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금융진단] 포용금융 확산, 저신용자 부담 완화 효과 어디까지

윤근일 기자

상품·조직·지역 확산 속 체감도와 지속 가능성 시험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저신용 차주의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한 포용금융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중은행은 금리 인하와 상환 구조 조정을 결합한 상품을 내놓고 있고, 금융지주들은 조직 개편을 통해 포용금융을 전담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다만 지원 확산에도 불구하고 실제 부담 완화 효과와 재원 구조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점검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선순환 포용금융
▲ 신한은행, 선순환 포용금융 프로그램 시행 [연합뉴스 제공]

◆ 저신용자 상환 부담 완화, 상품 중심으로 확산

최근 은행권은 저신용 차주를 대상으로 한 상환 부담 완화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원리금 상환 구조를 조정하거나 고금리 대출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장기 대출로 전환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취약 차주의 연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 이러한 대응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29일 신한은행은 고객이 납부한 이자 일부를 대출 원금 상환에 활용하는 ‘선순환 포용금융 프로그램’을 내년 1월 말 시행한다고 밝혔다. 연 5%를 초과하는 금리의 원화 대출을 보유한 저신용 개인사업자대출 차주가 대상이며, 5% 초과분 가운데 최대 4%포인트에 해당하는 이자를 원금 상환에 활용하는 구조다.

신한은행은 또 고금리 신용대출을 이용 중인 저신용 고객에게 기존 대출을 연 6.9% 단일 금리가 적용되는 장기 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금리 부담과 원금 상환 부담을 동시에 낮출 계획이다. 은행 측은 이자 부담을 직접 줄이는 동시에 부채 총량을 낮춰 장기적인 신용 회복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하고 있다.

◆ 금융당국 기조와 맞물린 조직·제도 정비

포용금융 확대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취약 차주에 대해서는 맞춤형 지원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은행권의 포용금융 강화는 이러한 정책 신호에 대한 자율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은행 내에 포용금융상품부를 신설했다. 기존 리테일상품부와 정책서민금융 상품 담당 부서를 통합해 포용금융을 전담하는 조직을 꾸린 것이다. 지주 차원에서도 생산적 금융 지원팀을 신설하며 포용금융을 그룹 차원의 중점 과제로 다루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포용·상생금융에 기여한 금융회사와 유공자를 대상으로 시상식을 열고, 은행권이 포용금융을 비용 부담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의 일부로 인식해 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포용금융을 일회성 지원이 아닌 금융권의 구조적 역할로 정착시키겠다는 정책적 메시지다.

◆ 지역 금융권으로 번지는 포용금융 실험

포용금융은 수도권 대형 은행을 넘어 지역 금융그룹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BNK금융그룹은 청년 인구 유출과 지역 소멸 문제 해결을 포용금융의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관련 상품과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한 저신용자 지원을 넘어 지역 사회 문제 해결과 금융을 결합한 사례로 평가된다.

BNK는 청년이 직접 금리를 선택하는 구조의 대출 상품을 공급하고, 소득 수준별 상환 구조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지역 거주 청년과 외부에서 유입되는 청년을 구분해 지원하며, 일정 기간 고정 금리 적용과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를 통해 초기 금융 부담을 낮췄다.

아울러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확대 시행하고 있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탕감해 신용 회복을 지원하고, 연체 차주의 채무조정 비율을 최대 80%까지 높이는 방식이다. 다만 이러한 지역 기반 포용금융은 대상과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전국 단위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금리 환경 속 체감 효과는 제한적

포용금융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여전히 높은 대출 금리가 있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저신용 차주가 실제로 적용받는 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상환 부담 완화 효과가 즉각적으로 체감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환 구조 완화와 금리 인하는 단기적으로 연체를 방지하고 금융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차주의 현금 흐름 부담을 줄여 부실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일부 상품은 지원 대상이 제한적이거나 조건이 까다로워 실제 혜택을 받는 차주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리 인하 폭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정책 의도와 현장 체감 사이의 간극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 과제로 남는다.

◆ 지속 가능성·도덕적 해이 논쟁

포용금융 확대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이 자체 재원을 활용해 지원을 늘릴 경우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상황이나 경영 여건 변화에 따라 포용금융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상환 부담 완화가 반복될 경우 도덕적 해이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일부 차주가 제도를 악용하거나 상환을 미루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 내부에서는 성실 상환자 중심의 선별적 지원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금융안정 관련 보고서에서 고금리 환경에서 취약 차주 보호 장치가 미흡할 경우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반복적인 지원은 금융 규율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도 설계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 요약:
 은행권을 중심으로 저신용 차주의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한 포용금융이 상품·조직·지역 단위로 확산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이자 원금 전환 프로그램과 하나금융의 전담 조직 신설, BNK금융의 지역 기반 포용금융 실험은 단기적 연체 방지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체감 효과의 한계와 재원 구조 부담, 도덕적 해이 우려가 동시에 제기돼 포용금융의 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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