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의 잡기노트 <175> = 영화 말고 정신수양법에도 ‘아바타’라는 것이 있다. 웨스턴 젠(禪), 의식공학의 일종이다. 몸에 심어 둔 좋지 않은 생각, 목표를 훼방하는 제약, 인간관계의 갈등, 끈질긴 심신 질환, 통제력을 벗어난 불필요한 상황을 모두 해결해 마침내 삶을 뜻대로 구현토록 이끈다는 생애 설계 프로그램이다.
인류역사상 스케이트를 제일 잘 타는 여자 김연아의 현 시점 심리는 아바타 수련 전 상태일 것이다. 무엇 하나 제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국제적 스타가 돼버린 탓 혹은 덕이다.
솔로몬이 말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는 김연아의 좌우명이다. 아인슈타인도 비슷한 소리를 했다. ‘나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곧 닥칠테니까(I never think of the future. It will come soon enough)’
엊그제 열반에 든 법정 스님이 진리(法)의 꼭대기(頂)에서 진작 갈파한 이치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한다. 누가 나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를 만들어 간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에 이룰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과거를 묻지 마라. 이미 지나가 버린 세월이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동서고금의 지혜에 기대 자위하더라도 김연아가 부담감을 떨치기란 쉽지 않다. 김연아에게 마라토너 이봉주나 미당(未堂) 서정주를 바라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그러나 황영조, 시인 윤동주처럼 우뚝한 청년산맥의 이미지로 굳어야 한다.
타는 김연아나 지켜보는 국민이나 둘 다 ‘많이 먹었다’. 남은 것은 ‘그만 해라’다. “아임 스틸 헝그리”를 외치던 히딩크도 2002년으로 끝났다. 또 모시겠다고 해도 거절할 것이다.
선수를 그만두고 아이스쇼 무대로 옮길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 땅의 남녀노소는 ‘국가대표’ 김연아를 사랑한다. 메달이나 기록과 무관한 피겨스케이팅 프로선수 김연아에게 환호작약할 계층은 넓지 않다.
연예판 쪽으로는 눈길조차 주면 안 된다. 프리미엄이 있되 경쟁력은 미지수다. 한시적 소모품을 자청할 까닭이 없다. 아울러 남자 가수, 탤런트와는 루머 수준에서 그쳐야 이롭다.
스물한살짜리 대학 새내기답잖게 김연아는 잘 처신하고 있다. 미디어로 공개되는 언동은 예외없이 정답, 모범답안이다. 끝까지 고수해도 무방할 스타일이다. 김연아 급이면 이현령 비현령, 황희 정승의 검정소 누렁소 식의 양비론, 양시론 뒤에 숨어도 좋다.
선수생활을 마치련다는 발표에 앞서 예상수입을 철저히 계산해야 한다. 거액으로는 모자란다. 천문학적인 액수를 벌어 들일 수 있다. 이후 피겨스케이팅계부터 돕는다. 꿈나무들에게 비료를 듬뿍 뿌린다. 더 큰 공공의 이익은 차츰 챙겨주면 된다. 명문 고려대에서 지성인으로 대접받을 만한 교양을 쌓고, 해외 유명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금상첨화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IOC 위원, 무엇이든 가능하다.
다시, 법정 스님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일의 결과, 세상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 수많은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28일까지 계속되는 이탈리아 토리노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우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기록을 못 뛰어넘으면, 세계신기록이 아니면 다들 아쉬워한다. 밑져야 본전이 아니다. 잘해야 본전이다. 이렇게 2014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이어진다. 2018 동계올림픽이 평창에서 열린다면, 유종지미 또는 애국심의 이름으로 김연아는 다시 떼밀릴 지도 모른다.
시인 이형기는 ‘낙화’를 노래했다.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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