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PF 대책, 해법은 ‘자기자본 확충'
부동산 PF 위기의 해법은 단순한 유동성 공급이 아니라 구조적 자본개선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황순주 선임연구위원이 22일 발표한 '부동산 PF 자본확충의 효과와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자기자본을 확충하면 다양한 리스크가 감소하고 총사업비도 절감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정부의 최근 자본확충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보고서는 PF 사업장별 자료를 확보해 자기자본 확충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기존 정부 정책을 보완할 방안과 추가적인 제도 개선책을 제시했다.
▲ 레고랜드 이후, 부동산 PF 위기는 현재진행형
2022년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는 부동산 PF 시장의 구조적 불안정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결정적 계기였다.
이후 중대형 건설사 연쇄 도산, 부동산신탁사의 적자 전환, 증권사와 저축은행의 연체율 상승 등 금융시장 전반에 부정적 파장이 확산되었다.
▲ 문제의 핵심은 ‘자기자본 부족’
국내 시행사들은 총사업비 대비 평균 3% 수준의 자기자본만 투입한 채, 시공사의 보증에 의존해 대규모 PF 대출을 받아왔다.
이처럼 ‘레버리지 과잉’ 구조가 정착된 배경에는 시공사의 신용보강 의존 관행과 PFV 등의 도관체 활용, 그리고 금융기관의 느슨한 리스크 관리가 있었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 시 위험이 금융기관과 시공사로 전이되는 구조다.
주요 선진국의 자기자본 기준인 20~40% 수준과 비교해 한국의 낮은 자기자본비율에 대해 '저자본-고위험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 자기자본이 늘면 분양 리스크 줄어든다
KDI의 800개 사업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기자본비율을 3%에서 20%로 높일 경우, 주거용 PF 사업장의 Exit 분양률은 평균 13%p 감소했다.
이는 분양 실패 위험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의미로, 자기자본이 많을수록 분양에 실패하더라도 사업 자체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 자기자본 부족, 회생 가능성도 낮춘다
미국의 약 1만 5천 개 PF 사례 분석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부채비율(LTV)이 높을수록 부도 확률은 증가하고, 일단 부실화된 이후 회생 가능성은 낮아졌다.
또한 준공 후 장기대출로의 차환 가능성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PF의 위기가 단순히 미분양에 머무르지 않고 금융시스템 전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자본구조 개선이 곧 금융안정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 자기자본이 늘면 총사업비도 줄어든다
자기자본비율을 17%p 높일 경우, 평균 총사업비는 약 7.2% 감소했다.
특히 주거용 PF의 경우 총사업비가 11.1% 줄었다. 이는 보증이 필요한 고신용 시공사를 유치하지 않아도 되며, 이에 따른 프리미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본증가 시 공사비와 함께 금융비가 약 12.6% 감소하며, PF 사업의 위험과 공사비에 비례하는 신탁 및 분양보증 수수료, 보존 등기비 등이 포함된 기타비도 함께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PF 자본확충 정책, 어떻게 보완할까?
정부는 자기자본비율을 20%까지 높이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총액한도 규제와 다양한 지원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실효성과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 보완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본 PF에만 총액 규제 적용하자
PF 대출 전체에 한도 규제를 일괄 적용하면 안전한 PF까지 막힐 수 있다. 따라서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고위험 사업장에 한정하여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우선주도 자기자본으로 인정 필요
상환 의무가 없는 우선주는 국제회계기준상 자본으로 분류되며, 투자자 유치 시 유동성 부담도 낮출 수 있다.
따라서 우선주를 적격 자기자본으로 인정해 제도상 포함시켜야 한다.
▷토지 현물출자 양도세 이연, 상시화해야
토지를 PF에 출자할 경우 양도세 납부 시점을 수익 실현 시점으로 미뤄주는 ‘양도세 이연 제도’는 현재 일몰제로 운영 중이다.
이를 상시화하면 안정적인 토지 확보가 가능해지고 브릿지론 의존도도 줄일 수 있다.
▷PFV에 대한 규제차익 해소 필요
PFV(Project Finance Vehicle)는 대형 사업에서 가장 선호되는 도관체로, 다른 구조(프로젝트 리츠, 펀드 등)에 비해 건전성 규제가 거의 없다.
실제로 총사업비 1조원 이상인 사업의 58%가 PFV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러한 ‘규제 회피’ 현상을 줄이기 위해 PFV에도 점진적인 건전성 규제와 감독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 PFV가 규제 회피 수단이 된 배경
PFV는 이중과세를 회피할 수 있으면서도, 리츠나 펀드처럼 자기자본비율 요건이나 주무부처의 감독 의무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과도한 레버리지를 이용한 대형 사업의 ‘위험추구’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정부는 프로젝트 리츠, 부동산펀드 등과 유사한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PFV에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하며, 관련 감독 주체를 명확히 지정할 필요가 있다.
▲평가와 과제
부동산 PF 위기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 대출 규제가 아닌 자본구조 자체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실증분석은 자기자본비율 확대가 리스크와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규제와 인센티브를 균형 있게 설계하고, PFV 등의 사각지대에 대한 제도 보완을 통해 보다 지속가능한 부동산 금융 구조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보고서는 "향후 PF 사업의 자본구조를 개선하면서도 사업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대출한도 규제를 도입할 경우 저자본 PF 사
업장에 대해서만 한도를 적용하고, 보통주와 더불어 우선주도 자기자본으로 인정하며, 양도세 이연 제도를 상시화하여 토지의 현물출자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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