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슈인 문답] 세운상가 철거 논란, 종묘 보존과 개발의 경계는

김동렬 기자

도심재생과 세계유산 보호의 갈림길에 선 서울

서울시가 세운상가 철거와 종묘 녹지축 복원을 본격 추진하면서 정치권과 문화재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도시 단절을 해소할 핵심축”이라며 재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세계유산 훼손 우려”를 제기한다. 도심 재생과 문화 보존의 균형을 둘러싼 이번 논란의 쟁점을 문답 형식으로 짚었다.

오세훈 시장
▲ 오세훈 시장, 세운4구역 재개발 관련 현장 브리핑 [연합뉴스 제공]

◆ 세운상가 철거 구상은 왜 다시 추진되었나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를 철거하고 종묘와 연결된 녹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도시재생 계획을 11일 발표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를 ‘도심 녹지 연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시하며, 남산부터 종묘까지 이어지는 보행축을 복원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세운상가가 도심의 단절을 초래한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구상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세운상가는 1968년 완공된 서울의 첫 주상복합 상가로, 1970~80년대 전자산업의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낙후된 시설로 전락했다. 오 시장은 “58년 된 세운상가는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노후 건물을 철거해 새로운 산업·문화공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콘크리트 낙하 사고가 발생하며 안전 문제가 다시 부각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종로변과 청계천변 건물 높이를 각각 101m와 145m로 완화해 개발 경제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종묘 쪽 방향에는 시야를 가리지 않는 녹지축을 조성해 경관을 보존한다는 구상이다. 시 관계자는 “높이 제한 완화는 세금을 줄이기 위한 조치이자 공공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한양도성 역사도심 기본계획(2025)’과 연계된다. 서울시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 구체적 설계와 보상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 종묘 보존 논란의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논란의 중심에는 ‘세계유산 영향’ 문제가 있다. 종묘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그 시야권과 경관이 보존 대상에 포함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서울시는 유네스코 권고에 따라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정식으로 받아야 한다”며 서울시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1995년 서울시가 유네스코에 종묘 주변 고층건물 억제를 약속했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세운4구역이 세계유산보호구역 경계 밖에 있더라도, ‘간접영향권’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건축물의 높이와 시각적 간섭이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공식 관리지침에서 “시야권(Viewscape) 훼손은 등재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세운4구역은 종묘 정문으로부터 500m 이상 떨어져 있으며, 시각적 영향은 미미하다”고 반박한다. 오 시장은 “종묘 앞이 아니라 측면에 건물이 들어서기 때문에 경관에 실질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높이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경관 조화와 시민의 시각적 체험”이라며 단순 거리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 차이는 왜 이렇게 큰가

정치적 공방이 불거진 건 김민석 국무총리의 공개 발언 이후다. 김 총리는 10일 종묘를 방문해 “종묘 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숨이 막히는 경관이 될 것”이라며 서울시를 비판했다. 그는 “문화·경제·미래 모두를 망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에 오 시장은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서울시를 매도하고 있다”며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맞받았다.

이 충돌은 단순한 행정 이견을 넘어 정치 구도로 확산됐다. 김 총리는 “국민적 공론의 장을 열겠다”고 했고, 오 시장은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정치적 선동은 안 된다”고 반박했다. 종묘 보존과 재개발이라는 정책 논쟁이 총선을 앞둔 정치 이슈로 비화하고 있다.

시민 여론은 엇갈린다. 일부 시민들은 “세운상가 철거로 도시 경관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는 반면, 다른 이들은 “세계유산 훼손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반대한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구상이 도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중앙정부와의 협력 없이는 행정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본다.

◆ 문화재 보존과 재개발을 병행할 수 있는가

서울시는 세운상가 철거가 단순 철거가 아닌 ‘역사보존형 재생’이라고 강조한다. 오 시장은 “세운상가를 허물고 녹지를 조성하면 종묘의 앞 시야가 트인다”며 “도시의 역사성과 현대성을 함께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녹지축 양옆으로 건물을 단계적으로 배치해, 종묘 방향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경관 설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문화재 전문가들은 “보존형 재생이 실제 구현되려면 유네스코 기준에 맞는 투명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주민 협의와 상인 보상 절차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공공개발의 정당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다. 런던 쇼디치나 도쿄 긴자 등은 역사보존형 재생을 통해 상권과 문화가 공존하는 모델로 발전했다. 이들은 건축물 높이보다 ‘거리 풍경의 연속성’과 ‘시민 접근성’을 중시하는 공공디자인을 적용했다. 서울시가 이러한 국제 사례를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향후 평가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경제성과 보존을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도심재생의 명분이 지속되려면 투명한 절차와 시민 참여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세운상가 철거 논란은 단순한 도시미관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 재개발 정책 전반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도심재생의 지속가능성은 경제효율과 역사보존의 균형 여부에 달려 있다. 결국 핵심은 공공성과 절차의 정당성이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보상 및 설계안을 확정하고, 유네스코 협의 절차를 병행할 계획이다. 중앙정부와 문화재청, 유네스코 간 협의 체계를 공식화해야 향후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종묘는 세계인이 찾는 유산이며, 세운상가는 서울 시민의 산업사적 기억”이라며 “두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도심 녹지화가 성공하려면 개발과 보존의 균형, 그리고 시민의 참여가 함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서울시가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요약:
 서울시의 세운상가 철거·녹지화 구상은 도심재생과 세계유산 보호의 균형이라는 과제를 드러냈다. 서울시는 공공개발을 통해 경관을 복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유네스코 평가 절차를 요구한다. 향후 협의와 상생 설계가 도시정책 신뢰 회복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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