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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과 통신이 발달하고 국가 간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상품의 유통도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그리고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병행수입도 급속히 증가되는 추세에 있다.
병행수입이란 동일상표가 여러 나라에 등록되어 있는 경우, 당해 상표가 부착된 진정상품을 수입업자가 국내 상표권자 내지는 상표사용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즉 정식 채널을 통하지 않고 국내에 수입하는 것을 말한다. 병행수입의 적법성 여부를 논함에 있어서는 수입상품의 진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가짜 상품을 수입한다면 이는 따져볼 필요도 없이 상표권침해를 구성하므로 진정상품에 대한 수입만이 병행수입의 적법성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병행수입에 대한 법적논란은 외국에서는 100년도 더 넘은 역사를 갖고 있다.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고,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었는데 지금은 축적된 판례와 학설에 의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세계 각국의 경향을 살펴보면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없고, 병행수입을 인정하되 어떤 이론 하에서, 어떤 범위에서 인정할 것인가가 문제될 뿐이다. 병행수입의 허용여부는 법논리적으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고, 상표권자와 소비자 및 병행수입자의 이해관계의 조절이라는 정책적인 요소도 충분히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병행수입에 대한 반대론자의 논지는 병행수입업자가 독점적 수입자의 광고, 선전, 투자에 무임승차하여 부당이득을 취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병행수입품도 제조업자의 품질보증책임에 의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기 때문에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찬성론자들은 병행수입이 허용되면 상품의 판매가 증가하여 제조업자의 매출신장을 기대할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도 독점수입업자와 병행수입업자간의 경쟁으로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 이익이 되므로 병행수입을 금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병행수입에 관한 논란은 상표의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상표가 갖고 있는 기능을 보면, 과거에는 식별기능과 출처표시기능이 중요하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품질보증기능과 광고선전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표의 기능적 측면에서 병행수입을 바라볼 때, 병행수입된 상품에 부착된 상표가 출처표시기능과 품질보증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면, 병행수입이 국내 상표권자의 상표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소비자 입장에서도 병행수입으로 인해 가격 면에서 선택의 여지가 넓어지는 효과가 있고 이로 인해 공식 수입업자의 가격인하 내지는 서비스 향상을 촉진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등 순기능이 많다. 이러한 요소들을 다양하게 고려한다면 병행수입된 상품이 공식수입된 상품과 비교하여 품질 면에서 어느 정도의 동질성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병행수입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병행수입의 적법성 논란은 지금까지 언급한 것처럼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병행수입되는 유형을 세부적으로 분류하여, 병행수입되는 상품에 부착된 상표에 대한 외국 상표권자와 국내 상표권자가 동일한지 여부와 동일하지 않다면 국내외 상표권자 사이에 법률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병행수입의 허용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위 각각의 경우에도 품질의 동질성 여부가 또한 하나의 판단기준으로 작용한다.
병행수입에 관한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례는 많지 않은데, 지금까지의 판례의 태도를 요약해 보면, 병행수입된 상품이 진정상품임을 전제로 외국 상표권자와 우리나라의 등록상표권자 사이에 법적 또는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거나 그 밖의 사정에 의하여 위와 같은 수입상품에 부착된 상표가 우리나라의 등록상표와 동일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병행수입은 적법하다.
병행수입업자의 수입행위는 국내상표권자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 상표를 사용하여 적극적으로 광고, 선전행위를 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광고·선전행위가 제품광고의 수준을 넘어서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러한 사용행위는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 (나)목 소정의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되어 허용될 수 없다.
박병채 변호사 / 법률사무소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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