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홈플러스 사태로 드러난 국민연금 투자 공백, 제도 개선 시급

김영 기자

국민연금 책임투자 미비, 국민 노후자금 손실 우려 커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며 국민연금이 투자한 6천121억 원이 심각한 손실 위기에 놓였다. 보통주 295억 원은 사실상 전액 손실 가능성이 높고, 5천826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도 회수가 불투명하다. 국민 노후자금이 단기 수익 중심 투자전략의 피해자가 됐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홈플러스
▲ 홈플러스 강서점 본사 [연합뉴스 제공]

◆ 조사보고서가 드러낸 재무 구조의 취약성

23일 국회입법조사처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 및 서울회생법원이 지정한 삼일회계법인 조사보고서에서 홈플러스의 자산은 6조8천억 원, 부채는 2조9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겉으로는 자산이 부채를 크게 웃도는 구조지만, 실제 영업 여건은 악화일로였다.

MBK파트너스가 2015년 인수 후 진행한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back) 방식은 단기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냈지만, 매장 재임차 과정에서 임대료가 9년 전보다 2.6배 증가하며 고정비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축소됐고, 시장 경쟁력도 떨어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자산 매각에 의존한 수익 창출은 장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며 이번 사태가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했다. 결국 홈플러스는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은 6월 20일 선(先) M&A를 허용하며 삼일PwC를 매각자문사로 지정했다. 조사보고서에서 드러난 재무 구조의 취약성은 국민연금 투자 손실로 직결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 책임투자 제도의 사각지대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 평가 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반영하지만, 사모펀드·부동산 등 대체투자에는 책임투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는 2022년 국정감사에서 이미 지적됐음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년 국민연금법 개정의 재정 및 정책효과 분석’ 보고서는 책임투자의 제도적 확장이 연금 재정 안정과 직결된다고 명시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투자 결정 구조는 독립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책임투자 제도의 사각지대가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라며 “대체투자까지 ESG 원칙을 확대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보완이 아닌 근본적 개편 없이는 제2의 사태가 반복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국제 기준과 해외 연기금 사례

국제기구와 해외 연기금은 이미 책임투자 범위를 전 자산군으로 확장하고 있다. OECD는 연기금의 장기 안정성을 위해 대체투자에도 ESG 리스크를 반영할 것을 권고한다.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은 2024년 ‘Private Equity Reporting Framework’를 통해 사모펀드 운용사에 구체적 보고 지표를 요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2024년 개정 가이드라인에서 사모투자 운용사 ESG 리포팅을 의무화했고,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 Investments) 역시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 사모펀드·인프라 투자 전 과정에 ESG 리스크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연금은 여전히 대체투자 부문에서 책임투자 공백을 보이고 있어, 국제적 신뢰도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국제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면 외국인 투자자 신뢰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 해외 유통기업에서 본 구조적 한계

영국 유통업체 모리슨(Morrisons)은 사모펀드 인수 후 부채 비용이 급증해 2023/24 회계연도에 10억 파운드 손실을 기록했다. 매장 부동산을 매각하고 재임차하는 구조가 고정비 부담을 키웠고,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아스다(Asda) 역시 비슷한 구조에서 채무 부담이 심화되며 시장 점유율이 약화됐다. 두 사례 모두 레버리지와 단기 수익 추구가 장기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JLL 리포트는 “PE 소유 대형 유통사의 고정비 구조는 경기 불황기에 특히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홈플러스의 사례는 이런 해외 기업들과 유사한 궤적을 보였으며, 국민연금이 참여한 대체투자가 국제적으로도 위험이 큰 구조에 방치됐음을 보여준다.

◆ 제도 개선 논의와 남은 과제

정부와 국회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대체투자에도 책임투자 가점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한 제도 보완이 아닌 법률적 기반 강화,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확보, 외부 감사 확대 등 종합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등 연금제도 개편과 책임투자 확대가 병행돼야 장기 재정 안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회계법인 보고서의 수치와 해외 사례가 입증하듯, 단기 수익 편중 투자에서 벗어나 장기 안정성과 공공성을 우선하는 투자 원칙 확립이 국민 신뢰 회복의 관건이라는 지적이 많다.

향후 국민연금 제도 개편이 단순한 미봉책에 그칠 경우, 대체투자 리스크가 반복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국제 기준을 수용하고 ESG 기반 책임투자를 강화할 수 있을지가 제도 개혁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 요약:
홈플러스 사태는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부재가 노후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현장 평가도 제도의 사각지대와 불투명성을 강하게 비판한다. 국제 기준과 해외 연기금 사례를 참고해 대체투자 영역까지 포괄하는 법적·제도적 개편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홈플러스#국민연금#MBK파트너스

관련 기사

안녕하세요2 이것은 테스트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2 이것은 테스트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2 이것은 테스트 기사입니다.

국민의 힘 한동훈 제명 확정…계파 갈등 고조

국민의 힘 한동훈 제명 확정…계파 갈등 고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9일 최고위원회 의결을 통해 공식 제명됐다.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강도 징계가 현실화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의 분열과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1심 징역 1년8개월…통일교 금품수수만 유죄

김건희 1심 징역 1년8개월…통일교 금품수수만 유죄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실형을 선고받았다.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다른 주요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으며 특검 구형의 일부만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8일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281만5천원을 선고했다.

트럼프 “한국과 해법 찾을 것”…관세 인상 철회 시사

트럼프 “한국과 해법 찾을 것”…관세 인상 철회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발언은 급격히 냉각됐던 한미 통상 관계에 숨통을 틔워주

미국, 韓에 ‘무역 합의 이행’ 사전 촉구 서한…사전 경고 성격

미국, 韓에 ‘무역 합의 이행’ 사전 촉구 서한…사전 경고 성격

미국이 한미 무역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외교 서한을 지난 13일 우리 정부에 발송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발표한 관세 복원 조치가 사전 예고된 외교적 압박의 성격으로 평가된다. 관련 업계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1차 수신인으로 한 서한을 전달했으며,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

李대통령 “부동산 거품 반드시 바로잡아야"…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재확인

李대통령 “부동산 거품 반드시 바로잡아야"…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재확인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비정상적으로 부동산에 집중된 자원 배분의 왜곡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눈앞의 고통이나 저항이 두렵다고 해서 불공정과 비정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정책 추진에 대한 ‘원칙주의’ 기조를 강조했다.

정청래 “이해찬 남긴 숙제 잊지 않겠다…개혁과 평화 반드시 실현”

정청래 “이해찬 남긴 숙제 잊지 않겠다…개혁과 평화 반드시 실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6일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민주화의 상징이자 당의 큰 별이 지셨다”고 밝혔다.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부 "쿠팡 美투자사, 金총리 발언 자의적 편집·왜곡" 반박

정부 "쿠팡 美투자사, 金총리 발언 자의적 편집·왜곡" 반박

정부는 23일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제기를 예고하면서 김민석 국무총리의 발언을 인용한 것과 관련, "전체적 발언 맥락과 무관한 자의적 편집과 의도적 왜곡"이라고 정면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