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경제 리포트] 美 달러 약세 시나리오 ‘마라라고 합의'…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은?

음영태 기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 불균형 해소와 제조업 부흥을 위해 달러 약세와 고율 관세 정책을 병행 추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1985년 플라자합의를 연상케 하는 ‘마라라고 합의’ 구상이 거론되면서, 국제 외환시장은 달러 가치 조정 움직임과 그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경제에도 환율, 무역, 산업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달러 약세 추진 배경은?

한국무역협회(무협)는 13일 '트럼프 2기 달러 약세 시나리오 점검 및 영향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공고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장기간 이어온 무역수지 적자, 경상수지 적자, 그리고 고평가된 달러로 인한 제조업 경쟁력 약화가 트럼프 2기의 달러 약세 정책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미국의 평균 무역적자는 5,570억 달러(GDP 대비 5.3%)에 달해 플라자합의 직전 수준과 비슷하다.

또한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누려온 이점이 점차 약화되고, 트리핀 딜레마(Tiffin's Dilemma)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정책 전환의 배경으로 제시됐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2기에는 출범 직후부터 캐나다, 멕시코, 한국, 일본 등 주요 동맹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 보편관세와 무역적자 규모에 따른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이러한 무역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는 2025년 상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며 인위적인 통화 절하를 견제했다.

특히 한국은 작년 대미 무역흑자 557억 달러,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5.3%로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 2년 연속 관찰 대상국에 포함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CEA)이 제안한 '마러라고(Mar-a-Lago) 합의' 구상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1985년 플라자합의에 착안한 것으로, 관세와 안보 보장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통화 협정을 체결하려는 전략이다.

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 제공]

▲ 마라라고 합의의 시나리오 내용과 한계는?

스티븐 미란 위원장은 미국이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와 제조업 부진을 겪는 근본 원인을 '기축통화 지위로 인한 달러화의 구조적 고평가'로 지적했다.

그는 기축통화인 달러화는 항상 초과 수요가 발생해 실물경제 가치보다 높게 평가되며, 이로 인해 미국의 수출 경쟁력이 저하되고 수입이 확대되어 경상수지 적자가 만성화된다고 주장했다.

1980년 255억 달러였던 상품수지 적자는 2024년 1.2조 달러로 확대되었으며, 같은 기간 경상수지도 흑자에서 1.1조 달러 적자로 전환되었다.

미란 위원장은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관세를 부과한 뒤, 안보 보장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궁극적으로 통화 협정을 통한 달러 약세 유도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마러라고 합의 구상의 현실화에 여러 제약이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외교 정책 성향으로 인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통화 협정 체결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며 달러 약세를 전제로 한 타국 통화 절상은 수출 경쟁력 악화 우려를 불러, 중국·EU 등 주요국이 협조에 소극적일 가능성 높다.

달러 약세 연착륙을 위한 과정에서 스티븐 미란이 주장한 금리 인하 등 연준의 협조는 연준의 신중한 정책 기조 및 독립성과 상출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현재 외환시장 거래 규모는 1985년 플라자합의 당시보다 6배 이상 확대된 상황이며 미국 국채의 57%가 민간 부문 보유 상태로, 정부 주도의 시장 개입만으로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수출
[연합뉴스 제공]

▲ 원/달러 환율 하락이 한국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은?

마러라고 합의가 실현되거나 달러 약세 요구가 강해져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한국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하다.

보고서의 실증분석에 따르면,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한국의 수출은 0.25% 감소하고 수입은 1.31%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단기간 내 급증할 경우 수출물량이 위축된다.

또한,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환율 변동성이 1%p 확대될 경우 한국의 수출 물량은 1.5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지면서 수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주력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양지원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마라라고 합의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화되거나 만약 통화 절상을 예고한다면 수출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에 따른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환율 10% 하락 시 원자재 수입 단가가 낮아져 평균 생산 비용을 3.0%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서비스업은 평균 1.5%, 제조업은 평균 4.4% 하락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환율 하락에 따른 생산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석탄·석유제품(7.2%)과 1차 금속제품(6.0%) 등에서 원가 절감 효과가 두드러졌다.

트럼프 2기의 달러 약세 추진은 단순한 환율 조정이 아니라, 미국의 무역·제조업 경쟁력 회복과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을 목표로 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한국을 포함한 교역국들은 환율·무역·금융시장의 복합적인 변동성에 대비한 대응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지원 수석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은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추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응책 마련이 더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라며 "기업과 정부가 외환시장 안전장치 강화, 환변동보험 등 사전적인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무협은 "특히 원화절상이 지속될 경우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제조원가 절감을 위한 자동화 및 디지털 전환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라며 "아울러 기업 차원에서도 환 헤지 수단을 적극 활용해 환리스크 관리에 힘쓰고, 환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지 조달 및 생산체계를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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