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집행위원장 한상준)가 오는 23일 폐막식을 거행하고 수상작을 발표했다.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인 부천영화제는 총 5개 부문에 상을 수여한다. 부천 초이스 장, 단편과 유럽판타스틱영화제연맹 아시아 영화상을 비롯 새로 신설된 넷팩상과 후지필름 이터나상 등 5개 부문에 걸쳐 상을 수여한다.
부천초이스 장편
부천 초이스 섹션 부문에 상영한 장편 중에서 선정
심사위원 : 토니 레인즈(심사위원장), 마세 야스히로, 윤종찬, 추상미, 제이슨 레즈닉
○ 작품상 : <포비든 도어> 감독 조코 안와르
○ 감독상 : 단테 람, <비스트 스토커>
○ 남우주연상 : 스티븐 맥하티, <폰티풀>
특별언급 – 닉 청(장가휘), <비스트 스토커>
○ 여우주연상 : 샤리파 다니쉬, <마카브르>
○ 심사위원 특별상 : <이웃집 좀비> 감독 오영두, 류훈, 홍영근, 장윤정
○ 푸르지오 관객상 : <이웃집 좀비> 감독 오영두, 류휸, 홍영근, 장윤정

부천 초이스 단편
부천 초이스 섹션 부문에 상영한 단편 중에서 선정
심사위원 : 이한나(심사위원장), 양익준, 토드 브라운
○ 단편 대상(상금 5백만원) : <살인의 막장> 감독 리차드 게일
특별언급 – <먼지 아이> 감독 정유미
○ 단편 심사위원장(상금 3백만원) : <죽음의 춤> 감독 페드로 피레
○ 한국단편특별상(상금 5백만원) : <먼지 아이> 감독 정유미
○ 단편 관객상 : <살인의 막장> 감독 리차드 게일
유럽판타스틱영화제연맹 아시아 영화상
장르를 중심으로 아시아 영화를 발굴 및 장려하기 위해 아시아 장르영화를 선정
심사위원 : 로맹 롤, 마이크 호스텐치
○ 수상작: <초콜렛 Chocolate> 감독 프라차야 핀카엡
<신설 수상 부문>
넷팩상
장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는 ‘오프 더 판타스틱’ 섹션 중 최고 아시아 작품을 선정
심사위원 : 테레사 퀑, 테루오카 소조, 이동진
○ 수상작: <거기엔 래퍼가 없다> 감독 이리에 유
특별언급: <하프웨이> 감독 기타가와 에리코
후지필름 이터나상
후지필름이 후원하는 상으로 장르를 중심으로 한국독립장편 중 선정, 후지필름 8000ft를 수여
심사위원 : 라제기, 정지연, 허지웅
○ 수상작 : <반드시 크게 들을 것> 감독 백승화
상영작 정보
◆ <포비든 도어> (감독 조코 안와르)
인도네시아 : 2009 : 115분 : 35mm : 컬러 : ASIAN PREMIERE
조각가 감비르는 누가봐도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 조각가로서 발표하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으며 매 작품이 고가로 팔려나갈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중이며 미모의 아내와 함께 하는 단란한 삶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그의 성공 이면에는 누구에게도 차마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아이를 갖기 위한 아내 탈리다와 어머니의 노력도 감비르에게는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그런 감비르에게 의문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메시지에 쓰인 단서를 찾아 감비르가 간 곳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텔레비전 쇼를 보여주는 비밀 클럽. 그 곳에서 감비르는 부모에게 폭행당하는 한 소년의 모습을 보게 된다.
<포비든 도어>는 2007년 PiFan의 폐막작으로 소개되었던 <칼라> 이후 인도네시아 영화계의 스타 조코 안와르가 2년 만에 발표한 신작 호러 스릴러다. 영화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전 세계 어느 관객에게도 어필 할 수 있는 완성도 호러 스릴러의 교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울 바스의 작업을 떠올리는 오프닝 크레딧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는 3억여원의 제작비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프로덕션 디자인과 촘촘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시나리오 작가에서 감독, 배우까지 전방위로 활동하는 안와르의 재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작품. (박진형)
◆ <비스트스토커> (감독 단테 람)
홍콩 : 2008 : 109분 : 35mm : 컬러 : KOREAN PREMIERE
수미일관이라는 표현이 너무 잘 어울리는 <비스트 스토커>는 끝까지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정교한 영화다. 형사 통은 수배자 청얏퉁을 쫓다가 실수로 검사 앤의 큰 딸을 죽게 만든다. 이전부터 청얏퉁을 추적하고 있던 앤은 어렵게 그를 법정에 세우지만 이번엔 작은 딸 링이 납치된다. 아이를 죽인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통은 유괴를 목격하고 범인을 추적하지만 실패한다. 통과 앤은 링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체불명의 유괴범은 예상외로 유능하고 집요하다.
<비스트 스토커>는 정교한 시나리오와 뛰어난 연기와 수준급의 연출이 만났을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하지만 웬만해서는 만나기 어려운 영화적 즐거움을 가지고 있다. 영화 중반에 이미 대부분의 이야기가 밝혀지지만 잘 짜여 진 구조 때문에 긴장감을 잃지 않고, 마지막에 배치된 반전은 강력하여 관객들에게 인물들의 관계를 다시 보게 만든다.
우리에게 익숙한 홍콩의 액션영화처럼 시작하지만 개성이 강한 인물들과 인상적인 추격전을 지나 피할 수 없는 대결로 몰고 가는 영화의 힘을 표현하기에, 영어 제목인 <비스트 스토커>는 정말 잘 어울린다. 지난 10 여 년간 영화를 연출해온 단테 람은 이 영화에서 보다 진화된 연출력을 보여주었고, 형사와 유괴범을 연기한 사정봉과 장가휘는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석권하며 뛰어난 연기를 인정받았다. (권용민)
◆ <폰티풀> (감독 브루스 맥도날드)
캐나다 : 2008 : 95분 : 35mm : 컬러 : ASIAN PREMIERE
수많은 좀비 영화가 쏟아져 나온 지금, 과연 기존과는 전혀 다른 좀비영화가 여전히 가능할까? 이런 의문을 품는다면 그 해답이 여기에 있다. 밀폐된 공간을 잘 활용한 이 이색 좀비영화는 여전히 무섭고 재밌지만, 의외의 설정으로 사고를 환기시키고 색다른 영감을 준다.왕년에 잘 나가던 베테랑 라디오 진행자 그랜트는 소도시 폰티풀의 교회 지하에 위치한 라디오 방송국의 아침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는다. 첫날부터 그랜트는 날씨나 교통상황 같은 일상만을 보도하기를 바라는 프로듀서 시드니와 갈등을 빚다가 지루함을 깨기 위해 현장 리포터 켄이 전해주는 기이한 소식을 전하기 시작한다. 반신반의하던 그랜트와 시드니는 미지의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라디오 진행자가 주인공인 이 영화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감염된 영어를 타고 전파된다는 설정은 역설적이다. 더군다나 스튜디오에 갇힌 그랜트와 시드니는 외부와 언어로 소통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들은 ‘입 닥치거나 죽거나(Shut up or die)’인 상황에 처한다. 언어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는 여러모로 현대 언어학이나 미디어의 책임, 소통의 불가능성 등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왜 하필이면 영어인가? 실제로 캐나다에서 불어사용자가 줄어들고 심지어 불어 사용자가 다수인 퀘벡에서 소수의 영어 사용자가 정치와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맥락을 비쳐보았을 때, 다수 언어의 권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영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그랜트와 시드니가 엉터리 불어로 소통을 하는 장면은 코믹하면서도 절박하게 느껴진다. (조혜영)
◆ <마카브르> (감독 모 브라더스)
싱가폴/인도네시아 : 2009 : 93분 : HD : 컬러 : WORLD PREMIERE
브라이언 유즈나가 인도네이아에서 제작한 <공포의 얼굴>이라는 옴니버스 영화가 있다. 7명의 젊은 감독들을 데리고 완성한 6개의 단편은 모두 흥미로운 동시에 주목할 만한 신인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현재를 잘 보여준다. 이 가운데 모 브러더스(사실 두 명의 감독은 성이 같을 뿐 형제는 아니다)가 연출한 단편이 싱가폴의 에릭쿠를 제작자로 만나 장편으로 완성된 것은, 이 지역 영화의 활발한 교류는 물론 두 신인 감독의 재능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카브르>가 펼치는 이야기는 기존의 여러 공포영화들이 보여준 전통적인 장치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행자들이 있고, 한적한 집으로 초대되고, 거기에 사는 무서운 가족들에게 하나둘 살해당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온갖 변형되고 진화된 공포영화들이 극장을 장식하는 현재, 이제는 고전이 된 잘 만든 공포영화들이 보여주었던 독창성과 장르적 쾌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학살의 중심에 있는 집의 여주인은 존재만으로도 불안감을 조성하고, 쫓기는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살인마들도 견고하게 짜여 있는 영화 내부에서 존재의 정당성을 획득한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자기 제대로 만들어진 영화가 튀어나올 때, 우리는 이 돌연한 즐거움을 놀라워하면서도 사랑한다. <마카브르>가 바로 이런 영화다. (권용민)
◆ <이웃집 좀비> (감독 오영두, 류훈, 홍영근, 장윤정)
한국 : 2009 : 85분 : HD : 컬러 : WORLD PREMIERE
유쾌하게 말해보자. 이렇게 흐뭇한 좀비영화가 있나. 진지하게 말해 보자. 좀비를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얼마나 될까? 조지 A 로메로라는 영화사적 사건 이후, 좀비는 장르의 공식이었으며, 때로는 사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도구였다. 전세계에서 좀비 영화가 만들어 졌고 뛰어난 영화들이 나왔다. 한국의 경우에는 몇몇 단편들의 시도를 제외하고 본격적인 좀비 영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웃집 좀비>는 발칙하게도 적은 예산으로 본격적인 좀비 영화에 도전한 한국영화다. 좀비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6개의 이야기가 연결된 이 장편은, 좀비영화에 익숙할 것이 분명한 네 명의 영화인들이 때로는 연출을 때로는 연기를 하며 완성시킨 작품이다. 영화는 인간을 먹을거리로 만드는 좀비에서 한 뼘 정도 나아가, 일상적으로 좀비가 존재한다는 가정 아래에 몇 가지 상황을 제시한다. 누군가는 이 ‘생활형 좀비’를 애인으로 두고 있고, 누군가는 좀비에서 인간으로 돌아와 구직난을 걱정한다. 따라서 피와 내장이 난무하는 통쾌한 좀비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다르게 다가갈 것이고, 지금까지 좀비영화의 익숙함에 질린 관객에게는 의외의 발견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말한다면 지나친 상찬이다. 그러나 콜롬부스의 달걀을 만들어낸 이 영화의 모든 스텝들은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권용민)
◆ <살인의 막장> (감독 리차드 게일)
미국 : 2008 : 10분 : Digi-Beta : 컬러 : ASIAN PREMIERE
괴상한 살인자들 많고 많지만 어처구니없는 살인무기로 느리게 사람을 죽이는 이 엽기살인마에 비할 바 못 된다. 백짓장 같은 낯빛을 한 이 살인자는 수 초, 수 분, 수 시간 만에 이루어지는 여느 살인과 방식을 달리 한다. 기상천외한 이 살인자의 방식은 희생자가 죽을 때까지 스푼으로 때리기! 도끼나 칼, 전기톱 같은 간편한 살인도구를 마다하고 오로지 스푼으로만 상대를 고문한다. 스토커처럼 졸졸 따라다니며 스푼으로 때린 데 또 때리기를 반복하는 살인자는 어느 흉악범보다 웃기고 공포스럽다.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여러 영화들로부터 훔쳐온 패러디 퍼레이드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예고편 형식을 패러디해 장중한 스케일과 액션, 다채로운 로케이션으로 구성했고, <싸이코>의 샤워실 살인을 스푼 살인으로 바꾼 익살스러운 패러디까지 기지가 넘친다. (장병원)
◆ <먼지아이> (감독 정유미)
한국 : 2009 : 9분 : HD : B&W : KOREAN PREMIERE
먼지처럼 작고, 떼어도 떼어내도 먼지처럼 질기게 늘러 붙어 제거되지 않는 아이. 침대보 밑에 누워 있어 침대보를 털어버리면 침대 밑 성냥곽 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고, 성냥 곽을 통째로 구겨버리면 화장품들 사이를 활보하며,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면 다소곳이 찻잔 속에 들어앉아 있는 식이다. 걸레에 감싸 변기에 던져 넣고 물을 내리면 수챗구멍 머리카락 사이에서 얼굴을 내밀고, 변기에 집어넣고 물을 내리면 밥그릇 위에 올라와 있다. 손가락 마디 하나만도 못한 작은 먼지아이는 내치려 해도, 버리려 해도 집요하게 뒤를 밟는 나의 분신이다. 먼지아이를 내치려는 나의 행위들은 자신의 분신을 털어내고 싶은 부정의 욕망을 형상화하고 있다. 정겨운 그림체가 주는 담백한 느낌을 통해 존재의 부정에서 긍정으로 나아가는 화해를 보여준다. (장병원)
◆ <죽음의 춤> (감독 페드로 피레)
캐나다 : 2009 : 9분 : 35mm : 컬러 : ASIAN PREMIERE
영화란 쉬이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을 이미지화하는 예술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 <초콜렛> (감독 프리차야 핀카엡)
태국 : 2008 : 89분 : 35mm : 컬러 : KOREAN PREMIERE
태국 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훌륭한 흥행 성적을 기록한 <옹박>의 성공에는 ‘무에타이’라는 새로운 스팩타클과, 여타의 영화들과 구별되는 ‘진짜 액션’을 몸소 보여준 토니 자가 있었다. 그러나 뒤이어 야심 차게 제작된 무에타이 영화들이 <옹박>의 신화를 이어가는데 잇달아 실패하자, 프라차야 핀카엡감독은 <초코렛>을 통해 ‘어리고 가냘픈 소녀의 무에타이’라는 새로운 스팩타클을 선보인다.
굳이 여주인공을 자폐아로 설정한 것은, 무술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어린 소녀가 무에타이를 보여주는 폭발적인 순간의 쾌감을 강화하기 위한 영화적 장치로 보인다. 보기만 하면 어떤 무술이든 즉시 섭렵하는 천재적인 능력도 자폐아의 서번트 증후군으로 쉽게 설명된다. 그러나 자폐증에 걸린 소녀에 대해 진지하거나 섬세한 묘사를 할 틈 없는 영화의 가뿐 호흡은 주인공 소녀에 대해 관객이 동감하거나 매혹될 수 있는 여지를 일찌감치 차단해버린다. 영화 내내 같은 대사만 반복해야 하는 여주인공도 영화 장치의 덫에 걸려버린 것은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천하무적 천재 소녀의 무에타이 실력에도 불구하고, 감탄은 영화나 캐릭터에 대한 매혹으로 연결되는 대신, 박진감 넘치는 스팩타클에 대한 단순한 소비에서 멈춰서고 만다. <옹박>의 부활을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여기 있다. (옥미나)
◆ <거기엔 래퍼가 없다> (감독 이리에 유)
일본 : 2008 : 79분 : DVCAM : 컬러 : INTERNATIONAL PREMIERE
일본 사이타마현의 후쿠야. 음반점 하나 없는 이 한적한 시골마을에도 청춘이 있고, 청춘의 고뇌를 노래하는 래퍼가 있다. 스트립 바에서 웨이터를 보는 톰, 집안의 브로콜리 농사일을 돕는 마이티, 완벽한 백수 잇쿠는 변방의 힙합크루 ‘Sho-Gung" 안에서도 따돌림을 당하는 신세지만, 힙합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얼떨결에 역사적인 첫 공연이 잡히고, 이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공연을 준비한다. 그러나 다음날 도착한 곳은 힙합이라고는 들어본 적도 없는 어르신들이 잔뜩 앉아 있는 회의실이었다. 과연 이들은 후쿠야의 지방 교육위원들과 지방세 심의관들 앞에서, ‘교육도 세금도 다 필요 없어.’라는 가사를 부를 수 있을까.
2003년에 첫 단편
◆ <하프웨이> (감독 기타가와 에리코)
일본 : 2009 : 85분 : Digi-Beta : 컬러 : INTERNATIONAL PREMIERE
90년대부터 <롱 베케이션> <뷰티플 라이프> 등 일본의 TV 로맨스 드라마 각본 작업에 참여했던 기타가와 에리코의 극영화 데뷔작품이다. 일본 홋카이도 지방의 고등학교 여학생인 히로는 학업과 스포츠 모두에 능한 인기소년 슈에게 반한다. 히로는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전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다 결국 우연한 상황 속에서 감정을 들키게 되고, 슈 역시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다. 소년 소녀의 애틋한 감정은 금새 연인관계로 발전하지만, 그들은 이내 어려운 결단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홋카이도 지역의 지방대학으로 진학을 선택한 히로와 달리 슈는 도쿄의 와세다 대학으로의 진학을 염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청년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어린 연인들은 그들의 삶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첫 번째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TV시리즈로 써온 기타가와 에리코는 이 영화 <하프웨이>에서 그녀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큰 사건들보다는 홋카이도 지방의 풍광과 예쁜 소년 소녀 캐릭터들의 들뜬 연애 감정들에 공을 들인 이 영화는 모든 신들을 마치 순정만화처럼 아름답게 그려냈다. 편집에 참여한 이와이 슈운지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들의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들이 매우 섬세하게 묘사된 작품이다. (정지연)
◆ <반드시 크게 들을 것> (감독 백승화)
한국 : 2009 : 90분 : DV : 컬러 : WORLD PREMIERE
인터넷에 공개 된 본 작품의 티져영상 중 한 장면은 ‘안 될 거야 아마’ 란 이름으로 페러디 되면서 벌써부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펑크 레이블 ‘문화사기단’의 중심인물이었던 리규영은 여자친구가 덜컥 임신을 하는 바람에, 음악인으로서의 생활을 접고 고향인 인천으로 귀향한다. ‘락음악도 전기도 짜릿하긴 마찬가지’라는 이유로 전기관련 국가공인 1급 자격증을 따고 성실한 가장이 된 것도 잠시. 그는 뜬금없이 부평의 모텔촌 한 가운데에 인디레이블 ‘루비살롱’을 열고, 풍운아 같은 밴드를 불러 모으기 시작한다. 그들은 과연 그들의 바람대로 대한민국 최고의 레이블이 될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를 제작함에 있어, 대상과의 거리조절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이미 루비살롱의 멤버로서 카메라를 든 백승화 감독에게,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그런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종군기자가 된 심정으로 밴드들과 뒹굴면서 정신없이 지난 1년을 담아냈다. 그리고 그렇게 담아놓은 이야기는 어떤 극영화보다 드라마틱하다. 최근의 루비살롱은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프랑스 투어등을 성사시키며 세계적인 레이블로 거듭나고 있다. 동시대에 보란 듯이 벌어지고 있는 이 픽션같은 논픽션은 우리가 반드시 크게 들어봐야 할 이야기다. (안성민)
◆ <러브 익스포져> (감독 소노 시온)
일본 : 2008 : 237분 : 35mm : 컬러 : KOREAN PREMIERE
소노 시온 감독의 <러브 익스포져>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단어는 ‘헨타이’(변태)일 것이다. 자신을 품위 있는 변태라고 부르는 주인공 유는 이른바 ‘도촬’(盜撮)이라고 하는 분야에서는 대가가 되어버린 존재이다. 무예를 하듯 우아하게 몸을 날리며 거리를 지나는 여성들의 치마 속을 찍는 그의 모습을 보면 이런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이 같은 ‘변태’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결코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상력을 마구 뽐낸다는 점에서는 어쩌면 영화 자체가 ‘변태’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가 변태가 된 사연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다. 신부인 유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여인이 떠나버리자 매일 같이 아들에게 그 날 지은 죄에 대해 고해하게 한다. 아버지를 기쁘게 해주겠다는 마음에 유는 실제로 죄를 짓기에 이른다. 절도를 하고 폭행을 일삼다가 결국에 그가 도달한 방향이 ‘도촬’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그의 마음 속에 요코가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은 둘의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하게 방해한다. 변태적인 영화인만큼
◆ <프라이드> (감독 카네코 슈스케)
일본 : 2009 : 126분 : HD : 컬러 : INTERNATIONAL PREMIERE
배경과 외모, 재능까지, 세상 전부를 가진 채 태어나 한 순간 그 모든 것을 잃어버렸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존심만은 잃지 않으려는 시오와 태어나면서부터 아주 작은 것조차 싸워서 얻어야 했기에 자존심 따위는 언제든 버릴 수 있다는 모에. 성장 배경에서 성격, 생존의 방법까지 모든 것이 다르지만 오페라 프리마돈나라는 목표와 노래를 향한 꿈만은 똑같은 두 사람, ‘유한클럽’ 등으로 유명한 이치조 유카리의 데뷔 40주년 기념만화를 <데스노트>의 가네코 슈스케 감독이 영화로 옮긴 <프라이드>는 전혀 다른 방법이지만 같은 꿈을 꾸는 두 소녀가 그 꿈을 향해 각자의 ‘프라이드’를 걸고 펼치는 숙명의 대결을 그린 영화다. 원작에 비해 시오의 캐릭터가 다소 평면적이며 모에는 조금 덜 속물처럼 보이지만 상반된 배경을 지닌 두 여성의 대결이라는 자칫 진부한 소재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풀어간다는 점은 영화나 원작 모두 동일하다.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인 소녀와 살아남기 위해 자존심을 버린 소녀, 그 중 누구의 방식이 옳은 것이며 진정한 ‘프라이드’는 과연 어떤 것일까?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지만 함께 노래 할 때 비로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최고의 하모니를 이루는 두 사람, 영화는 노래를 통해 갈등과 사랑, 화합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려간다. 대학생 출신 가수로 유명세를 탄 ‘스테파니’가 시오를, 여성 아이돌 그룹 ‘폴더5’ 출신의 미츠시마 히카리가 모에를 맡아 영화 내내 아름다운 하모니와 재능을 선사한다. 원작의 팬이라면 운명적 라이벌이 선사하는 최고의 하모니, ‘SRM’의 노래를 스크린을 통해 직접 듣는 기회는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일 것이다. (모은영)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감독 타나다 유키)
일본 : 2008 : 79분 : HD : 컬러: ASIAN PREMIERE
청춘의 모습을 그린다는 것, 성장을 그린다는 것은 엇비슷한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성인이 되어 가는 보편적인 삶의 과정 속에 청춘이라는 이름이 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여성감독인 타나다 유키의 최근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고교생들도 호기심과 열정에 사로잡혀 한 시절을 통과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그들이 졸업식을 치르는 것이다.
영화 속에는 크게 세 커플로 이루어진 소년과 소녀가 등장한다. 히루마는 같은 반 토모노를 좋아한다. 그런데 토모노는 학교 선생님과 성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히루마는 그녀의 주위를 배회하면서 학교 선생님을 두들겨 패주기도 하고, 토모노와 함께 해변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 졸업식 날 그에게 다가온 토모노를 향해 히루마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제 더 이상 열정이 사라진 것일까. 미네는 섹스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시즈에게 끌린다. 하지만 스스로도 미숙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극장에서 함께 포르노를 보는 소년과 소녀가 있다. 타나다 유키 감독은 나쁜 소년들과 일탈해 있는 소녀들을 드라마틱하게 다루지 않는다. 어찌보면 십대들이 보여주는 원조교제, 왕따, 일탈과 섹스 등 온갖 코드들이 다 들어있지만 그것을 어둡게 묘사하지만은 않는다. 70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중심을 이루는 것은 학교와 가정 그리고 그들이 함께 머무는 공간을 따라가며 청춘의 알 수 없는 불안감이다.
아오이 유우를 주인공 삼아 만든 전작 <백만엔과 고충녀>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청춘의 알수 없는 목적의식과 불안은 타나다 유키 감독이 바라보는 청춘의 세계관이다. 무언가 열정에 사로잡혀 있지만 자꾸만 어긋나버리는 현실의 모습은 그들이 미숙하고, 어리숙한 탓일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솔직하고 직접적일 수 있는 청춘의 표정은 통과의례의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때로는 성적 호기심에 들떠서, 때로는 사랑의 열병을 앓으며, 때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무표정하게. 어쩌면 이 작품은 표정의 영화다. 소녀들의 무표정과 소년들의 어리숙함 사이에서 각자의 삶은 닮아있으면서도 다르게 흘러간다. (이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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