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EU, '고위험' 기술 퇴출 추진에 화웨이 강력 반발

장선희 기자

유럽연합(EU)이 국가 안보와 사이버 보안을 이유로 핵심 산업 분야에서 '고위험 공급업체'의 부품과 장비를 퇴출하는 강도 높은 규제안을 내놓았다.

사실상 중국의 화웨이와 ZTE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되는 가운데, 화웨이 측은 "국제 무역 규범 위반"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유럽과 중국 간의 기술 통상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 EU 사이버보안법 개정...'외세 개입·스파이 행위' 차단

20일(현지 시각) 발표된 EU 집행위원회의 사이버보안법(Cybersecurity Act) 개정안은 사이버 공격 및 랜섬웨어 위협 증가, 외세의 간섭과 스파이 행위에 대한 우려를 배경으로 한다.

특정 기업의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미국이 2022년 화웨이와 ZTE 장비 승인을 금지하고 유럽 우방국들의 동참을 촉구해온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2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헨나 비르쿠넨 EU 기술수석은 "새로운 사이버 보안 패키지를 통해 핵심 ICT 공급망을 보호하고 사이버 공격에 단호히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유럽의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필수적 단계임을 강조했다.

▲ 18개 핵심 분야 전방위 규제...3년 내 '고위험' 부품 완전 퇴출

이번 규제안은 단순히 통신망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의 핵심 섹터로 범위를 넓혔다.

자율주행차, 전력 공급 및 저장 시스템, 상수도, 드론 등 18개 주요 분야가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클라우드 서비스, 의료 기기, 감시 장비, 우주 서비스 및 반도체 역시 핵심 분야로 분류되어 엄격한 감시를 받게 된다.

특히 모바일 운영체 사업자들은 고위험 공급업체 명단이 발표된 후 36개월(3년) 이내에 주요 부품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광섬유, 해저 케이블, 위성 네트워크 등 고정망에 대한 퇴출 기한도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화웨이 [연합뉴스 제공]
화웨이 [연합뉴스 제공]

▲ 화웨이 "법적 원칙 무시한 차별" 반발... 통계적 근거 부족 지적

화웨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화웨이 대변인은 이번 제안이 기술적 표준이나 사실적 근거가 아닌 '출신 국가'를 기준으로 공급업체를 배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공정성, 비차별성, 비례성의 원칙이라는 EU의 기본 법적 원칙은 물론 세계무역기구(WTO)의 의무사항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화웨이 측은 "향후 입법 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며,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권리를 유보하겠다"고 밝혀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 천문학적 교체 비용 부담...유럽 통신 업계의 시름

EU의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막대한 비용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 통신 로비 단체인 '커넥트 유럽(Connect Europe)'은 이번 규제가 시행될 경우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추가 규제 비용이 수십억 유로(수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2020년 도입된 '5G 보안 툴박스'에 따라 일부 국가들이 장비 교체를 추진 중이지만, 천문학적인 비용 탓에 완전한 퇴출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개정안이 최종 법안으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향후 몇 달간 EU 회원국 및 유럽의회와의 복잡한 협상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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