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나무는 여전히 버리고 생때같은 원재료만 빼돌린다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이 정작 녹색산업을 망가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지속돼 온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따라 화석연료를 대신할 에너지원을 찾는 과정에서 목재는 곧 에너지원이라는 등식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는 목소리다. 또 이 과정에서 기존 목재 가공산업과 목재 에너지산업 사이의 적절한 조율을 담당해야 할 산림청이 오히려 기존 목재 가공산업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한때 세계수출 1위와 국재 대기업 서열 1위를 달리던 국내 합판산업이 원재료 부족으로 기아상태에 빠진 것처럼, 파티클보드(PB) 및 중밀도섬유판(MDF) 등 보드산업 역시 고사될 것이라는 우려다.
또 최근에는 에너지산업으로 인해 보드산업의 원재료가 부족해진 여파가 제지산업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은 에너지산업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눈앞의 성과에만 급급한 산림청의 잘못된 눈치보기 행정이 그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산림청이 버려지는 폐목재는 여전히 방치한 채, 사용이 비교적 손쉬운 보드산업 원재료를 에너지산업 원료로 전환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원목 공급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270만㎥에 달하며, 올해에는 이를 300만㎥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벌채된 나무는 제재용으로 쓸 수 있는 원목 대비 가지목과 뿌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1:1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뿌리를 제외한 가지목만 치더라도 30~40%에 달한다는 것. 이를 감안하면 현재 우리 산에서 발생하는 가지목의 양이 100만톤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산림청은 이와 같은 벌채 및 숲가꾸기 산업에 연간 4000여 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 중 가지목을 산에 모아놓는 ‘가지목 존치비용’이 1ha당 60~80만원 사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 펠릿이나 열병합발전소용 목재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이와 같은 원료는 별도의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산에 버리면서, 보드용 원재료를 에너지원으로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급격히 떠오르고 있는 목재펠릿업계는 물론 열병합발전업계 역시 버려지는 나무보다는 보드산업 원재료를 에너지원으로 확보하려는 경쟁에 나서고 있다.
오는 9월 가동이 예정된 전주의 한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벌써부터 PB원료 납품업체들과의 접촉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전소는 연간 15만톤의 목재칩이 사용될 전망인데, 국내 PB업계의 연간 목재수요는 70만톤이다. 이 발전소 하나에서만 국내 PB업계 수요의 21%에 해당하는 목재를 연료로 사용한다는 얘기다.
또 올해 겨울 가동을 앞둔 대구지역난방공사는 산림청과의 MOU를 통해 일찌감치 경상도 재선충피해지역 소나무를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한편 이와 같은 목질보드산업 원료부족은 제지업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보드업계는 그동안 품질저하와 비용상승 등의 이유로 활엽수는 사용치 않고 있었다. 하지만 원료부족으로 조업단축 사태에까지 이르면서 올해에만 활엽수 17만톤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활엽수를 원료로 사용하는 제지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보드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목재를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하지만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기존업계를 위험에 빠트려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는 또 “연간 400~500억원이면 산에 진짜로 버려지고 있는 100만톤의 원재료를 다 수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같은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산림청이 보드산업 원료의 에너지원 전환을 부추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한때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던 합판산업처럼 보드산업 역시 고사되고 말 것”이라고 전제한 뒤, “산림청의 지금 목재 에너지 정책은, 당장의 성과를 통해 힘 있는 자에게 아첨이나 하자는 것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며 “하지만 이는 곧 힘있는 자와 국민을 속이면서 우리 목재산업과 임업을 망가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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