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Biz포럼]밥 한 공기의 나비효과

노승구 드리米 대표

기상학적 측면에서 아주 작은 변화가 여러 인과관계를 거쳐 결과적으로 엄청나게 큰 변화를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 나비효과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먹는 밥 한 공기의 나비효과는 과연 어떤 것일까? 밥 한 공기의 나비효과는 우리가 밥 한 공기 더 먹으면 지구온난화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밥으로 먹는 쌀은 논에서 재배되는데 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논의 환경적 기능과 가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홍수조절기능-우리나라 총 논면적 95만ha('08년)가 홍수때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양은 우리나라 대형 댐 6개의 저수량 보다 1.5배가 많고 소양강댐 7개의 저수량보다 많다. 따라서 논 면적이 줄어들 경우 댐을 증설하지 않는 이상 홍수피해가 더 커질 것이다.

 둘째, 토양유실방지기능-논은 하절기 빗물에 의해 토양이 하천으로 유실되는 것을 방지해 준다.
 
 셋째, 수질정화 및 지하수 생성기능-논에 담긴 물의 오염물질인 질소화합물은 벼에게 좋은 양분으로 흡수되어 수질이 정화되고 서서히 땅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로 재활용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넷째, 공기정화기능-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산소를 배출하는 우리나라의 벼는 연간 2천만t 이상의 탄산가스를 흡수하고 1천4백만t의 산소를 배출하여 공기를 정화시킨다.

다섯째, 기온조절기능-뜨거운 여름에 논에 담긴 물은 서서히 증발하면서 온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논이 없는 도시지역에 비해 냉방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여섯째, 난개발방지 및 경관유지-벼농사의 경제성이 떨어지게 되면 용도변경을 통해 난개발이 가속화 되고 농촌의 경관이 무질서하게 무너질 것이다. 쌀 소비증가에 따른 벼농사의 경제성은 논을 유지시켜 난개발을 막고 농촌경관을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여섯 가지 논의 기능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확되는 쌀의 3배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한다. 쌀 자급률이 낮았던 60~8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의 논 면적과 쌀 생산량 및 소비량은 계속 증가하였다. 그러나 쌀 자급률이 100%에 가까워지면서 8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논 면적이 감소하여 1970년 120만ha에서 2008년 95만ha로 줄었고, 1인당 연간 쌀 소비량도 70년 136kg에서 2008년 75.8kg으로 줄어 하루 밥 두 공기도 안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쌀 소비량은 줄고 쌀 수입개방과 쌀 수매제 폐지로 벼농사의 미래가 어두워지자 논을 매립해 밭이나 대지로 용도 변경하는 추세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고향인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가야리의 경우만 하더라도 쌀 수매로 벼농사가 안정적인 수입원이었던 70대에는 너도 나도 밭을 논으로 바꿔 동네 전체 경지면적의 70% 이상이 논이었으나 몇 년 전부터는 논을 매립해 밭으로 만드는 역현상이 심화되어 60% 이상이 밭이다.

자유무역주의 시대에 쌀 수입개방을 막을 수는 없다. 어차피 저가의 쌀이 수입되면 국내 논의 면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몸에 좋지 않은 밀가루 음식 대신 국산 쌀로 지은 밥 한 공기씩을 더 먹을 경우 논이 없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이는 건강 때문에 우리 밀 소비가 늘면서 논을 이용한 밀 이모작이 늘어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국산밀도 좋지만 국산 쌀로 지은 밥 한 공기가 더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87년을 정점으로 계속해서 1인당 쌀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가 지속될 경우 결코 멀지 않은 미래에 논 면적 감소로 인한 환경의 역습이 시작될 수도 있다. 밥 한 공기의 나비효과가 현실화 되는 것이다.

쌀은 다른 곡식과 달리 그 맛이 담백하고 영양적으로 소화 흡수율이 높은 고급 전분식품이면서 단백질의 소화 이용률도 어느 식품보다 높다. 또한 쌀은 영양적 가치나 건강 기능성면에서 고급식품이기도 하지만 밥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오랜 전통적 식습관은 반찬을 통하여 여러 가지 식품, 특히 된장과 김치 등 식물성 식품 섭취량을 높게 유지해 줌으로써 우리 민족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주는 역할을 해왔다. 꼭 밥이 아니더라도 국수, 만두, 빵, 과자 등 국산 쌀로 만든 것을 많이 먹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축하화환 대신 꽃과 함께 쌀화환이나 축하쌀을 보내는 경조쌀보내기운동의 기부용 쌀은 복지시설에 기부되어 밀가루 음식 대신 남아도는 쌀이 더 많이 소비되는 역할을 한다. 쌀화환은 또한 쌀화환을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자연스럽게 쌀 기부를 하게 되어 기부문화를 대중화하는 효과까지 있다.

흔히 보내는 축하화환은 화환재생 업체들에 의해 여러 번씩 재판매 되어 꽃의 소비증가를 저해하고 꽃 농가를 어렵게 하고 있다. 꽃바구니와 함께 쌀을 보내는 쌀화환은 이러한 꽃의 재사용을 근절시켜 쌀 농가는 물론 꽃 농가에게도 도움이 된다. 즉, 축하화환을 보낼 때 쌀화환을 보내면 어려운 이웃과 쌀 농가, 꽃 농가를 도울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축하행사 때 쓰는 케익 대신 떡을 사용하는 것도 건강과 환경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작년부터 직원들 간식을 빵에서 떡으로 바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작은 것부터 실천하게 되면 우리 미래의 환경이 잘 보전되지 않을까.

노승구 (주)베이비오가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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