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금주의 詩]베토벤이라는 빵

강기원

베토벤이라는 빵이 있어
이스트가 아닌
음악으로 발효시킨 빵
악상에 잠겨
부푸는 반죽이라니
버터를 발라 작은 오븐에 넣으면
실내악이 흘러나올지 몰라
바삭하게 구워 입 안에 넣으면
악기가 될지도 몰라

눈을 감고 생각해
이 빵은 새가 아닐까
노래를 감추고
날 숙주로 삼으려는 새
맛나고 연한 살의 바이러스로
내 안의 말없는 말들
노래로 바꾸어줄 새

빵집 앞에는 하루 세 번
그의 부화시간이 적혀 있지
유리창 뒤에서 바삐 움직이는
흰 고깔의 연금술사들
빵틀로 보이는 저
둥지 안에서
따끈한 베토벤이 태어나길
나는 기다리지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 당선
시집으로『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바다로 가득 찬 책』
2006년  제25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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