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제노바’ 슬픔의 끝에서… 사랑이 시작된다

동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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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가장 지적인 거장이 선사하는 가슴에 남을 명장면!!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제노바를 배경으로 엄마를 잃은 아픔과 상처, 그것을 함께 견뎌내는 가족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그려낸 <제노바>(감독:마이클 윈터바텀, 수입:영화사 백두대간)가 거장의 풍모를 느낄 수 있는 명장면들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삶이란 바로 이런 것…
거장의 손길로 빚어낸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영화 속 명장면들로 느낀다!
 

<제노바>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를 잃은 조(콜린 퍼스)가 두 딸과 함께 이탈리아 제노바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드><관타나모 가는 길><인 디스 월드> 등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소재를 기반으로 인간의 관계와 내면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보여줬던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는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가지고 그만의 깊은 시선으로 고통을 견뎌내는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어떤 누구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처와 고통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는 없으며, 단지 견뎌내고 잊은 듯이 살아갈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삶의 동반자를 잃은 남편과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아이들은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그리움을 가슴에 품은 채 남겨진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현실을 닮아서 더욱 슬픈 마지막 장면…
극적인 해결이나 화해가 아니라 일상을 되찾아가는 가족을 그린 섬세한 시선

영화 <제노바>는 극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흥미진진한 사건을 이야기하지도 않고 슬픔이라는 감정을 감상적으로 과장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별다른 사건 없이 흘러가는 일상의 하루하루가 사랑하는 이의 빈 자리를 문득문득 실감하는 주인공들에게는 힘겨운 고난의 연속이다. 감독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묻어나는 슬픔을 담담하게 그려냄으로써 마음 깊은 곳을 섬세하게 건드린다. <제노바>의 마지막 장면은 딸들을 학교에 보내고 돌아가는 조(콜린 퍼스)가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을 무심하게 담아낸다. 영화의 마지막을 멋진 미쟝센의 화면구도로 끝내는 대신에, 마치 우리 주변을 스쳐가는 한 인물을 바라보듯이 그려낸 것은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고 현실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상처를 완전하게 극복하고 이겨내는 경우는 없다. 단지 그것을 대체하는 다른 것으로 견뎌내면서 삶을 이어가는 것뿐임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이시대 가장 지적인 거장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엄마를 잃은 소녀의 애달픈 그리움이 그대로 투영된
제노바의 한복판 혼잡한 도로에서의 사고 장면

’사랑하는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가져온 아픔과 상처는 살아온 날에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엄마의 부재는 어린 소녀에게 더욱더 감당하기 힘든 무게를 지우는 법이다. <제노바>에서 아내를 잃은 상처와 고통을 제노바라는 새로운 도시가 주는 이국적인 환경과 그곳의 사람들에 기대어 견뎌내려는 아버지 조(콜린 퍼스 분)와 언니 켈리(윌라 홀랜드 분)에 비해, 동생인 메리(펄라 하니-자딘 분)에게 ‘엄마의 죽음’은 견뎌내기에 버거운 고통으로 다가온다. 낯선 도시를 불안하게 헤매던 메리 앞에 엄마가 나타나고, 엄마를 따라가던 메리가 위험한 차도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은 관객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동시에 애절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위험을 무릅쓰고 급기야 자동차들이 달리는 교차로 한가운데 끼어들어 갇히고 마는 메리를 향해 아빠와 언니가 달려와 가족 모두가 함께 끌어안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안도감과 함께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내색도 하지 못한 채 두 딸을 보살피며 혼란 속에서 내면의 고통을 견뎌내야 했던 아버지, 사춘기의 예민한 나이에 당한 슬픔을 감당할 길 없어 가족들에게 적대감과 분노를 쏟아내면서 방황하던 언니 켈리, 그리고 죄책감의 중압감에 짓눌려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곧 부서져 버릴 듯 심하게 상처 입은 막내 메리. 영화 내내 엇갈린 듯한 그들의 관계가 사실은 서로에게 몸을 내맡기고 마음껏 울면서 위로 받고 싶었던 것이었음을, 또한 서로에 대해 깊은 연민과 동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각자의 깊은 슬픔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이 장면은 극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또한 아무리 가족 간이라도 타인과의 관계와 감정이 얼마나 복잡미묘한 것인지도 이 장면은 리얼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인간의 감정과 심리는, 특히나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은 논리적으로 모순덩어리이면서도 뿌리깊은 것이고, 깨어지기 쉬운 것이면서도 언제나 순간적으로 원형 그대로 회복되기 쉬운 아주 복잡미묘한 감정이라는 것을 이 장면은 잘 보여준다. 그렇기에 가족간의 화해와 사랑의 회복은 논리적으로 기승전결을 따라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계기를 통하여 순간적으로 그리고 전면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슬픔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 가족을 더 사랑하게 하는 영화 <제노바>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만난다!

가족들 각자가 스스로의 방법으로 슬픔을 삭이면서 힘겨워하다가 막내딸의 사고 위기에서 서로의 소중함을 깊이 되새기는 장면, 그리고 다시 마음 속의 슬픔을 지닌 채 일상으로 복귀하는 마지막 장면 등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그려낸 영화 <제노바>는 잔잔한 감동을 오래도록 남긴다. 특히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자식을 가진 부모 관객들은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하여 깊은 감동을 간직한 채 극장 문을 나서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삶’의 위로 <제노바>는 11월 12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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