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슈인 문답] 헌재, ‘구미시 콘서트 서약서 강요’ 헌법소원 각하

김영 기자

서약서 요구 적절성 논란 이어져
문화행정 기준 부재 문제 드러나

헌법재판소가 가수 이승환 씨가 제기한 ‘구미시 콘서트 서약서 강요’ 헌법소원을 27일 각하했다. 헌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본안 판단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사건 자체는 종결됐지만, 공연 지원 과정에서의 행정 요구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한 논란을 다시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환
▲ 가수 이승환 [연합뉴스 제공]

◆ 헌재는 왜 이 사건을 각하했나

헌재는 지자체의 서약서 요구가 기본권 침해를 직접 초래한 공권력 행사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법소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이 당사자의 권리를 직접 제한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그러한 성격이 명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지자체의 요구가 법적 강제력을 수반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헌재는 공연 진행에 제재나 불이익이 바로 발생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강제성 판단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이러한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절차 요건 단계에서 종결됐다. 문화·행정 분야에서 제기되는 헌법소원이 늘고 있지만, 헌재가 기본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흐름은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절차 단계에서 각하가 이뤄지면서 사건의 세부 판단은 다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건의 적절성이나 서약서 요구의 문제점 등은 향후 제도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구미시가 요구한 서약서는 어떤 내용이었나

구미시가 공연 주최 측에 제시한 서약서는 공연 운영·시설 사용·안전 관리와 관련된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는 공공시설 대관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였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지만, 예술계 일부에서는 범위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공연 운영의 세부 영역에까지 지자체가 관여한 것인지 여부가 논쟁의 핵심이었다.

이 사건에서 서약서 원문이 공개되지 않아 요구 항목의 정확한 범위는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조건 제시가 공연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식이었다면 향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논란은 문화행정 과정에서 요구 기준이 명확하게 정리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공공기관 요구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공연 기획과 운영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사건 역시 그러한 문제의식을 다시 떠오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 예술계는 왜 행정 개입 문제를 제기하나

예술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절차 분쟁이 아니라 예술적 자율성과 문화행정의 경계를 둘러싼 문제라고 바라본다. 지자체가 공연 지원을 조건으로 운영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나 의심이 과거에도 반복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기된 갈등의 연장선으로 이해되고 있다.

공연 지원이 행정의 영향력 행사로 비칠 경우, 창작 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연 기획 단계에서 행정기관 요구가 늘어나면 예술계는 프로그램 구성이나 운영 방식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문화행정이 표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현장에서는 지자체마다 지원 조건과 요구 방식이 달라 혼란이 발생하고, 지원과 간섭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사건은 그러한 문제들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번 사건이 지자체 문화행정 논란으로 번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자체는 공연·행사 지원 과정에서 안전 관리, 예산 집행, 시설 대관을 위한 일정 요건을 제출받는다. 그러나 그 요건의 범위나 수준은 지자체마다 차이가 크고, 구체적 기준도 공개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지원 과정에서 요구 사항이 과도했다는 논란이 자주 발생한다.

이번 사건에서 헌재의 결정은 법적 판단보다는 절차적 판단에 가까웠지만, 서약서 요구 자체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공연 지원 조건을 제시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주최 측이 준비 과정에서 예측 가능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공연·문화행사 운영 전반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건이 각하로 정리됐음에도 기준 부재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지원 조건에 관한 분쟁은 제도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한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 향후 문화행정은 어떤 기준을 마련해야 하나

문화행정의 주요 과제는 공연 지원 과정에서 요구되는 조건의 범위를 명확히 제시하는 일이다. 안전이나 예산 집행을 위한 기본적 요구와, 공연 기획·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요구를 구분해 사전에 안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러한 절차적 명확성은 공연 주최 측의 준비 부담을 줄이고 갈등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행정기관과 예술계가 서로 다른 기준과 관행을 갖고 있는 만큼, 상시적 협의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견 조율 과정이 제도화되면 사전에 문제를 조정할 여지가 생기고, 지원 기준의 투명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이는 문화행정 전반의 신뢰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울러 공연·문화행사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지자체가 요구 조건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유지하고 표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행정 영향력이 창작 과정에 불필요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내부 기준을 정비하는 것이 향후 문화행정의 중요한 과제로 거론된다.

☑️ 요약:
 헌재는 ‘구미시 콘서트 서약서 강요’ 사건을 기본권 침해 요건 미충족으로 각하했지만, 지자체의 요구 범위와 문화행정 기준 부재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원 조건의 명확한 안내, 예술계·행정 간 소통 구조 마련 등이 향후 분쟁을 줄이는 방향으로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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