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재경칼럼]글로벌 금융불안의 불씨, 완전히 꺼졌나?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글로벌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수습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주요 금융지표들이 리먼브러더스 사태(2008년 9월 15일) 발발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각국이 금융위기에 빠르고 강력하게 대처했음은 물론, 국제공조체제도 효과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며, 중국 등 신흥국의 빠른 경제회복세와 이에 따른 불안심리 진정 등도 위기수습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용사정 악화와 모기지대출 및 소비자신용 부실 역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이는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을 위축시켜 실물경기 회복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 또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융부실 처리가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부실을 해소하지 않은 상태로 계속 방치할 경우 경제위기의 진정한 종식을 어렵게 하는 장애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정부의 자본확충 지원으로 대형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개선된 점을 감안할 때, 파산 위험으로 인한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위기극복 과정에서 각국의 재정수지 적자도 급증했는데, 이 역시 경기회복의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있다. 정부의 국채발행 증가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투자 및 소비 활성화가 저하될 수 있고, 재정건전화에 대한 부담으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지속이 어려울 경우 부정적 경기전망이 확산되어 경제활동이 위축될 우려도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불안의 불씨는 아직 곳곳에 남아있지만, 지난 1년 동안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위기대응능력은 분명 한층 더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 국제금융질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첫째, 금융규제 시스템이 진화할 것이다. 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금융규제와 감독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각국 정책당국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중심'의 영미식 국제질서가 쇠태하고, 정부의 영향력이 강화될 조짐이다. 또한 국제금융질서 형성에 국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중시하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의 발언권 강화 및 G20회의를 통한 중국 등 신흥국의 영향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금융산업에 판도변화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안정적 자금조달 기반을 바탕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전통적 자금중개기능을 강화하려는 경향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자본건전성 규제 강화로 레버리지 투자에 근거한 헤지펀드가 위축되는 반면, 국부펀드, 연기금 등의 시장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글로벌 자본흐름은 그동안 간과되었던 리스크와 펀더멘탈이 중시되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향후 위험선호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세계 자본은 위험자산 중에서 덜 복잡하고 구조화된 전통상품에 대한 선호, 신흥시장 중에서도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국가에 대한 선호 등 차별화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주식, 원자재 상품, 단순 파생 및 구조화 상품 등 전통적 위험자산이 리스크를 파악하기 힘든 복잡한 파생 및 구조화 상품에 비해 선호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과거와 같은 광범위한 상품 및 신흥시장 버블, 금융자본의 머니게임화 양상이 재현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기가 표면적으로는 마무리 국면에 진입한 것 같지만 여전히 후유증은 남아 있다. 최근 금융시장의 빠른 회복세와 달리 글로벌 실물경기 침체 및 미국 및 유럽의 부동산경기는 단기간 내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위기 종결에 대한 성급한 낙관론과 과도한 비관론을 모두 경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내 금융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대외발 금융충격의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Black Swan, 즉 극히 예외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금융기관은 위험관리 강화를 통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해 두어야 할 것이다.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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