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김준성의 직업평론]서커스단의 추억

김준성 연세대 직업평론가

비가 오던 날 서커스단의 음악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나는 마음이 즐거워진다. 이런 공연이 들어오는 날은 공부하기도 싫어지곤 했다. 비가 그치기를 몹시 바라고 바랐다. 그도 그럴 것이 서커스를 보려면 비가 오지 않아야 하니까. 그 당시 서커스는 전성 시대였을 것이다.

1960년대 전반. 아마도 전국에 18개정도의 서커스 단장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존재하던 그 시절이었다. 영화 보기도 힘들던 그 시절의 추억이 담긴 이야기다. 지금 한국은 서커스단이라는 직장이 쇠락하는 중이지만 중국에서는 서커스단이 직장으로서 성장하는 흐름을 타고 있다.

마을의 우리 또래 아이들은 서커스단의 표 받는 곳을 피해서 돈 내지 않고 서커스 공연을 보려고 몰래 무대 뒤편을 뚫고 서커스 공연을 보려고 시도 하였지만 대부분 감히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우린 서커스가 들어 와서 3일~5일 정도 공연을 하면 마지막 날이 돼서야  겨우  돈을 모아서 시골에서 서커스를 보러 갔던 추억이 난다. 지금은 어른 8천원, 아이들 5천원의 입장료를 받지만 그 당시에는 그보다 저렴했을 터인데도 우리가 초등생이던 시절의 시골마을에는 돈은 말 그대로 귀했다.

서커스에는 우리의 전통극이 우리의 음악과 춤, 외줄타기 등의 여러 전통 예술이 어우러져서 공연되곤 했다. 음악을 잘 모르는 문외한(門外漢)이던 나는 그러나 그 흥이 좋았다. 줄타기를 하는 남사당 줄꾼의 직업적인 모험심을 보는 것만으로 나는 흥이 절로 났다. 아마도 흥에 약한 그런 심성을 가진 어린이였던 것 같다. 서커스는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공연 되곤 했다. 대개 서커스 단내에는 진행을 리드하는 직업인은 MC가 있었다. 단련된 말솜씨에 나도 크면 저런 직업을 가져보는 것 좋을 것 같았다 아름답게 장식을 한 배우들 사이로 그는 자기의 음성으로 무대를 지휘하는 모습이 늠름하게 생각되기 조차 했던 것이다.

이들 서커스단 MC들은 좋은 입담으로 사람들의 서커스를 시작하는 시간까지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 가곤 했다. 이들은 말쑥하게 차려 입고서 서커스의 내용의 일부를 감칠맛 나게 모인 관객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곤 했다.

많은 경우 하나의 서커스에는 400명이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1960년대의 이야기다. 이들 단원들은 점차 줄어들어서 200명, 80명, 40명 등으로 구성되곤 한다. 이들의 직장은 차려지는 무대였다. 전국을 돌면서 이들은 무대를 자기 직장으로 삼고 일한다.

한 서커스단에 구경하는 관객만을 보면 일 년에 그래도 15만 여명의 관객이 차는 그런 비즈니스가 서커스 공연이었던 것이다. 줄도 타고 춤도 추면서 노래도 같이 하는 가운데 신 홍길동전이 무대의 스토리로 공연이 되곤 했던 것이다. 무대 디자이너는 다른 무대 디자이너와는 다른 그런 콘셉트로 접근해야한다. 미술 기술을 하나둘  적용해서 그들은 무대를 만들어 갔다. 음향기기, 줄타기 아래의 그물, 마술공연, 낙타타고 묘기 보이기 공간을 그들이 연출해야 한다.

하루에 많으면 3000 명의 관객이 차는 읍내 공연에서는 무대와 청중의 거리를 산정하는 일을 하는 무대디자이너가 존재한다. 이런 일을 하는 이들은 항상 관객의 취향을 분석하는 그런 능력을 갖추는 일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했다.

징 치는 기술자, 북 치는 사람도 이 서커스단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징과 북을 제대로 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 것만이 아니다. 악기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깃대를 들고서 북과 징을 치면서 마을을 미리 한 바퀴 돌면서 이들은 그날의 공연이 ‘  심청전‘임을 알리는 일을 하였다. 그들은 서커스 홍보 담당직원들이었다. 그들의 경우 본 공연에서도 하나의 역할을 맡곤 하였지만 400명에 이르는 대식구의 서커스단에는 이들 홍보 선전 담당 직원들은 별도로 채용하곤 했다.

곡예사는 영구적인 직업인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서 역량이 다해서 못하게 되면 다른 일을 하는 파트로 가게 된다. 신인 곡예사를 단내에서 양성하는 일을 맡아서 하게 된다. 이들은 자기들의 기술을 후배에게 전하기도 한다. 가요 곡예사의 첫사랑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눈을 감고~ 춤을 추면서~ 손풍금을~ 영원이 변치 말자“ 등의 가사가 등장한다. 곡예사들은 서로 연애에 들어가기도 한다. 부부 곡예사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서로 연습을 장시간 하다  보면 스킨십을 나누게 되는 그런 불가피한 과정상 부부의 연으로 연결되는 지도 모른다.

낙타, 코키리, 강아지들도 서커스 공연에 참가해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들 동물 관리전문인은 한명정도 서커스 구단에서 일하기도 한다.

서커스 단 남녀 배우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전통 육자배기 같은 것을 배우면 서커스단의   뮤지컬 주연 배우가 되는 길을 밟아 갈수는 있는 것이다. 육자배기를 잘 부르면 서커스단의 보컬 가수로서 미래를 만들어 갈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나라 전통 음악외의 음악이나 대중예술에 더 호기심이 많은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자기 민족 고유의 전통을 담은 음악을 애호 하는 마음이 더 강한 것이 인간인지도 모른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에 등장하는 배우 오정혜의 보컬은 바로 한(恨) 서린 육자배기의 가락을 담았다. 우리민족의 고유 정서를 노래한 육자 베기를 들으면  애절 하면서도 새로운 감흥을 체감하게 된다. 서커스는 우리 음악의 보물 창고 같은 것이다. 이런 서커스단을 운영하는데는 예술단 회계 담당의 역할도  단 단해야 하는 것이다.

대중 예술은 이런 서커스단에서 단 원으로 일하면서 차츰 익혀서 진출하는 코스를 가질 수 있다. 배삼룡 코미디언, 영화 드라마 판의 개그맨, 영화배우들은 우리나라 영화 산업이 발달하기 전에는 대게 예술단에서 심부름도 하고, 주요 정책을 정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이들은 서커스단에 필요한 물품의 구매들의  과정에서 구매 전문가들의 역할은 무시하기 힘들다.

서커스 그것에 담긴 대중 예술의 컨텐츠를 다듬어서 국제 공연 시장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면서도 우리의 전통 대중 예술을 각국의 대중  예술 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은 미래의 직업 진로 방향으로 한번 생각 할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서커스 공연 수출가의 일은 미래에 이 분야 흥미가 많은 청년들이 한번 시도해볼 만한 직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커스 공연 배우가 되기를 자녀들이 갈망하는 부모라면 어린 나이에 아이들을 중국의‘ 북경 국제 예술학교’의 서커스 전공에 입학 시켜서 5년간 서커스 공연기술을 배우게 하는 것도 한 커리어 준비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자라서 중국의 <무한 서커스 단> 같은 유형의 회사의 경영자로서 미래를 만들어 가지 말란 법은 없을 테니까. 한·중간의 FTA가 채결되면 언젠가는 한국 중국 간의 인재 장벽이 직업 시장에서 사라지는 미래가 전개될 것이기에 말이다. 오늘 시골 마을에서 보던 서커스 공연이 그리워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김준성 직업 평론가(연세대 생활관 차장)(nnguk @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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