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방통위 2주년] 산업진흥의 부재…"최시중 위원장, 디지털 마인드로 무장하라"

과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발전할 때 정보통신부에 '반도체 담당 과'가 없었고, 스마트폰이 잘되려면 정부에 '스마트폰 담당과'가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지금은 다행히 없는 것 같다. 이 부처, 저 부처에서 다 관여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결국은 없는 셈 아닌가."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2주년을 이틀 앞둔 24일 '스마트폰 활성화에 대비한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방안' 세미나에서 이찬진 터치커넥트 대표가 쏟아낸 말이다.

정보통신부의 해체 이후 한국판 미 FCC(연방통신위원회)를 표방하며 출범한 방통위의 현주소를 요약한 우회적인 비판으로 해석된다.

과거 정통부의 기능이 지경부와 방통위 등 4개 부처로 흩어지면서 관련 정책들이 매끄럽게 처리되지 못하고, 규제와 진흥을 한 기관에서 맡게 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쏠림 현상'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정통부와 방송위원회로 이원화 된 기능을 하나로 묶어 출범한 조직이다. 독임제 성격의 정부부처와 민간 위원회간 합쳐진 국내 최초의 기구이자, 여야에서 추천한 상임위원 5인으로 꾸려진 합의조직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출발했다.

그러나 출범 2년, 방통위는 합의제에 기반하는 위원회 조직이라는 한계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무선인터넷 활성화'의 뒤늦은 대처가 방점을 찍었다. 업계와 유기적인 협력을 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IT주무부처임에도 불구하고 지경부와 행안부 등 타 부처의 기세에 밀려 제대로 주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이것이 여야를 막론하고 '차라리 다시 갈라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최시중 위원장도 이와 관련, "정통부 해체는 사려 깊지 못했다"며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 방통위는 위상 정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그러나 운영해본 결과 정통부과 방송위와 결합, 집행부서가 위원회라는 점에서 비효율적인 측면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정책 결정 과정 등이 신속하지 못하고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커다란 문제"라며 "특히 방송통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가고 시장 환경이 급격히 돌아가는 상황에서 합의기구인 위원회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 따라서 위원회를 심의기구로 두고, 기능적 측면을 따로 분리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2년간의 성과는?

"지난 2년 동안 방송통신시장은 크게 변화했고 발전했다. 대표적 융합서비스인 IPTV는 가입자가 200만 명에 다가서며 새로운 미디어로 자리잡아가고 있고, 다양한 서비스와 더불어 통신요금도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정과 통신사업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낡고 불필요한 규제도 과감하게 개선했다. 다만, 와이브로와 DMB 활성화를 비롯해 무선인터넷 도입과 벤처기업 육성 등 통신산업 진흥 면에서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아쉽다. 이는 앞으로도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내린 지난 2년간의 평가다. 그의 말처럼, '규제완화'와 '경쟁촉진'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방통위는 현재 방통융합의 대표 서비스로 분류되는 IPTV 상용화와 통신비 인하라는 커다란 성과를 거둔 반면, 산업진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우선 방송 시장의 경우 지난 2년간 방통위가 일군 소유규제 완화로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방송시장 소유규제 완화를 통해 대기업들이 미디어산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문이 넓어졌고, 광고 사전심의 폐지 등 방송분야 자율성 확대를 통해 방송산업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통신시장에서는 자율적인 요금인하를 유도해 초당요금제를 도입하고, 마케팅 비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통신비 인하와 과당 경쟁 제한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아울러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재판매(MVNO) 제도를 도입, '제4 이동통신사'가 등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와 같이 과거 정통부와 방송위가 남겨 논 숙제들을 방통위가 1년여 만에 신속하게 해결했다는 점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산업 진흥의 부재는 아쉬운 대목이다. 여론에 따라 규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방송통신 산업 발전을 위한 진흥 정책 수립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통신요금 인하와 마케팅 비용 제한, 무선인터넷 활성화 정책은 사업자들의 자율적인 판단이 아닌, 압력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규제완화'라는 방통위의 기본 정책방향을 역행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방통위는 중장기적인 비전을 내놓기 보다는 요금인하나 마케팅 비용 제한 같은 당장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들을 최 위원장의 임기 내 마무리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도 "지난해까지도 (아이폰에 따른 IT 생태계)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며 "지난해 이통사들이 음성시장에 안주해 있을 때 실질적으로 이통3사간 마케팅 경쟁만 다룰 것이 아니라 이 같은 변화를 감지했어야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달 임기를 1년여 앞두고 돌연 사퇴한 이병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방통위에 한 마지막 주문은 바로 '진흥' 정신의 강화였다. 그는 "제도에 묶여 제 기능을 못하는 방통위가 글로벌 시대에 제 역할을 하려면 진흥에 맞는 조직으로 체계를 잡아줘야 한다"며 "규제기관으로 시작했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이 필요한 만큼 진흥에 맞는 형태로 조직을 정립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 남은 1년…최시중 위원장, 아날로그적 사고 버려야

'애플'과 '구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최시중 위원장이 최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최 위원장의 연설을 듣다보면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MWC에 직접 참가해보니 애플과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소위 '위상'과 '위대함'을 4D, 즉 온몸으로 체감하고 왔으며,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뼈저리게 반성하고 그간 쌓아온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들을 뛰어넘어서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최근 업계에서는 때 아닌 '현모양처'가 화두로 떠올랐다. 최 위원장이 최근 여기자 포럼에서 "여성들은 직업을 갖기보다 현모양처가 되기를 바란다"고 발언해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불과 아이폰이 도입된 지 3~4개월 만에 IT 생태계가 급변하고, 이종 산업간 결합이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나온 다소 뜬금없다. 물론 그가 해명했듯 이는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국가적 문제인 저출산을 걱정한 나머지 여성들이 사회적 일과 가정을 적절히 조화해야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아날로그적 사고를 각인시키기에는 충분한 역할을 했다. 최 위원장은 사실 취임 전부터 방통위원장직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IT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최첨단 분야인 방송·통신 정책을 다루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모양처' 발언은 이 같은 일각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됐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업계 관계자는 "현모양처 발언은 사실상 최 위원장의 보수적인 마인드, 아날로그적 사고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의 올해 최대 과제는 지난 2년간 마련한 정책들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특히 방통위는 올해 최대 과제로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꼽고 통신3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구글'과 '애플'에 필적할 만한 모바일 기업 육성에도 나서야 하며, '무선인터넷 활성화 방안'을 통해 잃어버린 'IT 강국'을 복원하기 위한 설계도도 내놓아야 한다.

고된 진통 끝에 통과된 미디어 관련법의 후속 처리도 방통위가 남은 1년간 해결해야 될 최대 과제다. 올해 방송업계에는 미디어렙 도입과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이는 미디어빅뱅시대에 걸맞은 글로벌 미디어 선도기업 탄생을 위한 발판이 된다.

그야말로 최 위원장은 방송·통신산업 전체를 아울러 최첨단 미디어산업의 밝은 미래를 제시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떠안고 있다. 전체 임기 중 1년을 남긴 현재, 최 위원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최첨단 미디어 시대에 맞는 '디지털 마인드로의 무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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