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재활용 통계 왜곡 바로잡는다” vs 산업계 “순환경제 후퇴”
편집자주: 본 기사는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전문 분석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책임경영을 평가하는 국제적 기준으로, 이번 기사는 해당 관점에서 이슈의 의미를 짚습니다.
환경부가 폐기물을 태워 에너지를 얻는 ‘열적 재활용’을 재활용 실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환경부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열적 재활용을 총 재활용률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를 ‘순환경제 후퇴’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열적 재활용 비중 6.2%…시멘트 산업 중심 구조
열적 재활용은 폐기물을 소각하거나 열처리해 에너지를 얻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전체 폐기물 재활용량의 약 6%를 차지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 발생한 폐기물 1억7,619만t 중 1,092만t(6.2%)이 열적 재활용으로 처리됐다. 물질 재활용이 1억4,059만t(79.8%)으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에너지 회수형 처리 역시 통계상 비중이 작지 않다.
특히 시멘트 산업이 열적 재활용의 핵심 분야다. 시멘트 제조의 주원료인 클링커를 고온으로 굽는 소성로에서 폐합성수지·폐타이어·폐유 등을 연료로 활용하면서, 유연탄 대체율을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료비 절감 효과가 발생해 산업계는 열적 재활용을 ‘친환경적 에너지 절감 수단’으로 홍보해왔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이러한 구조가 대기오염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한국환경공단의 2023년 대기오염물질 통계에 따르면, 시멘트 소성로의 질소산화물 허용기준은 270ppm으로, 폐기물 소각시설(30~50ppm)보다 5배 이상 높다. 먼지·염화수소 등 다른 오염물질도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폐기물 처리업계의 구조적 불균형도 제기된다. 폐기물을 시멘트 공장으로 보내면 폐기물처분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중소 소각업체들이 처리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값싼 소각형 재활용’이 구조적으로 강화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 정책 의도는 통계 개선…산업계는 “그린워싱 프레임 전제”
환경부는 이번 검토가 ‘재활용 통계의 신뢰성 회복’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2023년부터 통계상으로 물질 재활용과 열적 재활용을 구분해 발표했지만, 여전히 통합 지표가 사용되는 분야가 많다는 것이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는 “국민 체감도와 실제 재활용 수준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업계·전문가·지자체와의 간담회를 거쳐 세부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개편안에는 열회수 효율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제한적 인정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이는 산업계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통계 신뢰성을 높이는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반면 업계는 정부의 설명이 ‘그린워싱’ 프레임을 전제로 한 일방적 접근이라고 비판한다. 시멘트·정유·석유화학 업계는 폐열 회수 설비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다며, 제도 변경이 민간 설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대기오염 저감설비를 이미 구축한 사업장까지 동일하게 규제 대상이 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계 개선만으로는 순환경제의 질적 발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며, 열회수 효율·온실가스 감축효과 등을 통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인증체계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는 열적 재활용의 기술적 혁신을 유도하면서도 환경성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 국제 기준은 이미 ‘소각’…EU·미국 제도 비교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열적 재활용을 명확히 소각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EU의 ‘폐기물기본지침(Directive 2008/98/EC, 2018년 개정)’은 재활용을 “폐기물을 제품·재료로 재가공하는 행위”로 정의하며, 에너지 회수는 ‘회수(recovery)’ 또는 ‘소각(incineration)’으로 구분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24년 3월 발표한 ‘자원보존 및 회수법(RCRA)’ 개정안에서 열회수를 재활용 범주에서 제외했다.
일본과 독일은 보다 세분화된 접근을 취하고 있다. 일본 환경성은 2024년 ‘순환형사회형성기본법’ 개정 시 열회수 효율 70% 이상 설비에 한해 제한적 재활용으로 인정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독일 역시 고효율 폐열발전시설에 한해 보조금 지급 형태로 지원하되, 전체 재활용률 통계에는 포함하지 않는다.
국제기구 차원에서도 기준이 명확하다. OECD는 2023년 ‘자원순환경제 보고서’에서 “열적 재활용은 탄소감축 기여도가 낮고, 통계상 재활용률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회원국 38개국 중 27개국이 열회수를 재활용률 산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러한 국제 흐름에 맞춰 제도적 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EU·OECD처럼 에너지 효율성과 오염물질 배출량을 함께 고려하는 다층 평가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 ESG 평가 영향 불가피…기업 공시 지표 혼란 우려
국내 ESG 평가체계에서는 ‘자원순환’ 지표가 환경(E) 부문의 핵심 항목으로 자리한다. 한국ESG기준원(KCGS) 2024년 평가지침에 따르면 폐기물 재활용률·감축률이 E 점수의 약 15%를 차지한다. 열적 재활용이 실적에서 빠질 경우 시멘트·정유·화학 등 고에너지 산업의 E 점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ESG 데이터 제공기관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도 “국가별 재활용 기준의 일관성이 ESG 공시 비교 가능성을 좌우한다”고 평가한다. 한국거래소는 내년 시행 예정인 K-ESG 공시 의무화에 맞춰 지표 조정 필요성을 검토 중이다. 제도 변경이 공시 체계에 반영될 경우, 기업의 재무적 공시와 비재무적 공시 간 정합성 문제가 새롭게 부각될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ESG 평가 하락이 곧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들은 재활용률·탄소배출 절감 데이터를 ESG 투자 판단의 핵심 지표로 활용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국제 지표와 괴리될 경우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책 전환 시 과도기적 유예기간을 두고, 열회수 효율 향상·대체연료 기술 등 개선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SG 평가지표의 개편이 기업의 환경 성과를 왜곡하지 않도록 세밀한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위한 균형점 찾기
한국환경연구원은 2024년 9월 보고서에서 “열적 재활용 제외 논의는 통계 개선과 정책 신뢰성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산업 경쟁력과의 균형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열회수 효율·탄소저감 효과·오염물질 배출량 등을 종합 평가하는 새로운 다층지표를 제안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국내 제도가 EU·OECD와 달리 단일 재활용률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품질·효율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법령 개정을 통해 효율·환경 영향 지표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달 초 환경부는 이해관계자 협의체를 구성해 열적 재활용 효율 평가 모델과 기술 인증제 도입 방안을 논의 중이다. 향후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일부 열회수 설비는 제한적으로 재활용 실적으로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논의는 단순한 분류 문제를 넘어, 탄소중립·에너지안보·산업경쟁력 간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지속가능한 순환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요구된다.
☑️ 요약:
열적 재활용 제외 논의는 재활용 통계 신뢰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조치지만, 산업계는 순환경제의 후퇴로 본다. 국제적으로는 소각 분류가 일반적이지만, 효율·환경영향을 함께 고려한 국내형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ESG 평가체계 개편과 기업 대응방안 마련이 향후 지속가능성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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