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그만하고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한 증액 예산안부터 만들어서 갖고 오라"고 말했다.

국회
[연합뉴스 제공]

민주당은 여당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추가 감액도 불사하겠다며 증액안 제출을 압박하고 있다.

여야의 이 같은 기 싸움은 향후 예산안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 먼저 양보하는 제스처를 취할 경우 쟁점 예산을 두고 상대방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감액안에서 삭감된 검찰·경찰·감사원·대통령실 특수활동비와 정부 예비비,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등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감액안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정부안이 아닌 감액안을 두고 협상을 진행해야 하므로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예산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예비비 절반 삭감, 권력기관 특활비 전액 삭감 원칙은 지키면서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2조원 규모의 지역화폐 예산을 증액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증액을 위해 특활비와 예비비 협상이 가능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민생을 위해 성의를 보인다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특활비와 예비비의 경우 필요성이 소명되고 사용 근거만 증빙된다면 복원도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오는 10일 합의된 예산안이 나올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본회의에서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표결, 10일 본회의에서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일정도 여야 간 예산 협의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액 없는 감액안 처리에 대해 여론의 비판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냉각기를 거친 뒤 절충점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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