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ESG 포커스] 서구의 기후 후퇴…중국 '클린 테크' 강국으로

장선희 기자

파리 기후 협정이 서명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서구권에서는 협정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탈퇴시켰고, 유럽과 캐나다 역시 기후대책 비용과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감속 조짐을 보인다.

이처럼 서방 국가들의 기후 정책 후퇴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청정에너지 확산이 파리기후협정의 붕괴를 막고 있다고 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보도했다.

중국은 ‘클린테크 초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한 제조 투자 덕분에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등 청정기술의 원가가 급격히 하락하며, 보조금 없이도 화석연료와 경쟁 가능한 수준에 진입했다.

▲ 기후협상 중심에 선 중국

유엔 기후 회의(COP)를 위해 브라질 벨렝에 정부 대표단이 모이는 가운데, 중국은 전례 없이 협상의 중심에 서 있다.

서구의 기후 목표 후퇴에 대한 개발도상국들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청정 에너지 전환은 파리 협정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배출 감축의 실질적 행보’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점이 여전히 지구온난화가 협정의 목표 온도를 초과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 중국의 클린테크 확장

2015년 협정 체결 당시만 해도 중국 제조업이 10년 만에 세계 정상을 차지하리라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

당시 전기차와 배터리는 주류가 아니었다.

WSJ에 따르면 이제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전기차는 전 세계 시장을 압도하고 있으며, 2015년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2025년 태양광 발전 단가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에서 전기차는 이제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하며, BYD와 같은 중국 대기업의 저가 모델은 서구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가격을 낮추도록 압박하고 있다.

한편, 차량 및 그리드급 저장장치용 배터리 생산이 급증하면서 이들 제품의 비용이 크게 절감되었다.

프랑스 석유·가스 생산사이자 세계 최대 재생 에너지 투자자 중 하나인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의 패트릭 푸야네 CEO는 "중국은 10년 만에 클린 테크의 슈퍼 메이저가 되었다"라며 "2015년에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 가속도는 엄청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두고 불평할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지구에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 중국발 비용 절감 효과와 개도국 지원

선진국의 기후재정이 급감하는 와중에도 신흥국은 중국산 청정에너지 제품을 통해 전환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빈곤국들에게 청정 에너지 비용의 폭락은 선진국들의 기후 재정 지원 급감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작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에서 선진국들은 2030년부터 개발도상국에 연간 3,0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의 모든 기후재정 지원을 중단시켰다.

그러나 이제 많은 개발국에서는 보조금이 없어도 태양광과 배터리가 석탄발전보다 저렴하다.

인도 기업들은 서방의 자금 지원 없이도 중국 업체에 수천 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배터리 설비를 발주하고 있다.

에너지 연구 회사 우드 맥킨지의 선임 분석가 아흐메드 자밀 압둘라는 "모든 지역에서 재생 기술은 기존 발전 방식 대비 확실한 비용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라며 "세계 에너지 전환이 전례 없는 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중국 태양광 에너지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협력의 상징이던 파리협정, 현실은 온도 초과

파리 협정의 서명은 기후 변화에 대한 글로벌 협력의 정점을 찍었다.

190개국 이상이 채택한 이 협정은 산업화 시대 이후 지구 온난화를 섭씨 2도 '훨씬 아래'로 제한하고, 1.5도에 가깝게 제한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이제 1.5도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협정 서명 이후 전 세계 배출량이 급증했으며, 중국이 주요 원인입니다.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협정 서명 당시 약 100억 톤에서 작년에는 120억 톤 이상으로 급증했는데, 이는 전 세계 총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유엔 지원 기후 과학자들은 온난화를 1.5도로 유지하려면 전 세계 배출량이 2019년과 2030년 사이에 43% 감소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온실가스는 현재까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작년 전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5도 높았으며, 기후과학자들은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의 배출 감축이 필요하다고 경고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증가세다.

▲ 서방, 에너지 정치의 회귀…유럽·캐나다 반발

트럼프 행정부는 해운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를 ‘글로벌 그린 사기세’라 비판하며 반대했고, 풍력·태양광 프로젝트 세제 혜택도 내년 7월 4일 이전 착공분까지만 인정하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이미 신청된 재생에너지 및 배터리 발전용량은 2000GW에 달해, 현재 설비 총량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분석가들은 이 프로젝트들 중 상당수가 세액 공제를 받을 자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에 "미국은 이 선박에 대한 글로벌 그린 뉴 사기 세금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유럽과 캐나다 역시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탄소세와 보조금 부담에 반발이 커지고 있다.

캐나다 총리는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탄소세 부과 계획을 취소했다.

이탈리아 에너지 회사 Eni의 청정 에너지 투자 부문인 플레니튜드(Plenitude)의 CEO 스테파노 고베르티는 "태양광, 육상 풍력 프로젝트 또는 배터리 저장 장치는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할 때 매우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출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중국의 배출 궤적과 AI 시대의 변수

향후 5년간 중국의 배출량 궤적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중국은 최근 갱신한 파리협정 이행계획에서 배출 정점 시점을 명시하지 않아 실망을 안겼지만, 대규모 풍력·태양광 설치 확대 덕분에 석탄·가스 발전량은 올해 1.2% 줄었다.

또 다른 변수는 인공지능(AI)의 등장이다.

중국의 엄청난 전력 수요는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발전 용량을 추가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요즘 대부분의 시장에서 에너지 경영진들은 최선의 선택은 재생 에너지라고 말하고 있다.

토탈에너지스의 푸야네는 "새로운 가스 터빈은 현재 5년을 기다려야 한다"며 "용량을 늘리려면 오늘날 가장 쉽게 이용 가능한 옵션은 태양광과 배터리"라고 말했다.

WSJ은 중국은 세계 최대 배출국이자 청정에너지 최대 생산국으로, 향후 몇 년간 그 배출 감축의 속도가 지구 기온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연간 투자 73% 확대…주가 10% 급등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연간 투자 73% 확대…주가 10% 급등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 메타(Meta)가 인공지능(AI) '초지능(Superintelligence)'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내년도 자본 지출을 전년 대비 70% 이상 늘린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막대한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본업인 광고 사업의 견조한 성장세와 확실한 미래 가이드전스에 투자자들은 환호하며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구글, 中 '사이버 네트워크' 아이피디아 정조준…9백만 기기 차단

구글, 中 '사이버 네트워크' 아이피디아 정조준…9백만 기기 차단

구글이 수백만 대의 가정용 기기를 통해 운영되던 중국계 사이버 네트워크에 법적 조치를 취하며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아이피디아(Ipidea)’로 알려진 이 기업은 수상한 방식으로 사용자 기기를 프록시 네트워크에 편입시켜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글은 미국 법원의 명령을 통해 이들의 인터넷 도메인을 전면 차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AI에 37조 투자…클라우드 성장 둔화

마이크로소프트 AI에 37조 투자…클라우드 성장 둔화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상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 투자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매출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매출 성장세를 앞지른 비용 증가율로 인해 'AI 거품론'에

미 연준 기준금리 동결… 인플레 경계 속 고용 안정 주력

미 연준 기준금리 동결… 인플레 경계 속 고용 안정 주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현행 3.50~3.75%로 동결했다. 29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월 2일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한국과 해법 찾을 것”…관세 인상 철회 시사

트럼프 “한국과 해법 찾을 것”…관세 인상 철회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발언은 급격히 냉각됐던 한미 통상 관계에 숨통을 틔워주

안드레센 호로위츠, 스웨덴 스타트업 ‘덴티오’ 투자

안드레센 호로위츠, 스웨덴 스타트업 ‘덴티오’ 투자

실리콘밸리의 거물 벤처캐피털(VC)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가 인공지능(AI) 기반 치과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한 스웨덴 스타트업 ‘덴티오(Dentio AB)’의 프리시드(Pre-seed) 펀딩 라운드를 주도하며 초기 투자에 나섰다.

엔비디아, 코어위브 20억 달러 추가 투자

엔비디아, 코어위브 20억 달러 추가 투자

엔비디아가 자사 칩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코어위브에 20억 달러(약 2조 8천억 원)를 추가 투자하며 강력한 신뢰를 보냈다. 이번 투자는 최근 코어위브의 재무 구조와 사업 지연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차세대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