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본 기사는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전문 분석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책임경영을 평가하는 국제적 기준으로, 이번 기사는 해당 관점에서 이슈의 의미를 짚습니다
유럽은 지난 2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탄소 배출을 줄여왔으며, 2005년 대비 약 30% 감축이라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17%보다 두드러진 수치다.
그러나 이 같은 '녹색 전환'은 산업 경쟁력 약화와 고에너지 비용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전했다.
▲ 전기요금 급등…산업 경쟁력 급락
독일과 영국은 각각 가정용, 산업용 전기요금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유럽연합(EU)의 중공업 평균 전기요금은 미국의 2배, 중국보다 50% 비싸다.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 또한 높아져 산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AI와 같은 전력 소모가 큰 신산업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 에너지 비용 상승이 기업 탈유럽화 부추겨
에너지 비용 부담으로 인해 유럽 내 주요 제조기업들이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영국의 이네오스는 독일 공장 두 곳을 닫았고, 엑슨모빌도 녹색 정책을 비경쟁적이라고 비판하며 스코틀랜드 화학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일부 국가에선 새로운 데이터센터 유치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아일랜드는 2028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를 사실상 중단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데이터 센터 운영자는 전력 공급을 위해 2035년까지 1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 재생에너지 전환, 구조적 한계
유럽은 미국, 중국 등과 달리 화석연료를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AND 전략'이 아닌, 기존 에너지원 폐쇄와 동시에 태양광, 풍력 중심으로 대체하는 'OR 전략'을 선택했다.
그러나 일조량과 풍량이 제한적인 독일, 영국 등의 조건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려워졌다.
태양광이나 풍력 자체는 무료이지만, 간헐적인 발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배터리 저장 시설, 막대한 중복 설비, 광범위한 인프라 투자에 드는 비용이 막대하다.
예컨대 영국은 북해 해상풍력발전소 '시그린'의 전력을 70% 이상 차단하며 노후 송전망을 보호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른 '그리드 밸런싱' 비용은 2022년 2조7천억 원에서 2030년에는 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팅 업체 오로라 에너지 리서치는 영국의 '청정 전력' 시스템이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절감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2044년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독일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 소비자 부담과 정치적 반발 증가
영국 가정의 절반은 이번 겨울 에너지 사용을 제한할 계획이며, 전기요금은 미국 대비 80% 비싼 수준이다.
이에 따라 '녹색 전환'이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에 불리하다는 반감이 커지고 있으며, 프랑스, 독일 등에서 극우 정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은 신규 가스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했고, 노르웨이는 재생에너지 규제를 둘러싼 내분으로 연립정부가 붕괴되기도 했다.
유럽연합이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던 '그린 수소' 프로젝트들도 고비용 문제로 지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스웨덴의 에바 부슈 에너지 장관은 "최고의 글로벌 경쟁에서 에너지 시스템을 결정하는 방식이 이념 주도적이어서는 안 된다"라며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유럽 공장이 높은 에너지 비용으로 문을 닫고 생산 시설이 탄소 발자국이 더 큰 중국 등으로 이전될 경우, 유럽의 정책이 의도치 않게 전 세계적인 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녹색 전환, 미래의 비용인가 혜택인가
일부 경제학자들은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면 재생에너지가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독일과 영국처럼 일조량과 풍량이 제한된 지역은 재생에너지 효율이 낮고, 초기 구축 비용도 과도하다.
이는 '녹색 전환은 영원히 비쌀 것'이라는 비관론으로 이어진다.
▲ 유럽 녹색에너지 전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형 필요
유럽의 급격한 화석연료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은 산업 경쟁력 회복을 저해하며, 일부 기업의 유럽 철수 우려까지 낳고 있다.
유럽의 녹색 에너지 전환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이상적 목표를 향한 진보였지만, 실행 과정에서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결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유럽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존 에너지 자원의 병행 전략을 재조정하고, 소비자와 산업계의 부담을 분산할 수 있는 구조적 개편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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