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尹대통령 "직무 복귀하면 개헌에 집중…잔여임기 연연 안 해"

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탄핵심판 최종 의견 진술에서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11차 변론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 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겠다"며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통합은 헌법과 헌법 가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해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 업무에 대해서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며 "글로벌 중추 외교 기조로 역대 가장 강력한 한미동맹을 구축하고 한미일 협력을 이끌어냈던 경험으로 대외관계에서 국익을 지키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기각해 직무에 복귀하면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으로 구축된 현행 헌법 체제를 손질하겠다는 취지다.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부분은 자신의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간 정치권에서 거론됐던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야권은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임기 단축 개헌을 명분으로 앞세워 탄핵 기각 여론을 만들어보겠다는 정치적 셈법이 깔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에서 "내란범이 다시 권력을 쥐고 헌정을 주무르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권한 이양 같은 헛된 말장난에 국민이 속아 넘어갈 것 같나"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5년 단임제와 비교해 국정 연속성과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유력한 개헌안으로 거론된다.

4년 중임제를 시행해 4년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고, 2년 후 중간 평가 성격의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책임성을 담보하는 방식이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5년 단임제면 선거 주기가 절대로 맞을 수가 없고, 거의 매년 선거를 치르게 되면서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지나치게 소요되는 측면이 있다"며 "그런 논의를 보면 4년 중임제가 제일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미 수명을 다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만약 이러한 구상이 실현될 경우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시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의 임기는 대선 준비 기간 등을 포함해 기존(2027년 5월 10일)보다 9개월가량 줄어들게 된다.

대통령은 외치에 집중하며 내치는 총리에게 권한을 넘기겠다는 대목은 개헌에 앞서 '책임총리제'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책임총리제는 현재 헌법상 국무총리에게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 해임 건의권 등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총리에게 내각 구성 권한 등을 넘겨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한다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권력구조도 더 효율적으로, 상호 간에 견제와 균형이 될 수 있게 바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윤 대통령은 "정치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고 국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에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치와 행정의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시작할 때부터 임기 중반 이후에는 개헌과 선거제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며 "현직 대통령의 희생과 결단 없이는 헌법 개정과 정치개혁을 할 수 없으니 내가 이를 해내자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약 40분에 걸친 최종 의견 진술에서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두 번 사과했다. 진술 첫머리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고 했고, 말미에 재차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제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달 19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해 기물 등을 파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재판관들을 향해서는 "대통령으로서 고뇌의 결단을 한 이유를 깊이 생각해주시기를 바란다"며 "모두 설명 드릴 수 없는 부분에까지 재판관님들의 지혜와 혜안이 미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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