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유명 기관들은 금융위기가 벗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핀트가 좀 어긋난 예측인 듯싶다. 경제는 신체적 시스템과 비슷하다. 배고파서 죽겠다는 사람에게 밥을 먹이면 곧 살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사람이 살 것 같다고 해서 배고파 죽겠다는 말을 다시 안 한다는 보장은 없다. 밥을 먹였다고 위기가 사라진 것은 아닌 셈이다. 이 사람을 계속 살리려면 적당량을 시간 맞춰 먹여야 한다. 이것을 기업에 비유하면 ‘개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외부의 링거주사와 국민의 금붙이 등 온갖 영양분을 투입해서 성공적으로 정상을 되찾았다. 그런데 불과 10년 만에 또 다시 위기를 겪고 있다. 이는 경제주체들이 혁신을 못해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위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IT시대라는 큰 틀을 이해 못하는 데서 연유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 공급자 우위의 경제시스템에 젖어왔다. 그러나 IT의 발달로 인터넷 혁명으로 2000년을 전후해서 기업에서 고객으로 권력이동(power shift)이 진행돼 시장의 헤게모니를 고객니즈가 장악하는 현실을 무시해 온 것이다. 기업보다 힘을 쥔 고객이 있는 이상 기업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제품적합성과 공정적합성을 높여 현실적응 우수성을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다.
지금은 정보화 사회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혁신사회라고 말하는 게 옳다. IT의 발달로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을 바꿔야하는 혁신의 사회인 것이다. 이러한 대표적 필드가 금융부문이다. 현재 세계를 돌아보면 글로벌화가 형성되면서 금융시장의 국제적 자유화가 자동적으로 새로운 파워를 형성해왔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자산운용형태가 변화되고 국가 간 재화와 서비스의 교역규모 증가에 비해 금융거래규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금융시장 부동화(financial marker drift)’가 심화돼 그 부작용이 크게 되었다. 따라서 금융시장들의 위기는 시스템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IMF의 통계에 의하면 1970년부터 2007년 사이에 100개국에서 124차례의 금융시스템 위기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 중 55%는 은행위기와 외환위기를 동시에 겪은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는 은행위기와 외환위기를 동시에 겪은 나라에 속한다.
IT시대의 선발대에 있는 우리나라는 경제운용정책에서 진정한 개혁이 무엇인지 새 패러다임을 짜야 한다. 정책입안자 가운데는 금융허브를 만든다고 앞장서 금융위기를 초래한 장본인도 있다. 미국의 모래성 같은 금융모델을 흉내 내려 했던 것이다. 미국의 금융업은 80년대부터 제조업을 일본, 독일, 한국, 대만, 중국에 넘겨주고 대신 세운 모래성이다. 미국은 무너진 제조업을 만회하고자 일본, 한국, 대만, 중국의 4개국으로부터 수입한 공산품에서 고수익을 창출하고자 유통업과 서비스업,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금융업을 주종 산업으로 만들었다. 또한 무역수지적자가 급증하는 1990년대부터 변동환율제에서 생기는 위험을 수익모델로 하는 파생상품을 급진전시켜 금융업은 초거대화가 되었으나 결국은 월가의 붕괴를 가져왔고 글로벌경제위기의 진원지가 되었다.
아무리 IT시대가 발달해도 제조업만큼은 무너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 IT시대의 새 혁신패러다임은 제조업에서 찾아야 한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혁신을 해야만 금융업, 서비스업, 유통업이 새로운 미래를 건전하게 이끌 수 있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논쟁은 혁신이 아니다. 달걀도 먹고 닭고기도 먹을 수 있는 것이 혁신이다.
정기인 (한양대학교 경상대학 전 학장/경영학부 명예교수/경영학 박사)
※사외(社外)필자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2/image.jpg?w=288&h=168&l=50&t=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