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책 톺아보기] '10·15 부동산 대책' 후속, 건설·금융시장 파장

음영태 기자

투기억제 넘어 시장 위축 우려, 정책 보완 목소리 확산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하루 만에 시장 곳곳에서 후속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전역을 포함한 수도권 37곳이 ‘삼중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거래심리 위축과 금융권 리스크 확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단기 안정 효과에도 불구하고 실수요 위축과 공급 차질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교한 후속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수도권의 아파트 단지
▲ 수도권의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제공]

◆ 서울 전역 규제, 거래 급감 조짐

15일 발표된 10·15 대책은 서울 25개 구 전역과 분당·용인·수원 등 경기 주요 도시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강력 조치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는 16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은 20일부터 내년 말까지 적용된다. 2년 9개월 만에 수도권 전역이 전면 규제 상태로 복귀한 셈이다.

이번 조치로 대출·청약·세제까지 강화되며 시장 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무주택자는 40%로 축소되고, 유주택자는 사실상 대출이 금지됐다. 고가주택(25억 원 초과)의 대출 한도는 2억 원으로 제한되며, 전세를 낀 갭투자도 전면 차단됐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지수는 0.08% 하락 전환됐다. 한국부동산원은 “거래량이 전월 대비 32% 감소했다”며 시장 급랭을 확인했다. 정부는 투기 수요 차단을 강조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상 거래까지 위축될 경우 시장 경직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토연구원은 2025년 10월 발표한 ‘주택시장 단기전망’에서 “규제지역 확대에 따라 수도권 실수요자 매수비중이 20%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거래량 급감이 매물 잠김으로 이어지면 단기 가격 변동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 PF 위험 재부상

금융위원회는 이번 대책과 연계해 주택담보대출 관리 강화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특히 1주택자의 전세대출도 DSR 산정에 포함되며, 가계부채 증가율 억제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의 신규 착공 지연이 이어지면 PF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중소 시공사의 유동성 위험이 높아진다. 한국은행은 2025년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 익스포저 확대는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결제은행(BIS) 2024년 ‘거시건전성 리스크 리뷰’에 따르면, 주택 PF 노출이 GDP의 10%를 넘는 국가는 금융위기 시 충격 흡수력이 급감한다. 한국의 PF 잔액은 GDP 대비 11.2%로 이미 위험수준을 상회한다. IMF 2024년 10월 ‘세계금융안정보고서’도 “한국의 부동산 신용 리스크가 가계부채와 함께 구조적 취약 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거래는 위축되지만 수도권의 제한된 공급을 고려하면 가격 조정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이 동시에 강화돼야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된다”고 진단했다.

◆ 건설사 착공 지연, 공급 부족 우려

건설업계는 규제 강화로 착공 및 분양 일정이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5년 하반기 신규 착공 물량이 전년 대비 약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규제 강화로 지연되며, 중소형 건설사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iM증권은 “서울의 경우 분양물량의 80% 이상이 정비사업에서 나오는데, 전매 제한과 분양가 상한제 부담이 조합 사업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2025년 9월 건설경기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착공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했고 미분양 물량은 6개월 연속 증가했다.

국토연구원은 ‘2025년 주택공급 전망’에서 “공급 축소가 장기화될 경우 주거비 불안이 재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수도권 외곽이나 비규제 지역으로 수요가 분산되면 지역 균형 발전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유진투자증권은 “비규제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이 이어지면 지연됐던 정비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 2024년 ‘주택시장 보고서’는 “규제만으로는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중장기 주택재고 확대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 세제 개편 논란, 실수요자 반발 확산

정부는 양도세 감면 종료를 예정대로 추진하며 다주택자 세제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수요자들은 장기보유 혜택 축소와 취득세 중과로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세무업계는 “세 부담 증가로 매물 잠김이 심화될 것”이라며 거래 위축을 경고한다.

씨티 이코노미스트 김진욱은 보고서에서 “정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제 개편을 주저하고 있다”며 “중저가 다주택자보다 고가 1주택자에게 유리한 구조가 지속되면 조세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감정원은 “매물 잠김과 거래 급감이 맞물리면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예고되면서 2026년 상반기에는 일시적 매물 출회 후 다시 급감하는 ‘거래 단절 구간’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계청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자가점유율은 57.8%로 3년째 제자리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세제 강화로 신규 매수 여력이 줄면 주거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규제의 지속 가능성, 공급과 금융의 균형 과제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 안정 효과는 거둘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공급 확대와 금융 안정이 병행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은 “주택가격 안정과 금융안정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국토부는 연말까지 추가 보완책을 검토 중이다.

경제학계에서는 주택 수급 불균형이 구조적 문제로 남아 있는 만큼, 규제 위주의 수요 억제책보다는 중장기 공급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IMF 2024년 10월 ‘세계경제전망’은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GDP의 105%로 OECD 평균(73%)보다 높다고 지적하며, 부동산시장 안정이 금융건전성 회복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1990년대 부동산 버블 이후 사례에서도, 규제만으로는 가격안정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교훈이 남는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공급 인센티브 확대와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병행해 거래 정상화에 3년이 걸렸다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주택공급 구조개선 로드맵’에 민간 정비사업 인센티브와 청년·신혼부부 대상 공급 확대안을 포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후속 대책이 금융·세제·공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느냐가 정책 성공의 분수령”이라고 진단한다.

☑️ 요약:
10·15 부동산 대책은 수도권 전역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단기 안정 효과를 냈지만, 거래 위축과 공급 부족, PF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IMF·BIS·OECD 등은 한국의 부동산 노출과 가계부채를 주요 구조적 위험으로 지적하며 공급 확대와 금융 건전성 병행을 권고했다. 향후 정부의 세제 보완과 주택공급 로드맵이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가 부동산시장 안정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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