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글로벌 경제 시선] EU 외국인투자 규제 강화…중국 견제 본격화

장선희 기자

유럽연합(EU)이 자국 산업 보호와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해 외국인 투자(FDI)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 기업들이 있으며, 특히 기술이전과 현지 고용 창출 없는 투자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24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러한 규정 개정안은 EU의 침체된 산업 기반과 둔화된 경제 성장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다음 달 발표할 일련의 제안 중 하나다.

▲ 유럽의 개방성이 중국에만 유리?

EU는 자국 시장의 개방성을 활용해 혜택을 누리면서도, 현지 고용이나 기술 공유 등 실질적인 기여는 하지 않는 중국 기업의 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해 외국인 투자(FDI) 규정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이는 유럽 산업 경쟁력 회복과 경제 성장 부양을 위한 보다 큰 전략의 일부다.

▲ EU의 FDI 규제 강화 배경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로 인해 중국산 제품이 유럽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철강, 화학 등 유럽 전통 산업이 고전하고 있다.

이미 높은 에너지 가격 및 복잡한 환경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 및 화학 등 유럽 산업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유럽 내 중국 산업 프로젝트가 증가하면서, 중국이 자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유럽이 첨단 제조업에 의존하도록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목표와도 일치한다.

중국 기업들이 향후 EU의 추가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럽 현지 투자를 활용한다는 시각도 규제 강화의 동기가 되고 있다.

▲ 유럽 가치사슬에 실질적 기여 요구

EU 산업 집행위원인 스테판 세주르네(Stéphane Séjourné)는 외국인 투자 기준에 대해 “단순 조립이 아닌, 유럽 전체 가치사슬에 기여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배터리 같은 핵심 산업에 대해서는 현지 고용과 기술 이전 요건을 추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 ‘유럽에서 생산’ 중심의 정책 도입 예고

세주르네 위원은 프랑스 정치인으로서 그간 “메이드 인 유럽”을 강조해 왔으며, 외국인직접투자(FDI)에 조건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유럽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와 목표는 같지만, 수단은 다르다”며 관세 대신 조건부 투자 방식을 선호한다고 언급했다.

EU 법안 초안에는 중국이라는 명칭은 명시되지 않지만, 투자 흐름이나 관련 기업을 보면 중국이 주요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4년 중국의 EU에 대한 FDI는 전년 대비 80% 증가한 94억 유로에 달했다.

스페인 정부 관계자는 EU의 투자 규정 강화 이니셔티브를 강력히 지지하며, "이 조치가 유럽의 경제 안보와 회복력을 높이고, FDI가 유럽 국가에서 강력한 부가가치, 기술, 국내 고용을 창출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기업 CATL 집중 조명

정책 논의의 촉발점 중 하나는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은 기술력 측면에서 유럽 경쟁사를 앞서며 독일에 이미 공장을 가동 중이다.

여기에 헝가리(70억 유로), 스페인(40억 유로)에서도 대형 공장을 짓고 있다.

특히 스페인 공장은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으로 진행되며, 중국인 인력 2,000명 투입 계획이 논란이 되고 있다.

스페인 노동조합 측은 CATL이 현지 고용은 하더라도 핵심 기술은 공유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산업정책 기조와 맞물린다는 분석이다.

또한 기술 독점 상태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유럽연합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수소·자동차 부문도 ‘중국 그림자’ 확대

중국 기업은 최근 독일, 스페인, 북유럽 등에서 수소 프로젝트 투자도 늘리고 있다.

업계 단체 ‘하이드로젠 유럽’은 “중국 자본의 실제 참여정도를 파악하기 어렵다”라며 기존 규제의 허점을 지적했다.

현재 규정은 EU 보조금을 받는 수소 프로젝트가 중국산 전해장치 부품 비중 25%를 넘지 못하게 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우회조달로 쉽게 회피된다는 설명이다.

▲ 로컬 콘텐츠 정의 필요

세주르네 위원은 ‘현지 콘텐츠’의 정의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이를 세관 코드 기준 등으로 제시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 유치 경쟁에서 나타나는 국가 간 규제 완화 경쟁을 억제하려는 목적도 있다.

▲ 한국·일본도 영향권

마르틴 셰베냐 중앙유럽아시아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새 규제가 “규제 완화를 미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 했던 남유럽·중동부 유럽국 간 ‘바닥 경쟁’을 막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기차 분야에서는 일본·한국 기업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전통적으로 유럽 로컬 산업과 긴밀히 협력해 왔지만, EU의 새로운 지역가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추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투자 규제 강화 법안은 12월 10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서 공식 제안될 예정이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도 존재하며,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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