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람', '갈매기', '웃음의 대학', '빨래' 등 다양한 공연과 뮤지컬이 대학로를 휩쓰는 가운데 쌀쌀한 가을날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러블리 뮤지컬 '두드림러브'가 시즌2로 돌아왔다.
8년 열애 끝에 결혼했지만 결국 이혼까지 가게 되는 진정한 뮤지션을 꿈꾸는 무명 뮤지션 명훈과 잘나가는 영화기획자 수희의 긴 사랑 이야기를 담은 '두드림러브시즌2'의 남자주인공 박일곤(고니야)을 만나보았다.
이 시대 진정한 품절남 '어리바리하고 순수한' 명훈을 연기한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키에 비해 훨씬 마른 몸매, 혹시 명훈 역을 위해 일부러 살을 뺀건 아닌지 물었다.

실제로 그는 캐스팅 되고 나서 공연 전부터 한달간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연습하느라 잠도 줄었단다.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연습에 연습을 반복하느라 살이 많이 빠졌다고. "전 군대 온줄 알았어요"라며 운을 뗀 박일곤은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또 여러 가지 일로 신경을 많이 써서 빠진 거 같아요"라며 신경 쓸 일이 있으면 살 빠지는 건 아버지를 닮아서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어릴 적의 순수함은 색바래고 남은건 38세 위축된 이혼남의 자존심 뿐인 명훈... 나이에 비해 동안이라 결혼한 남자의 연륜이 묻어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는 박일곤은 명훈의 순수함을 그의 어릴적 모습을 통해 두드러지게 표현하려 애썼다고 밝혔다.
"2주 후에 김승대 씨가 합류하는데 그를 통해 표현될 또 다른 명훈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고 기대돼요"
뮤지컬 '두드림 러브'는 더블캐스팅으로 진행되기에 뮤지컬 배우 김소향(지니 역)과 김승대(명훈 역)가 이미 공연을 진행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2주 정도 연습한 후 새로 공연에 합류한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다는 박일곤. 그래도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기쁨과 희열이 있지 않을까?
박일곤은 어릴 적부터 연기의 매력에 매료되어 연기자 삶을 꿈꿔왔으나 가정에 대한 책임으로 학업을 어느 정도 마치고 나서야 자신이 원하는 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부득불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하게 된 연기자의 길이지만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나리오를 쓰면서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왔고, 배역에 대한 분석과 표현도 그만의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고 제가 생각하고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 있지만, 연출님, 안무님, 음악감독님들도 그분들이 요구하는 세계가 있어요. 때문에 조율하다 보면 제가 갖고 있고 표현하고 싶은 것이 제약될 때도 있어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뮤지컬은 라이브니까 공연 중 자기가 원하는 걸 집어넣어도 '컷' 할 수 없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일곤은 "그럼 야단맞죠(웃음). 배우들은 연출님이 안 나오셨다 하면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살짝 집어넣기도 해요"라며 나름 필살기를 소개했다.
곧 있으면 김승대가 명훈 역으로 합류하지만 한달간 공연은 홀로 명훈을 연기해야 하니 체력적으로 힘들 터. 하지만 밤 문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술담배를 워낙 안하니 다른 관리비법이 따로 없이도 체력이 어느 정도 유지가 된단다. 하지만 체력 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라는 것.
로커 지니와 배우 김소향, 비록 같은 수희를 연기한다고 하지만 각각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았다. 늘씬한 키를 자랑하는 지니는 파워풀하고 첫 키스, 첫 경험 등에 있어서도 남자를 리드하며 확 휘어잡는 매력이 있다면 김소향은 좀 더 애교 있고 여성스러운 면이 있어 리드당하면서도 보호본능을 자극한다는 것이 박일곤의 해석이었다.
"지니 씨는 키가 굉장히 커요. 어떤 남자를 붙여놔도 조금 작아보일 거예요. 김소향 씨와 호흡을 맞춰보고 알았죠. '내가 키가 작지 않구나'. 그동안 잊고 살았던 거 같아요"(웃음)
키가 180cm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실은 178cm이에요. 2cm 차이라지만 어감은 확연히 다르잖아요. 기획사에서 포장을 해야 한다고 그렇게 적었죠. 솔직히 팬들을 만나면 다 들통 날텐데 좀 부끄러워요"라고 고백했다.
극 중 명훈이 삼류 뮤지션이라면 그의 매니저 '훈식'이도 삼류. 그렇다면 그가 바라는 실제 매니저의 이상형은 어떨까 궁금했다.
작품을 하면 윗선에 계신 능력있는 분들도 좋지만 열정을 갖고 이제 갓 일을 시작하는 조감독, 조연출 등 '조'(助)자 붙은 분들과 굉장히 친분이 생긴다는 박일곤은 전 로드매니저와의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라디오스타' 아시잖아요. 누구나 그 영화속 그런 매니저를 원할거예요. 인간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친형제 같고 친구 같았음 좋겠어요. 얼마 전 '무릎팍도사'에 이준기 씨가 나와서 초창기 매니저랑 지금도 같이 일하고 있다고 하던데 참으로 축복받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위치로 유명해진 것도 축복받은 거지만 근 십년동안 같은 매니저와 일한다는 게 이건 재산이죠"
한편, 극 중 많은 관객을 설레게 했던 키스신에 대해서 물었다. 카메라도 아니고 관객들 앞에서의 키스신에 부담은 없는지?
"고등학생들 같은 경우는 소리까지 질러요. 예전 작품 때 여고생들이 단체로 관람 오면요 여배우한테 야유도 보내요. '오우~, 떨어져, 떨어져'라고 말이죠. 고등학생들은 솔직해서 바로바로 표현하고 가끔 배우한테 말도 걸어요. 배우 입장에서는 그런 반응이 기분 나쁘지 않아요. 관객들이 무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 같지만 그런 반응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깐요. 소극장의 매리트도 여기에 있는 거 같아요. 좋은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시선은 너무 따뜻하고 반응이 바로바로 다가오니까요"
이제 겨우 네 작품에 출연한 신예 박일곤, 그러나 그는 이미 자신의 시나리오를 뮤지컬로 각색해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알게된 스태프들과 함께 스릴러 뮤지컬을 만들었다며 내년 개봉할 예정이니 보러오라고 요청했다. 좀 더 다양한 장르로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을 풍부하게 꾸미고 싶다는 박일곤은 반짝 스타가 아닌 연기력으로 승부하고 인정받는 실력파 배우 최민식이나 송강호와 같은 믿음이 가는 배우를 지향하고 있었다.
"영화쪽에 관심 많아요, 배우로서는 비중이나 배역에 상관없이 어떤 역이든 연기 자체가 좋아요. 외적인 포장에 의해 꾸며진 스타가 아니라 연기가 인정받고 다양한 연령층의 대중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경험과 인생 연륜에서 흘러나오는 분별력이 인간적인 매력 아닐까요"
천재는 세대를 앞서 간다. 죽어서 명예를 얻고 작품성이 인정받기보다는 같은 시대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것이 음악이던 미술이던 연기던.
끝으로 박일곤은 사상이나 성격, 위기 대처법 등에 있어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아버지의 신중함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가족을 위해 신중하게 살아오신 아버지처럼 대중을 위해 신중하게 살아갈 박일곤의 내일을 주목해본다. 그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교류하는 연기자, 연출가가 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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