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책임투자 미비, 국민 노후자금 손실 우려 커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며 국민연금이 투자한 6천121억 원이 심각한 손실 위기에 놓였다. 보통주 295억 원은 사실상 전액 손실 가능성이 높고, 5천826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도 회수가 불투명하다. 국민 노후자금이 단기 수익 중심 투자전략의 피해자가 됐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조사보고서가 드러낸 재무 구조의 취약성
23일 국회입법조사처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 및 서울회생법원이 지정한 삼일회계법인 조사보고서에서 홈플러스의 자산은 6조8천억 원, 부채는 2조9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겉으로는 자산이 부채를 크게 웃도는 구조지만, 실제 영업 여건은 악화일로였다.
MBK파트너스가 2015년 인수 후 진행한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back) 방식은 단기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냈지만, 매장 재임차 과정에서 임대료가 9년 전보다 2.6배 증가하며 고정비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축소됐고, 시장 경쟁력도 떨어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자산 매각에 의존한 수익 창출은 장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며 이번 사태가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했다. 결국 홈플러스는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은 6월 20일 선(先) M&A를 허용하며 삼일PwC를 매각자문사로 지정했다. 조사보고서에서 드러난 재무 구조의 취약성은 국민연금 투자 손실로 직결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 책임투자 제도의 사각지대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 평가 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반영하지만, 사모펀드·부동산 등 대체투자에는 책임투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는 2022년 국정감사에서 이미 지적됐음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년 국민연금법 개정의 재정 및 정책효과 분석’ 보고서는 책임투자의 제도적 확장이 연금 재정 안정과 직결된다고 명시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투자 결정 구조는 독립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책임투자 제도의 사각지대가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라며 “대체투자까지 ESG 원칙을 확대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보완이 아닌 근본적 개편 없이는 제2의 사태가 반복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국제 기준과 해외 연기금 사례
국제기구와 해외 연기금은 이미 책임투자 범위를 전 자산군으로 확장하고 있다. OECD는 연기금의 장기 안정성을 위해 대체투자에도 ESG 리스크를 반영할 것을 권고한다.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은 2024년 ‘Private Equity Reporting Framework’를 통해 사모펀드 운용사에 구체적 보고 지표를 요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2024년 개정 가이드라인에서 사모투자 운용사 ESG 리포팅을 의무화했고,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 Investments) 역시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 사모펀드·인프라 투자 전 과정에 ESG 리스크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연금은 여전히 대체투자 부문에서 책임투자 공백을 보이고 있어, 국제적 신뢰도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국제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면 외국인 투자자 신뢰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 해외 유통기업에서 본 구조적 한계
영국 유통업체 모리슨(Morrisons)은 사모펀드 인수 후 부채 비용이 급증해 2023/24 회계연도에 10억 파운드 손실을 기록했다. 매장 부동산을 매각하고 재임차하는 구조가 고정비 부담을 키웠고,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아스다(Asda) 역시 비슷한 구조에서 채무 부담이 심화되며 시장 점유율이 약화됐다. 두 사례 모두 레버리지와 단기 수익 추구가 장기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JLL 리포트는 “PE 소유 대형 유통사의 고정비 구조는 경기 불황기에 특히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홈플러스의 사례는 이런 해외 기업들과 유사한 궤적을 보였으며, 국민연금이 참여한 대체투자가 국제적으로도 위험이 큰 구조에 방치됐음을 보여준다.
◆ 제도 개선 논의와 남은 과제
정부와 국회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대체투자에도 책임투자 가점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한 제도 보완이 아닌 법률적 기반 강화,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확보, 외부 감사 확대 등 종합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등 연금제도 개편과 책임투자 확대가 병행돼야 장기 재정 안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회계법인 보고서의 수치와 해외 사례가 입증하듯, 단기 수익 편중 투자에서 벗어나 장기 안정성과 공공성을 우선하는 투자 원칙 확립이 국민 신뢰 회복의 관건이라는 지적이 많다.
향후 국민연금 제도 개편이 단순한 미봉책에 그칠 경우, 대체투자 리스크가 반복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국제 기준을 수용하고 ESG 기반 책임투자를 강화할 수 있을지가 제도 개혁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 요약:
홈플러스 사태는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부재가 노후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현장 평가도 제도의 사각지대와 불투명성을 강하게 비판한다. 국제 기준과 해외 연기금 사례를 참고해 대체투자 영역까지 포괄하는 법적·제도적 개편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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